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여름방학이 오면 방학과 함께 일기쓰기, 식물-동물채집, 글짓기, 기행문, 독후감, 감상문, 그리기, 서예, 만들기 등 많은 숙제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생활계획표를 세워 꼬박꼬박 일기를 쓰고 적당량의 숙제도 하고 그랬는데 일주일 정도가 지나 어쩌다 한두번 동네 아이들하고 개울 곳곳에 파인 웅덩이로 멱 감으러 가고, 매미잡기, 마을 뒷동산 숲속에 비밀본부 짓기 등을 하다보면 숙제는 저 멀리 강 건너 등불이 되고 만다.
길게만 느껴지고 다른 동네 친구들 또 담임선생님이 보고 싶던 방학도 깊어져 쓰름매미가 운다. 쓰름매미는 8월 중순이 지나야 우는 매미로 이제 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는 신호다. 처음엔 매일 조금씩 하면 충분하다고 여겼던 숙제가 쓰름매미가 울고 나면 매우 많게 느껴진다.
제일 난감한 것이 일기쓰기에 날씨를 써 넣어야 하는데 지난 날씨를 도저히 다 기억을 할 수가 없다. 일기는 대충 꾸며서 엉터리로 써 놓고 날씨 쓸 곳은 비워놓고는 동네 아이들에게 물어보러 다니지만 다른 녀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동네에 공부 잘하고 착실한 여자애가 있어서 그 애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지만 남사스럽고 남녀가 유별하던 그 시절 감히 부르러 갈 용기가 안 난다.
이때부터는 그동안 보고 싶던 담임선생님이 무서워지고 개학하고 종아리에 그려질 푸른 회초리 자국이 자꾸 떠오른다, 꿈에서도.....! ^^
오늘이 8월 22일, 쓰름매미가 울어야할 계절이 이미 되었지만 동네에서도 태조산에서도 쓰름 쓰름 울어대는 쓰름매미 소리를 아직 한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나같이 쓰름매미가 울어야 밀린 방학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 지금도 있다면 올 여름 방학 숙제는 하나도 못했을 것 같다! ^^
그런데 문제는 쓰름매미가 왜 사라졌느냐이다.
공해가 심하여 살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서 일수도 있고, 온난화로 인하여 아직 쓰름매미가 울 만큼 날씨가 선선해지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후자라면 천만 다행으로 좀 기다리면 쓰름매미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전자라면 큰일이다.
쓰름매미가 살기 어려울 만큼 공해가 심해졌다면 다음에는 다른 매미들도 차례로 없어질 것이며 더 나중에는 다른 동물들도 하나씩 없어지다가 최종에는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생명체는 모두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식물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동물이던 식물이던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심혈을 기울여 연구를 하는 것이다.
모두가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 여기서는 기왕 매미에 대하여 언급을 했으니 내가 알고 있는 매미에 대한 상식을 조금 풀어 써 본다.
매미의 종류는 매우 많고 비슷비슷해서 나도 잘 모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대표적 매미 몇 종류를 열거해 본다.
1. 참매미 : ‘매~ 매암 매암 매암 매암 매암 매~~’
매미의 왕이라 할 만큼 대표적인 매미이고 이 울음 소리에서 ‘매미’라는 동물 이름이 생겼다. 매암 매암 울으니‘매아미’에서‘매미’로. 크기 중간이며 울음소리와 몸의 생김새가 좀 귀족적.
2. 말매미 : ‘매~~~~’
이놈은 몸집도 제일 크고 우는 소리도 시끄러울 만큼 매우 크다. 우는 소리가 ‘매~’로 고저 없이 같은 음 높이로 단조롭게 계속 우는데, 재미있는 것은 다른 매미들처럼 각자 아무 때나 울고 싶은 때 마음대로 우는 게 아니고 유일하게 단체행동을 한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인근의 다른 말매미들도 동조하여 일제히 따라 울고 한동안 울다가 차츰차츰 잦아들어 모두 그쳐 조용해진다. 그렇더라도 여름 매미울음소리 소음의 주범인 것만은 확실하다.
몸통 가에 노란 띠를 둘렀다.
3. 애매미 : ‘츠크츠크 씨오스 츠크츠크 씨오스 씨오스 씨오스 씨오스 츠크츠크츠크 치키치키치키 ....’
매미 울음 소리 중 가장 가락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여름매미 중 개체수가 가장 많다고 하며 크기는 작은 편.
4. 유지매미 : ‘지~~’
작은 소리로 말매미처럼 단조롭게 ‘지~’하고 운다. 울음소리가 작다.
크기도 작은 편이며 날개가 다른 매미와 달리 불투명한 편이라고 한다.
5. 쓰름매미 : ‘쓰름 쓰름 쓰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는 신호이고 애매미의 울음소리와 착각하기 쉬운데 쓰름매미의 울음소리 가락은 딱 둘이다. ‘쓰+름’
울음소리, 몸집 모두 중간 크기
## 기타
(1) 매미 울음 소리는 사람에 따라 달리 표현하지만 가락의 변화가 어떠한가를 살피면 간단히 구별이 된다.
(2) 매미의 울음 소리는 수컷만이 낸다. 매미의 수컷은 가슴과 배 사이 양쪽 갈라진 곳에 발성기관이 있어 이곳을 떨어 울음소리를 내며 암매미는 발성기관이 없어서 갈라진 곳이 없다. 우리 어렸을 때는 암매미를 벙어리매미라 하여 기형으로 생각하고 잡으면 바로 날려 보냈다.
(3) 암매미는 숫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배우자를 택하여 짝짓기를 하고 나무 줄기에 알을 낳고 알을 낳으면 바로 죽는다고 한다. 매미 알은 일 년이 지난 후 깨어나서 여러번의 탈피를 거쳐 자란 후 땅속 나무뿌리 근처에서 굼벵이 상태로 나무뿌리 즙을 빨아먹으며 2~3년, 종류에 따라서는 17년이나 땅속에서 사는 종도 있다고 한다. 나중엔 땅위로 기어 나와 나무나 풀줄기를 타고 기어 올라가 우화를 하고는 약 한달 정도 멋진 모습의 성충으로 살다가 죽는다고 하니 긴 인고의 세월에 너무나 허망하게 짧은 아름다운 삶!
쓰름매미의 울음 소리를 간절히 기다리며 ‘불당산방’에서 달빛이 씀. ^^
## 참고 : 울음소리가 가장 다양하고 가락이 복잡한 애매미 울음소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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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영상에서 들리는 소리는 매미소리여 새소리여?
나, 환장!!! 고향이 서울 한 복판이여? 대동 깊은 산골 사람이 매미소리 새소리도 구별 못하냥? 크하!!!
글구 맨 아래 '## 참고'에 애매미 소리 동영상이라고 설명도 해 놨고만! ^^
저도 쓰름매미 기억이 아련하내요!
조그마코! 예민해서 잡기힘든 매미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