공주사대부고 곰우회 외도.해금강.남원 광한루
일시:2006년 11월 10일 금요일~11일 토요일 무박 2일
장소:거제도 외도.해금강.남원 광한루
*곰우회
곰우회는 공주사대부고 13회 동창모임 이름이다. 그 당시에는 남학생 2반 120명, 여학생 1반 60명, 졸업생이 총 180명이다. 지금은 총 6학급으로 많이 늘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주사대부고는 전국 명문고로 각처에서 들어온다. 선후배를 비롯한, 동문들이 모두 사회에서 훌륭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 13회도 역시 모두 큰 기둥으로 사회에서 훌륭한 몫을 하고 있다. 참으로 자랑스런 모임, 곰우회다.
공주사대부고는 졸업 30주년 홈컴잉 행사를 주축으로 각 회마다 동창회가 잘 결성되어 우의를 돈독히 하고 있다. 우리 13회는 여학생 모임인 일삼회,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모이는 곰우회가 있는데 일삼회는 1년에 한번 모이고, 곰우회는 격월로 모인다. 이것말고도 총동창회를 공주나 대전에서 매년 1회 갖는다. 모도 소중한 모임이다.
이번 외도 . 해금강 나들이는 곰우회에서 갖는 첫 번째 야외 행사다. 그래서 더욱 뜻깊고 의미있는 여행이다. 나는 거제도와 통영을 일주하며 다 여행한 곳이지만 곰우회 행사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참석했다. 남학생 14명, 여학생 12명 총 26명의 아름다운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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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0일 금요일 밤 10시 50분 용산 출발
서울에 사는 벗들은 용산에서 타고, 수원, 대전, 논산에서도 탑승했다. 용산에 도착한 무궁화 열차가 우리의 예약석인 7호차 객실을 달고 오지 않아 30분 정도 지연되고, 5호차 객실에서 천안까지 서서 가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천안에서야 한량의 객실을 달고 우리의 자리에 앉았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철도청의 이런 실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늘 밤 우리는 참으로 기이한 일을 본 것이다.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그래도 남원행 열차는 어둠을 헤치고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잘 달린다.
홍익여행사에서 우리와 또 다른 팀, 두팀을 이끌고 간다. 49호석부터 끝까지 우리의 좌석이라 우리 친구들은 넷씩 마주 앉아 미리 준비해온 음료와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며 갔다. 무박 2일이라는 좀 부담스런 여행이지만 아직은 견딜 수 있는 나이인가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꽃으로 밤 가는 줄 모르고 시간을 태운다.
2006년 11월 11일 토요일 새벽 3시 남원 도착
기차는 어느새 남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통영을 거쳐 외도에 간다. 밤을 꼬박 새워 달려왔다. 그래도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 간 추억을 떠올리며 마냥 기뻐하고 있다. 세월이 거꾸로 흘러 우리의 시간은 지금 공주사대부고 학창시절이다.
남원에서 내리자 우리를 마중나온 가이드가 우리를 인도하여 버스로 데리고 갔다. 세계여행사에서 나온 버스가 두 대인데 우리는 2호차 '곰우회'라는 이름을 차 앞에 붙이고 왔다. 우리 곰우회 일행에게 차 한 대를 전용으로 준 것이다. 차안의 자리는 넉넉하여 편안히 앉았다.
이곳에서 통영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그 동안 잠을 자라고 한다. 이 시간 밖에는 잠 잘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들 잠을 청했다. 잠시지만 꿀잠이다. 어둠 속에서 경남 지방의 지명이 스쳐 지나가더니, 잠시 후 버스는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에서 아침 식사
새벽 5시 30분, 해물탕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자다가 일어났고, 너무 이른 새벽 시간이라서 밥이 잘 먹히지 않지만 지금 먹지 않으면 시간이 없다는 무박 여행일정이기에 이해하고 아침밥을 먹었다. 홍합과 게, 대구 등 남해의 향기가 물씬 배인 식탁이 구미를 돋군다. 모닝 커피까지 셀프로 뽑아 마시고 서둘러 차에 올랐다. 나는 원래 커피를 마시지 않는데 지난 밤, 잠을 자지 않고 달려왔기에 조금 몸을 이완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커피를 마셨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이다.
버스가 언덕길을 돌아 내려갈 때 서서히 밝아온다. 통영 땅을 지나고 있다. 옛날 이름으로 충무다. 이순신 장군의 장렬한 해전 승전고가 울리던 바다가 눈앞에 다가온다. 서울에서 충무까지 참으로 먼 길을 왔다. 가을빛이 물든 어촌 마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의 국토 최남단으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거제 구조라 선착장
전에 왔던 바로 그곳이다. 청마 유치환 시인님의 생가와 문학관을 찾아 우리 가족이 함께 왔다가 이곳에서 외도행 여객선을 탔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거제 구조라 선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외도에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날씨 예보로는 오늘 비가 오고, 강풍이 분다고 했는데 다행히도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고 바람도 없어 무난히 배가 외도에 들어간다고 한다. 축복의 날이다. 해는 나지 않지만 오히려 눈과 얼굴 보호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바다가 조금 보이고,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항구다. 상가와 어촌 민가가 형성된 오붓한 마을이다. 시골이지만 외형으로 보아서는 도시 못지 않은 풍요로운 삶의 향기가 흐른다. 바다의 소산물로도 행복한 생활이 영위됨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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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행 여객선 거북선 승선
7시 30분에 승선했다. 역시 열차에 함께 탔던 홍익여행사 두팀만 배 한척에 태운다. 우리 곰우회는 뒷좌석에 앉았다. 배는 바다로 나아간다. 우리가 탄 배는 '거북선'이라는 이름의 배다. 외도에 다니는 여객선 회사가 6개인데 왕복 배삯을 받기 때문에 나갈 때도 동일한 회사의 배를 타야 이중으로 돈을 내지 않는다며 반드시 거북선 배를 타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거북선'이라는 마크가 그려진 명패를 배에서 나누어주고 가슴에 달게 한다.
안내원은 말한다. 갑판에 나가자 말라고. 나가라고 할 때 나가라고. 자칫 한쪽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배가 균형을 잃어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망망한 바다에서 사고는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모두들 자리에 착석하여 설명을 들었다.
외도는 이곳에서 10분이면 가는 거리에 있지만 해금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돌아보고 외도에 들어간다고 한다. 배가 출항하자 곧바로 눈앞에 보이는 섬이 하나 있는데 저곳이 외도란다. 뒤편으로 길게 늘어선 산과 바다의 만남이 장관이다. 배는 더욱 깊고 넓은 바다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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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바다 가운데 솟아오른 바위가 이룬 풍경이 장관이다. 지난번 태풍 매미가 남근 바위는 잘라갔지만 남아 있는 바위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낸다. 미륵바위, 신랑바위, 거북바위 등등 이름만큼 기묘한 형상으로 형성된 바위들이다. 십자동굴에 배가 들어갈 때는 소름이 돋는다. 좁은 바위 사이의 물길을 타고 배가 전진했다가 그대로 후진하여 나오는데 자칫 바위에 부딪히면 배는 파선되기 때문이다. 파도가 치면 진입이 불가능한 코스다. 나는 지난번에도 들어갔고, 이번에도 들어갔고 참으로 좋은 행운의 날을 두 번 만난 것이다. 홍도에 비하면 규모가 협소하고 작은 바위 군락들이지만 외도로 가는 길에 덤으로 보는 해금강이기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여행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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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바다 위 오롯한 섬, 사람의 손길로 가꾼 인공의 아름다움이 물씬 배인 땅이다. 배에서 내려 초입의 오르막길에서부터 손님을 맞는 나무들이 예쁜 머릿결로 줄서 있다. 어쩌면 저토록 곱게 다듬었을까. 초겨울 날씨에 푸른빛을 잃어 가는 나무도 있지만 한국 토종의 외겹 동백꽃과 남녘의 순수한 빛으로 눈뜬 식물들이 우리나라의 작은 땅, 한 영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부부교사가 전 재산을 털어 일군 섬이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뜨고 지금은 아낙 혼자의 손길로 다듬어지고 있다. 물론 외도를 다듬는 식구들이야 많겠지만 본 주인은 여자 한분만이 남은 것이다. 큰 정성과 많은 땀방울로 이루어진 섬이다. 눈물겹게 일구던 역사의 사진들을 전시해둔 곳에서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구불구불 돌고 돌아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비경이다. 어느 한구석 소홀히 하지 않고, 나무 하나에도, 풀 한포기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국산차 한잔씩 마시고 내려갔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에서야 빗방울이 떨어진다. 따스한 붕어빵 하나씩 사서 먹으며 9시 30분에 아까 타고 들어온 '거북선'이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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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 어시장
충무 어시장을 돌아보고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해변 마을의 아낙들이 저마다 탐스러운 생선을 좌판 위에 벌려 놓고 손님을 부른다. 우리는 횟감을 사 가지고 중앙식당에 들어가 그곳에서 회를 떠서 식사를 했다. 그렇게 하라는 이곳 운전기사의 말이 있어서다. 방어와 준치, 등으로 맛있게 먹었다. 밑반찬이 제대로 나오자 않아 회만 먹어야 함으로 좀 속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모두들 잘 먹었다. 준치 구이를 머리에서부터 천천히 씹어 먹으면 고소하다고, 그래야 칼슘을 모두 먹는 거라고 친구가 가르쳐주어 우리 테이블 벗들은 모두 한마리씩 들고는 그렇게 먹었다.
1시 30분, 어서 나오라는 부름을 받고 분주히 버스로 갔다. 이제 충무를 떠난다. 재래시장과 길가에는 생선과 채소 외에 통영감이 한자루씩 통통하게 담겨 널브러져 있다. 이곳에서도 감이 많이 생산됨을 알려주즌 풍경이다. 모두가 정겨운 충무 어시장의 추억으로 내 머리 속에 저장되고 있다. 시장을 뒤로 하고는 버스는 해변 시가지를 돌아 남원으로 달린다.
*남원 광한루
가을빛이 영근 광한루는 참으로 아름답다. 오작교를 건너고, 광한루에 다다랐을 때 경치는 절경을 이룬다. 나는 두 번째 왔다. 낯익은 곳이지만 오늘은 더욱 따스한 정이 흐른다. 춘향이와 이도령이 거닐며 사랑을 나누던 연못 속 나무 숲도 거닐어 보고, 광한루 높은 망루를 한바퀴 돌아도 보고, 이곳 고을을 거쳐간 원님들의 기념 비석도 보고, 춘향이 사당에 들어가 춘향이 초상화도 보고, 크고 작은 물고기가 퐁퐁 솟는 무공해 물줄기를 따라 헤엄치는 모습도 보는 등, 늦가을의 정취가 그윽한 터에서 그날의 아름다운 사랑이 서린 훈훈함에 덩달아 행복하다.
광한루를 나와 버스 주차장에서 담너머로 높다란 그네가 보인다. 그래, 바로 저거야. 나는 안에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읺던 그네를 보는 순간 친구들에게 큰소리로 알려주었다. 사랑이 시작된 그네, 지금은 움직임 없이 서 있겠지만 한쌍의 원앙처럼 동그란 사랑을 만들어낸 위대한 그네다. 석양이 더욱 곱게 그네를 물들이고, 우리는 남원 시가지의 또다른 정경을 보며 기차역을 향해 이동했다.
*남원에서 서울행 기차 승차
광한루에서 10분 거리에 남원역이 있다. 오후 5시 15분 상행선 열차를 탄다. 아쉬움에 이곳에서 하루를 더 유숙하고 가지는 제의를 하는 친구도 있다. 여행은 늘 그렇다. 불안하게 출발하지만 돌아갈 때는 일상에서 떠난 가쁜함에 이완된 몸으로 편안해지고 어딘가 더 머물다 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여행은 최저 비용의 가장 효율적인 교육이고, 질병 치료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다시 온 그대로 돌아간다. 통영에서 버스로 오며 우의를 다지던 추억도 뒤로 하고 이제는 밤을 달려 집으로 간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마주보고 앉아 담소를 나누며 간다. 오래도록 보아도 고운 벗들이다. 각자 곳곳 자신의 집 가까운 역에서 내린다. 늦은 밤길 귀가지만 뜻깊은 곰우회 여행이기게 행복하다. 내년에는 더욱 알찬 여행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