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운동을 꼭 하리라 다짐한 나를 깨운 건 이젠 일상이 되어버린
휴대폰 알람의 목소를 듣고서 였다.
잠결에 문득 떠 오른 동환이 형님의 빙부상에 첨마회원들의 참석율 못지 않게
일달에서도 많이 참석하리란 기대로 벌떡 일어난다.
분명 형근이는 보영씨 강진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서 참석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했기에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용석이 출근으로 정희씨 혼자오기 힘들거란
생각은 들면서도 혹시 자전거는 탄다고 했으니 보지 않을까란 기대로
아침을 챙겨먹고 복장을 챙긴다음 상쾌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로이킴의 봄봄봄이 나의 설레는 마음에 부채질을 하며 나의 차는 한가로운
도로의 경주용이 된 것 마냥 과기원을 향해서 달려간다.
과기원에 들어서면 로타리에서 좌측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이것만
돌게되면 첨마의 출발선이자 골인지점인 오룡관 주차장이 한 눈에 보이는
기쁨을 맞이하곤 한다.
오늘도 역시 회장님의 검정색 애마가 먼저 도착하여 알람 못지않은 자신감으로
나를 반기는 것 같다. 못해도 두명이상은 뛰겠구나하는 생각속에 얼마나 뛸 것인지
나름 가늠해 본다. 요즘 부상을 딛고 일요일마다 아침일찍 가는 산행을 전혀
안잡고 마라톤이란 숙제를 하면서 부상속 힘겨움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살찌면 안된다는 조바심이 나를 여기로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내심 정체되버린
현실에 약간은 일부러란 수식을 같다 붙이곤 하였는데 오늘은 즐거운 마음으로
뛸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좋았다.
그래서 오늘 뛰면 후기를 쓰겠노라고 마음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전 주 용석이형님의
후기 또한 좋은 촉매제 역할을 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반가운 이들이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온다. 역시.. 믿음직한 울트라맨 형근이가 어부인을
모시고 일달현장으로 입성을 한다. 강진 현장보단 준비하는 현장이 더 추억되어지리라...
좀 있으니 멋진철인이 손수 운전을 하시고 나타난게 아닌가. 역시 철인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아이언맨과 울트라맨 부인은 무언가 다른 구석이 있구나란 기쁜 생각을 해본다.
용석이형님과 현숙이 누님은 분명 보일 것 같았지만 시간은 우리를 머물게 해 주지 못했고
회장님과 나 그리고 형근이가 두 여성분들을 모시고 힘찬 발걸음은 과기원을 벗어나고 있었다.
완주 코스가 자신의 체력에 맞게 짜여지고 오늘의 미션과제는 남면삼거리슈퍼와
상림수퍼의 나머지돈 찾기와 외상값 청산이 주어졌다.
일진은 삼태길로 남면삼거리슈퍼를 접수하러 가고 이진은 상림슈퍼를 접수하러 첨마는 달린다.
삼태길 접어들면 항상 우리 발소리를 듣고 밤이 찢어져라 짓는 개들소리도 오늘은 조용하다.
그 집에 얽힌 회장님이 깜짝 놀란 올누드 스캔들 사건을 들으며 웃음을 머금고 밤과
다른 맛이 있는 낮속으로 달려간다.
평일밤에는 보지 못했던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일요일 아침을 달리고 있구나란 생각을
새삼 다시하게 된다. 소나무군락이 빨간살을 비추고 논밭의 푸르름이 진흙으로 덮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첨단3단지 공사가 시작되어지는구나란 생각을 해본다.
광주연구개발특구속에 장성나노기술산업단지가 제대로 조성이 되면 우리의 달림이 터전도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회장님과 이야기 하면서 머리띠 두르고 대모 한 번 해야하는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평일 반환점을 지날때쯤 원래 반환점인 남면삼거리슈퍼에서 임가네가든으로 바뀐 이유를 알게되었다.
이유인 즉슨 약700미터 도로의 양쪽에 풀들이 우거져 달리는데 방해가 되므로 차도로 나와서 뛸 수
밖에 없어서 위험하기 때문에 반환점이 바뀐 사실을 알게되니 그 시기에 내가 부상으로 잘 나오지
못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심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렸다.
이제 오랜만에 찾는 남면삼거리슈퍼 작년은 교통공원에서 평일밤을 뛰었기에 2년만에 찾는 곳이다.
2년전 회장님이 주신 5만원에서 차감하여 2만원선정도 남았다고 해서 8월달 회장님과 형근이가
뛸 때 물어보니 적어둔 것을 찾지 못해 기억을 못한다고 했단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슈퍼 안으로 들어가 물병 두병을 들고 주인장을 불러본다. 황급히 나온 슈퍼
주인왈 "찾았어요!! 적어둔 수첩 찾았어요" 너무 반가워 하며 먼저 말을 건낸다.
돈을 꺼내 든 회장님 손이 보이기도 전에 수첩을 펼쳐 잔액을 확인 시켜 준다.
이만천원정도....회장님도 나도 미소속에 오늘 달리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질거란걸 아로 새겨본다.
시원한 물을 들이키며 한손에는 물병을 머리에는 오늘 달릴길을 그려보며 슈퍼를 나선다.
남면사무소를 지나 남면삼거리 우회전 그리고 덕촌교차로 직진신호가 녹색등을 밝히며 우리를 반긴다.
진원면 푸른들판이 영광에서 올거라 짐작되어지는 전기선로 송신탑의 훌륭한 발판이
되어지고 그 속에 풍영정천은 유유히 영산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시야에 들어오는 불태산과 병풍산을 바라보며 대충 오늘의 길을 그려본다.
진원초등학교를 지나 잘 정비되어 규모가 있는 풍영정천을 바라보며 불태산에서
홍수가 나면 상당히 빗물이 많이 내려오는구나란 생각과 함께 수완지구 때문에
이곳까지 정비가 되었을거라 짐작해 본다.
이제 상당히 익숙한 진원삼거리가 보인다. 출발전 회장님께서 진원삼거리를 지나
밤재에 오르면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기에 설마 왼쪽으로 갈까봐 내심 긴장을 하며 회장님 눈치를 살핀다.
다행이다 오른쪽으로 트신다. 하마터면 30킬로 넘게 뛸뻔했다. 오늘은 하프다.
봄에 한참 뛸 땐 장성IC까지 거뜬이 갔다오곤 했는데. 요즘 30킬로이상 뛴적이 없어서
그리고 물이 없다는 생각에 약간은 움추려든다. 곧 자신감이 붙을거라 생각되어진다.
우리들 앞에 달림이 전사가 한 명 뛰고 있다. 회장님께서는 호일마라톤이라고 아시는 분인듯하다.
뛰다가 진원면사무소옆으로 들어간다. 혹시 그곳에 화장실있나? 아님 물이 있나?
약간의 의문을 가져보며 우리는 반환점을 돈 적토마 마냥 이제 몸이 풀려 궁구저수지에
일찍부터 나오신 조사님들을 바라보며 훌쩍 커버린 측백나무의 환영인사를 받으며
오르막길을 달릴 시동을 건다.
저번주에 도로에서 일광욕을 하던 독사는 다행이 죽지 않았나 보다 위험하게
도로에 나와서 독아리를 틀고 앉아 달리는 나를 놀래키더니 차를 피해 다행이
몸을 숨겼는지 바닥에는 잔해가 보이질 않는다.
마라톤 초창기 그때는 상당히 높은 정상길이라 여겨서 밤재로 잘못 알고 있던
그곳 불태산오르는 길에서 한숨돌리고 주말마다 코를 자극하는 숫젖소들의
엉덩이를 보면서 싼 쇠고기 질긴 쇠고기 대명사가 된 육우들의 향기를
맡으며 상림저수지속으로 우리는 달린다.
이곳 저곳에서 조상님 머리깍느라고 여념이 없는 이들을 보면서 한가위가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며 아가씨 볼마냥 홍조를 띈 단감나무에서 대추도 질세라 맛들어가며
붉은기 도는 모습에서 풍성한 추석이 될거라 짐작해 본다. 그리고 다음주면 우리내 배속을
채우는 달콤한 간식이라 생각하며 혼자 웃음띠며 즐겨본다.
빠른 발걸음은 멈출 틈없이 상림슈퍼로 향해 첨마인들의 흔적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거금 1500원을 남겨두고 이진들의 뒤를 쫒아 나아간다. 저번주는 혼자 재촉하는
달림이었다면 오늘은 둘이여서 한결 여유로운 달림인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익숙한 도로를 거침없이 달린다. 오히려 익숙하지 못한곳을 뛰었기에 익숙한 곳이 한결 정겹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빨리 뛰면 거리가 가까워 지기에 가끔은 빨리
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자라봉국밥을 지날무렵 호일마라톤 그분을 만났다. 우리 첨마 원로분들을 잘 아시는 분인듯하다.
축지법을 써서 24번국도 노사로로 달려오신 듯 하다.
그래서 우리는 세명이서 과기원을 향해서 달린다.
그분도 담양IC까지 갔다고 오셨다는데 발걸음이 가볍고 힘차다.
왠지모를 기운에 질세라 속도를 높인다. 엠코옆을 지날 때쯤 다른데 들릴 곳이 있다고 살짝 빠지신다.
너무 속도를 땡겼나 보다. ㅎ
이제 회장님과 마지막 과기원을 향해 직진주로를 힘차게 달린다.
항상 이길은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곳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시작할 때는 가까운데 들어올 때는 멀다.
들어올 때도 힘이 남아돌면 가까운데 힘이 없으면 먼 거리다. 길은 그대로인데 내가 거리를 만든다.
내 마음의 거리를 당길 때 좀 더 마라톤이 익숙해 지리라...
과기원에 들어와 주차장이 보일 때 참 기쁘다. 얼마를 뛰었던 목표했던 것을
이루고 들어오는 피니쉬라인은 항상 기쁨을 선사한다.
형근이의 매끈한 맨몸(옷갈아입고있는)을 바라보니 이제 들어왔구나하고 실감을 해본다.
두 첨마전사가 안보인네..앗 보인다.. 차 사이에 앉아서 힘겨움을 달래는 것 같다. 그래도 잘 뛴것 같다.
우리가 따라가지 못했으니... 훌륭하다. 허기진 배를 국밥으로 달래러 가고 난 점심약속 때문에 집으로 향한다....
"앗 빠진게.. 있다.." 현숙이 누님이 총총걸음으로 달려온다. 상도형님 나주금성산숲길마라톤에
따라갔을거란 회장님 말씀에 반하게 현숙이 누님은 과기원에 있다. 형근이가 한소리 한다.
"요즘 누님 열심히 안하는것 같아"
그래도 오늘 많이 뛰셨단다. 항상 열심히 하시는 현숙이 누님을 보며 많은걸 배운다.
PS)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즐거운 달리기 같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나도 꼭나가려고 했는데..ㅠㅠ
멋져부러~~ 일달을 이어 주는 횐님들이 있기에~~
첨마는 영원하다..^^
후기 잘읽었네~~
특히 상림수퍼 물값부분이 감동적이네..ㅎㅎ~~
후기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이 항상 본이 되어 해 주시니 따라만 가려고 하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해 힘드네요.ㅎ
이제야 후기 읽었네..
주옥같은 글솜씨..
자넨 못하는게 없구만..
항상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자네가 고맙네. 더 많은 사람이 호흥을 해주면 나름 그 재주 발전도 시켜 보았을텐데 나름 아깝네 ㅎㅎ 그래도 가끔 나의 기억을 맞추는 퍼즐로 쓰이므로 자주 키보드 붓을 들려하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네.. 기회가 되면 자주 붓을 들고 싶다네...고맙네.
읽기만했는데도..숨이차...부러울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