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하는 그리스도 (1320)
시모네 마르티니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 1284-1344)는
국제 고딕 화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시에나 화가 중에서 스승인 두초와 견줄만한 인물은 마르티니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비잔틴 전통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의 미술은 조토의 공간적 혁신과 우아한 형태와 곡선적인 움직임과,
인물들의 섬세한 몸짓이 엄숙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국제 고딕 양식의 선구자임을 입증해주었다.
<축복하는 그리스도>는 마르티니가 1315-20년경 그린 템페라 작품으로
현재 바타칸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마르티니는 이 작품을 그릴 즈음엔 아비뇽 궁정에서 상당한 급료를 받으며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제단화의 첨탑이나 프레델라에는 성인들의 상반신 그림이 첨부되는데,
이 작품의 형태로 보아 제단화의 중앙 첨탑 부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르티니 공방은 5폭에서 7폭 작품까지 대형 작품 제작으로 명성이 높았다.
이 작품은 정면성, 부동성을 비롯해 감정이 노출되지 않고
하느님은 인간 세계와 동떨어진 모습으로 표현되는
비잔틴 예술의 전형적인 전통을 따르지만
비잔틴 예술에서 보기 어려운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요소가 첨부되었다.
손의 위치가 바로 그것이다.
오른손은 축복하고 왼손은 책 위에 손을 얹은 모습으로
두 손이 모두 같은 공간에 놓지 않았다.
이것은 조토의 영향을 받아 공간감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 작품은 마르티니가 스승 두초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표현의 세계를 만들어가던 시기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