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우리 농장에 머피의 법칙이 생겼다. 둘째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준비가 느려서 다 함께 농장에 가기 힘들다. 남편이 농장에 먼저 가서 일하겠다고 나간 날에는 어김없이 큰 사고가 생겼다.
예초기를 대여해 시원한 시간에 제초 작업을 한다고 일찍 농장으로 갔던 남편이 전화를 했다. 비 온 뒤 젖은 땅에 예초기의 바퀴가 빠져서 꿈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급하게 달려갔더니 혼자서 왕겨 포대기를 깔고 수렁에서 탈출해 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깊이 박힌 바퀴가 겉돌기만 하고 전진과 후진이 어려웠다. 자갈들을 앞뒤로 많이 넣어주고 핸들을 옆으로 꺾어서 진행했더니 겨우 빠져나왔다.
그다음 차례 예초 작업을 할 때도 먼저 가서 일하겠다던 남편이 전화를 했다. 예초기계의 기어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임대사업소에 연락해 보라는 것이다. 9시 전이라 사무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배달해 주시던 직원분 개인 전화번호를 보내놓고 농장으로 달려갔더니 한 발도 움직이지 못한 예초기계를 직원분이 오셔서 고치고 있었다. 애를 써 보더니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새로 가져온 기계와 바꿔줘서 겨우 예초 작업을 했다.
며칠전이었다. 남편은 어깨에 짊어진 예초기로 두둑의 풀을 베겠다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둘째를 출근시켜 놓고 준비한 점심을 챙겨서 농장으로 갔다. 복숭아 밭에 가려면, 블루베리 하우스를 지나야 하는데, 하우스 물탱크 쪽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출발하면서 "블루베리 화분에 물을 줘야겠네."라고 혼잣말을 하던 남편말이 생각났다. 화분을 보니 겉이 말라 있어서 '한낮이라 햇볕이 참 뜨거운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복숭아 밭에서 남편에게 점심 먹자고 말하고 블루베리 물을 줬느냐고 물었더니 내일 줘도 될 것 같아서 물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이상하네요? 물탱크 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물을 채우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요?"남편도 나도 의아해서 하우스로 향했는데, 물탱크를 확인한 우리는 망연자실해서 할 말을 잃었다. 물탱크의 아래쪽 연결부위에서 세차게 물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모터 좀 꺼 봐요!"급하게 나온 말이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전원을 끄고 나서야 물 새는 것이 멈췄다.
"물탱크 설치해 준 업체에 전화 좀 해보세요.""일요일이잖아.""지금, 일요일이 문제예요! 농장에 비상이 걸렸는데?""좀 기다려 봐!"
남편은 공구상자에서 잠금 도구들을 챙겨 왔다. 헐거워진 밸브를 조이고 전원 스위치를 올렸는데도 여전히 물이 샜다. 밸브를 해체해서 살펴보니 이음새 부분이 갈라져 있었다. 할 수 없이 부품을 사 와서 교체했다. 새어 나온 물들을 퍼서 화분의 가장자리 마른 부분에 부어 주었다. 남편은 힘든 작업에 탱크까지 물이 새서 맥이 빠지는지 시무룩해졌다.
"화분에 물이 부족했는데, 덕분에 이쪽 한 줄은 모두 물을 줬네요!""천만다행이지 뭐예요! 어제는 농장에 오지도 못했는데 어제부터 물이 새고 있었다면 어쩔 뻔했어요?""우리가 발견해서 해결했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요."
나의 시끌벅적 호들갑에 남편도 조금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나도 물을 퍼 나르느라 온몸이 아프고 즐거울 리 없었지만, 전화위복이라고 좋게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다음 날도, 남편이 먼저 농장에 가서 예초작업을 했는데 그날도 이상한 소리가 났다. 얼른 물탱크를 먼저 살폈더니 이번에는 위쪽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전날의 절차를 밟아 다시 부품을 교체해서 고쳐 놓았다.
시공업체에서 물탱크 주변이 햇볕에 계속 노출되면 안 되니까 햇볕 차단용 가림막을 설치하라고 했었다.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바쁜 일들 해결하고 나서 찬바람 나면 가을에나 설치하자고 미루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에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다 이음새 부분이 갈라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완전! 머피의 법칙이네요! 나만 없으면 대형사고가 나네요!""당신만 오면, 사고가 나는 거지!"
아니~~~, 이런 어이없는 계산법을 보았나! 농담으로 한 말을 진심으로 받고 막......내가 아니었으면 발견하지 못하고 큰일이 났을 대형사고들을 어찌. 그렇게 해석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네...... 나의 따발총 세례에 남편은 그토록 무거운 입을 아예 닫아버린다.
머피의 법칙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꼬이기만 할 때' 쓰는 말이지만, 원래의 뜻은 '안 좋은 일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앞으로는 원래의 뜻대로 미리 대비해서 안 좋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첫댓글 우연 치고는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법칙이네요.
천생연분이란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란 걸 말하고 싶은가 보네요.
이쯤 되면 절대 필요한 사람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일하는 게 불안합니다. 장비가 동원된 작업은 더 그렇습니다~♡
머피법칙의 농부의 생활 머지않아 결실의 행복이 가득찰겁니다!!^♡^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한 겨울을 잘 버텨 나가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우여곡절 좌충우돌이 일고 난 후에 아름답게 펼쳐질 널따란 정원을 상상해봅니다
그 농원에서 자란 유실수는 부부의 열정이 들어있어 과일당도가 1등급일겁니다
그래도 글을 읽는 동안 즐거운 웃음이 번지는데 어떡하죠?
좋은 마음으로 읽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농사일이 지치고 힘들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