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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10년’ 대변화의 시대 온다
총론 | 한국의 ‘NEXT 10 YEARS’ 3대 변수
새로운 10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향후 10년은 이전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대격변기가 될 전망이다.
‘뉴 밀레니엄’의 첫 10년보다 더 큰 변화의 시기가 예상된다.
IT·BT·NT 등 눈부신 과학기술 발달과 세계 권력지형을 양분할 G2의 패권전쟁, 선진국과 신흥국의 역학관계를 뒤흔들 인구변동,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시험대 위에 올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등 그야말로 메가톤급 변수들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거대 요인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지구촌의 향배 역시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국면이다. 격랑의 시기에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미래전망과 치밀한 대응전략이 생존과 승리의 열쇠가 된다. 1~2년 뒤 코앞을 준비하는 것은 먼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는 근시안에 불과할 뿐이다.
<이코노미플러스> 신년 특집호는 과감하게 10년 앞을 내다보는 ‘NEXT 10 YEARS’라는 커버스토리를 마련했다. 물론 어느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건 신의 영역일 뿐이다. 하지만 운명은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 ‘미래는 오늘 만들어진다’는 격언의 의미를 새겨보자.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향후 10년의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펼쳐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NEXT 10 YEARS’ 3대 변수
지속성장이냐 저성장이냐
한국호, 갈림길을 만난다
국제질서·인구구조·경제패러다임 변화 삼각파도 넘어야
“새로운 10년은 옛날 10년과는 다를 것이다. 21세기 10년은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은 평범한 단어에 어눌한 말투라도 힘이 실린다.
단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의 총수라서가 아니다. 이 회장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관한 한 매우 예민한 후각을 지닌 기업가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향후 10년은 분명 예사롭지 않을 조짐이다. 국제질서, 인구구조, 경제 패러다임 등 다방면에서 거대한 정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외 의존도와 글로벌 시장 편입도가 높은 한국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세계적인 메가트렌드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초할 수도 있다.
G2 체제와 중국 변수 ‘리스크’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를 움직여온 패러다임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냉전 종식 이후 신자유주의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워 세계를 풍미한 미국 및 서구 중심의 경제질서가 와해된 것이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2009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유력한 신념은 이제 종말을 맞았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신 질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 완전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향후 세계질서를 가늠할 수 있는 확실한 징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금융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동안에도 고성장을 이어가 마침내 GDP 기준으로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문제는 양국의 환율갈등이나 기축통화 논란에서 드러나듯이 G2 체제가 극히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향후 세계질서 주도권을 서로 놓치지 않으려는 힘겨루기를 벌이는 탓이다.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은 예단하기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오래 지속되면서 신 질서 구축이 지연되는 경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도권의 공백은 세계경제 전체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과거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처럼 적대적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양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엮여 있어서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고 중국은 최다 외환(달러)보유국이다. 당연히 극한대립은 공멸의 길이라는 사실을 양국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세계질서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에 관한 한 서로 충돌하고 경쟁할 공산이 다분해 보인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직접적인 사례다. <워싱턴포스트>는 2010년 7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강성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단 도발 이후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G2의 대결구도는 특히 한국에게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나아가 양국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 설정에도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적 관계가 냉각되면 경제적 관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둘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 치우친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출산·고령화 폭탄 째깍째깍
유엔인구기금(UNFPA)의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자녀 수)은 1.24명으로 조사 대상 186개국 중 184위였다.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홍콩(1.01명)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2명)뿐이다. 국가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가 세계 꼴찌나 다름없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선진국 평균 1.65명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엔인구기금 조사는 과거 5년 자료를 토대로 한 추정이다. 따라서 실제 추이와 차이가 날 수 있다. 2009년 국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에 그쳤다.
출산율은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올리기가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오래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높은 주택가격과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에 부부들이 자녀 출산·양육에 큰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나라다. 게다가 독신주의, 만혼의 확산 등 가치관 변화도 기름에 불을 끼얹는 결과를 낳고 있다. 참고로 거의 유일하게 저출산 쇼크를 극복한 프랑스의 경우 합계출산율 1.7명에서 2.1명(현재 인구 유지가 가능한 출산율)으로 끌어올리는 데 매년 4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재정을 15년간 투입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고령화라는 난제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2018년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더욱이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 기간이 불과 26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얻은 터다.
저출산·고령화는 간단히 말해 ‘노인의 나라’로 변해간다는 뜻이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노동력의 양적·질적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보장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나아가 내수시장 축소·저축률 하락·경제 펀더멘털 약화·사회 활력 저하 등 전방위로 부작용이 번지게 된다. 일본, 유럽 등 성장정체에 빠져든 선진국의 사례는 저출산·고령화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의 여파가 2017~18년쯤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부가 수 년 전부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타이밍이 늦은 데다 정책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5년 안에 확실한 대비를 해두지 않으면 고령사회의 저주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시한폭탄은 지금 이 순간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저성장 늪과 새 동력 확보의 갈림길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중장기 경제전망 보고서는 한국의 ‘오늘과 내일’이 얼마나 극명하게 갈릴 것인지에 대한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향후 2015년까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0~2015년 한국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3%로 32개 회원국 중 칠레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OECD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은 그보다 훨씬 낮은 2.7%로 예상됐다. 또 한국은 잠재성장률에서도 2015년까지 3.7%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상황이 급반전할 것이라는 게 OECD 보고서의 관측이다. 특히 2016~2025년 10년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8%로 뚝 떨어져 32개 회원국 중 17위로 밀려난다. 잠재성장률 역시 평균 1.8%로 내려가 18위로 퇴보한다. 불과 5년 뒤에는 한국이 저성장 국가로 탈바꿈한다는 암울한 예측이다.
OECD가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바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다.
OECD 경제전망 보고서는 향후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험난한 도전에 직면할 것임을 알려주는 전조다. 무엇보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사회·경제 시스템 개혁이 시급해졌다. 미적거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침체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에서 길을 내고,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사실 모범답안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역시 발등의 불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가족 및 노인정책, 노동시장 구조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찾아 키우는 것도 시급하다. 특히 IT·BT·NT 등 21세기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산업 경쟁력은 향후 수십 년 이상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라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신흥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경제 패권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 신기술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현 정부의 신성장동력 확보 정책은 크게 녹색성장, 융합, 서비스 등 3대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그 중 녹색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데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 슬로건이어서 가장 힘이 실리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들도 이미 그린비즈니스에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다. 융합산업 역시 IT, 방송, 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다만 서비스업 육성은 정부의 역할이 특히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매우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이를 업그레이드해 제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면 고용창출은 물론 GDP 증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해답은 실천이다.
‘NEXT 10 YEARS’ 한국 경제의 진로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010년 12월3일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진로-향후 10년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 속에 갇혀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슬기롭게 미래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SERI가 제시한 ‘향후 10년의 도전과 과제’
“글로벌 불확실성, 내수확대로 돌파하자”
한밤 중에도 수출차량 선적 작업이 한창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가 대외 환경에 내성을 기르려면 수출 의존증을 벗어나 내수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왼쪽). 백화점 세일기간을 맞아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민간소비 증대가 내수확대의 근본 동력이다.
“향후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지금은 대침체기에서 새로운 균형으로 가는 과도기다.” 첫 번째 발제를 한 김용기 연구전문위원의 진단이다.
금융위기로 경제성장률 급락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 금융 우위 경제 등 기존 컨센서스가 붕괴했지만 신(新) 질서는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향후 다가올 ‘새로운 균형(New Equilibrium)’은 어떤 모습일까?
김 위원은 ‘저성장의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의 성장동력이었던 금융산업이 위축됐고, 각국이 국가부채 조정을 위해 재정긴축을 실시할 것이며, 국제통화질서 교란 및 보호주의 확산으로 교역량 감소가 우려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 국면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대규모 재정투입 정책 덕을 본 게 사실이다. 게다가 위기 발생 초기에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주식·환율시장이 타격을 받는 등 허약 체질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향후 한국 경제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함께 강화하는 ‘안정성장’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제안이다. 특히 부문별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안정성장’을 위한 핵심 조건들은 무엇일까. 우선 신흥시장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을 보완하고 내수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불확실한 수출환경 속에서도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저성장의 시대 맞아 ‘안정성장’ 추구해야
국내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외환위기 직전 60% 수준에서 2009년 53%까지 하락했다. 1997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3.30%로 GDP 증가율 4.22%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다. 1인당 GDP 2만달러 무렵의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 민간소비 비율은 4~8%나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민간소비가 위축된 것은 가계 재무구조 악화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데다, 소득 불안정성 증대로 소비심리가 좀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잠재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크게 세 갈래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선 신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소비수요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에 비해 매우 취약한 서비스업을 육성하자고 강조했다. 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 해외 소비 상당 부분을 국내로 돌리는 게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두 번째로 재정(財政)의 적극적인 역할이 매우 긴요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심리를 증진하려면 소득감소, 실업 등 가계의 미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 가령 실업급여제도 등을 한층 강화한다면 소득흐름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소득기반의 강화다. 일자리 창출은 최우선 과제다. 청년실업, 여성의 경력단절, 인구 고령화 등은 소비확대를 막는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자산유동화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과도하게 묶여 있는 유동성을 금융자산으로 전환시켜 민간소비 여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산업구조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자동차, TV 등 주력 수출산업은 경제위기에도 세계 시장점유율을 오히려 늘리는 등 휘파람을 불고 있다. 일본이 한국 기업들을 부러워할 정도다. 하지만 한국 산업은 IT산업과 전통 주력산업에 집중된 구조인 데다, 중국 등 특정 신흥시장을 고집하는 모양새다. 또한 산업 및 기업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신성장동력 발굴과 고용창출이 미흡하다는 문제도 있다.
‘산업 입체화’로 신성장 기반 갖추자
따라서 한국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그 방향은 ‘산업의 입체화’로 제시됐다. 복득규 연구전문위원은 “장기 안정성장을 이어가는 OECD 국가의 산업구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산업 포트폴리오, 시장다변화, 전방(최종수요부문) 연관효과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입체적인 산업구조 개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 위원은 몇 가지 구체적인 전략도 내놓았다.
먼저 음식료, 제지, 의류 등 비주력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역발상이 눈길을 끈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 제고 역시 포트폴리오 강화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는 신산업 육성은 기본이다. 그는 또 한국 경제와의 적합성이 높은 ‘핵심신흥시장(KEM·Key Emerging Market)’ 30개국을 집중 공략해 수출다변화를 꾀하자고 제안했다.
단일제품(단품) 제조에 치중한 산업구조를 시스템 및 융·복합 제품 개발로 바꿔나가자는 주장도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가령 휴대전화 제조·판매에 그치지 말고 이동통신시스템을 개발해 판매하면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저(低)고용 및 이중구조(정규·비정규직 및 대·중소기업 간 근로여건 격차)가 심화된 노동시장을 개편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른바 ‘한국형 유연·안정(Flexicurity) 고용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요지는 임금과 근로시간을 유연화시키는 한편 구직자 맞춤형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고 직무능력교육 제도를 강화하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고질적인 불안정성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도와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 대외적 충격에 취약성을 자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핫머니 규제, 외환건전성 감독, 외환·자본시장 개선, 금융기관 경쟁력 제고 등이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됐다.
‘NEXT 10 YEARS’ 산업지형도
향후 10년 동안 산업 분야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TV, 자동차, 조선 등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축이자 우리 일상생활의 조건을 결정하는 산업들이다. 이런 주력산업에서 전개될 변화와 진보는 한국을 넘어 지구촌 전체에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에 <이코노미플러스>는 국책 산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위원들에게 기존 산업의 미래에 대한 10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각 산업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제시한 답변에는 향후 10년, 나아가 더 먼 미래의 산업 발달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그들이 내다본 ‘향후 10년 동안’ 혹은 ‘향후 10년 뒤’의 모습을 살펴본다.
산업연구원이 내다본 ‘향후 10년 산업의 미래’
TV·휴대전화·디스플레이·의류…
‘놀랄 만한 진화’의 시대 온다
Q.1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의 에너지 사용 비율은 어떻게 변화할까? 또 어떤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유력하게 떠오를까?
태양광 ‘선봉’…연료전지도 상용화
2008년 현재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2.43%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향후 2030년 이 비율을 11%로 제고시키는 목표를 설정하였는데, 최근의 개정 논의에서는 좀 더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예컨대 EU는 2007년 7%였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 20%까지 대폭 제고시킬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은 2025년 전력의 약 25%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다. 중국도 202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수준으로 제고시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10년 후 전 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의 절대적인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증가가 매우 급속하게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향후 10년의 초·중반기에는 태양광의 비중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풍력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비중 증가가 예상된다. 한편 연료전지는 아직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향후 10년 내에 건물용 등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가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곽대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Q.2 산업 발달을 견인할 새로운 유망 신소재는 어떤 것이 있을까?
폴리실리콘·멤브레인 수요 크게 확대
향후 신소재의 발전은 소재 자체의 기술혁신이 소재 수요를 견인하기보다는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수요산업의 발전이 신소재의 개발과 수요를 유인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지구 온난화에 대응한 기후변화협약 강화와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한 우려는 친환경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카·전기자동차·연료전지자동차의 개발과 보급이 이뤄지고, 태양광·풍력발전·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점차 확산될 것이다.
이들 신산업 또는 신제품의 발전은 신소재의 발전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자동차의 발전을 위해서는 핵심기술인 배터리 관련 기술 및 소재의 발전과 함께 보다 가볍고 강하며 내구성이 높은 친환경 스마트 소재의 개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친환경자동차의 성능 향상을 위한 고성능 모터용 전자석소재의 개발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는 태양광 수요 증가와 함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또한 풍력발전 보급이 확대되면서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용 복합소재, 연료전지용 멤브레인 등의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산업 발전에 따른 핵심 신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관련 제조기술의 발달은 물론, 2차전지 소재인 리튬, 모터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금속 등의 안정적인 확보 또한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있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Q.3 지금의 TV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인가?
3DTV·스마트TV 진화 ‘상상초월'
TV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 이상으로 변화한다.
지난 50여 년간 안방을 차지했던 아날로그TV가 2012년 말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디지털TV가 들어선다. HD 디지털TV는 아날로그TV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5.1채널의 입체음향을 제공한다. 그런데 디지털TV로의 전면 교체가 이뤄지기도 전에 3DTV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흥행과 남아공월드컵 3D방송으로 3D영상 수요가 촉발되면서 3DTV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TV의 발전은 영상, 화질, 기능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다.
첫째, 영상 면에서 현재 태동기의 3DTV가 보편화되면서 셔터안경이나 편광안경을 착용할 필요가 없는 무안경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 기술발전 속도로 미뤄 2015년쯤 무안경식 3DTV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3DTV는 더욱 발전해 실감TV로 진화할 것이다. 실감TV는 3DTV의 입체감과 아울러 미각·후각 등 오감을 통해 사실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TV다. 드라마에서 식사 장면이 나올 때, 시청자는 된장찌개와 김치 냄새를 맡으면서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식욕을 느끼게 된다. 또 연인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도 장미 향기를 같이 마실 수 있게 된다.
둘째, 화질 면에서 초고화질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 HDTV는 1920×1080의 200만 화소인데, 앞으로는 UHDTV(Ultra High Definition TV)가 출현하면서 800만 화소로 4배 높아지고, 더 나아가 3300만 화소로 해상도가 지금보다 16배 이상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HDTV만으로도 출연자들의 땀구멍까지 선명히 보이는데, UHDTV에서는 사람은 물론 나뭇잎 하나, 먼지 한 점까지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된다.
셋째, 기능 면에서는 모든 TV가 스마트화하면서 ‘보는 TV’에서 ‘사용하는 TV’로 변화할 것이다. 스마트TV를 통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아 실행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트위터로 시청 소감을 서로 나누며, 나만의 개인화된 콘텐츠를 꾸밀 수 있게 된다. 즉 TV에 PC 기능을 결합하여 스마트TV 하나로 디지털 라이프가 가능하게 된다. 또한 지능화 기술을 채용하여 사용자가 화면을 향해 손동작을 하거나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이를 인식하여 작동하는 스마트TV도 나올 것이다.
Q.4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을 지나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지능형 멀티미디어 융합폰’ 등장
최근 휴대폰은 통신기기 역할에서 벗어나 정보기기에 가까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있다. 통신서비스·기술이 발전하고 모바일화와 융합화가 진전되면서 음성통화 중심의 단말에서 무선인터넷, 데이터통신, 멀티미디어와 PC기능 구현이 가능한 정보단말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휴대폰의 모습을 단정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휴대폰 기능과 사용자환경(UI)은 현재 스마트폰보다 휴대·사용 편의성, 고효율·저전력 차원에서 획기적으로 진보하는 한편 일상생활에 매우 친화적인 ‘차세대 지능형 멀티미디어 융합폰’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판단해 실시간으로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하드웨어적으로 차세대 멀티코어 CPU 및 멀티미디어 칩 등의 탑재로 고성능의 PC 기능 및 멀티미디어 구현이 매우 용이해질 것이다.
둘째, 미래 휴대폰은 실감 화질의 3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3D 영상회의 및 게임 등이 가능하고, 나아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및 소재가 적용되어 손목 등에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도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고령화 및 웰빙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체착용 또는 부착형 플렉서블 통신단말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모바일용 반도체, 센서 및 관련 SW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시각·청각·촉각·후각 등의 오감통신 및 지능형 상황인식 컴퓨팅 기능이 휴대폰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휴대폰은 건강·안전·바이오·환경 등을 관리하는 생활기기로 활용되고, 탐사용·의료용·군사용·스포츠용 등 분야별 활용도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미래 휴대폰은 다양한 첨단 기능의 활용성과 휴대 편의성을 위해 고효율·저전력 융합기술, 무선충전 또는 태양충전 등의 차세대 전지도 적용될 전망이다. 또한 휴대폰의 입출력 방식도 터치스크린, 음성 및 모션 인식 등의 다양한 방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향후 휴대폰은 IP 기반의 4G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차세대 Wi-Fi, 차세대 모바일 방송 및 융합서비스 등을 동시에 지원할 전망이다. 또 모바일 SW 및 콘텐츠의 획기적인 발전 덕에 휴대폰을 통해 지능형 검색 및 번역, 획기적인 3D 증강현실 서비스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Q.5 정부가 예상한 ‘1가구 1로봇 시대’는 과연 열릴까?
가사로봇, 교육로봇 등 보급 기대
향후 10년 후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1가구 1로봇 시대의 도래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가능성은 크게 3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들 수 있다. 2010년 12월 정부는 세계 3대 로봇강국 달성을 위한 서비스로봇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였는데 융합신성장산업의 첨병으로 서비스로봇을 지목하여 범 정부 차원의 육성전략을 내놓았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로봇기술 역량 측면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영어교사 로봇을 2010년 세계 최고 발명품 50개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한국의 로봇기술은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 번째는 시장성과 기술 경쟁력을 감안한 제품 개발을 들 수 있다. 시장 돌파형 로봇 및 융합제품 가운데 ‘베스트(BEST)-8’을 2011년 중에 선정하여 체계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시장 확대 및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청소용 로봇의 실용화 확대는 물론 10년 후 가구당 소득수준의 향상을 전제로 가사도우미 로봇, 교육용 로봇 등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가정에 보급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Q.6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 비율은 얼마나 높아질까? 또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의 대세가 될까?
친환경차 비율 40% 육박할 듯
세계 유수의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되는 클린디젤과 휘발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이어 디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경쟁적으로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휘발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유럽 업체들이 클린디젤과 디젤 하이브리드의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GM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시트로엥, 일본의 닛산과 미쓰비시가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하자 기존의 완성차업체들과 벤처형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자동차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친환경자동차 수요가 세계 자동차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보다 배증한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 중 절반가량을 클린디젤 자동차가 차지하겠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12%,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자동차 수요도 9%를 점유할 예상이다.
201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자동차 수요는 세계 자동차 수요의 1%에도 못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수요는 2020년까지 완만히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부품의 성능과 가격이 하락하고 탄소섬유 등 경량 신소재의 사용 비중이 증가하는 한편 스마트그리드와 가정용 충전기, 공공 충전소와 배터리 교환소 등 하부구조 구축이 확산되면서 급증할 예상이다.
전기자동차는 2045년에 세계 자동차 수요의 절반을 상회하면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각종 난제를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전까지 친환경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전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주력산업팀장
Q.7 휘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될까? 상용화된다면 어떤 제품에 어떤 방식으로 쓰이게 될까?
둘둘 말아 휴대하는 디스플레이 출현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어느 날, 친구와 약속이 있어 커피숍에 간다. 경기 시간이 되자 주머니에서 작은 직사각형 케이스를 꺼내 테이블 위에 쫙 펼쳐 25인치 TV로 만들었다. 몇 초 후 선명한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만지면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내니 전기코드도 필요 없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를 사용한 TV의 상당히 진화된 모습이다. 10년 이내에 이런 광경을 볼 기회는 오지 않겠지만, 접을 수 있는 TV나 말아서 휴대성이 높아진 PC모니터는 시장에서 접할 가능성이 크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쉽게 말해 둘둘 접거나 구부릴 수 있으면서 디스플레이 기능을 그대로 발휘하는 화면장치를 의미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탄생하려면 몇 가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 차세대 신소재가 등장해야 한다. 그래핀(Graphene: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 벗긴 탄소나노물질)은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이 바로 그래핀 발견이다. 그래핀은 다이아몬드보다 2배 강하면서도 잘 휘고 투명할 뿐 아니라 구리보다 전기가 10배 이상 잘 흐른다.
두 번째는 유리 기판을 대체할 플라스틱 기판의 개발이 필요한데, 휘는 기판이어야 하므로 플렉서블화를 가능케 하는 가장 핵심기술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기판은 화질을 좋게 하는 회로 구현에 어려움이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이 특수플라스틱 소재로 휘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기술적으로는 고화질 플렉서블 제품 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는 대형화 기술 확보다. 대형화가 된다면 기존 디스플레이의 모든 분야에 대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선 OLED가 가장 유망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형태이지만 대면적화가 쉽지 않다는 애로가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가장 초보적 단계는 전자종이인데 플라스틱 기판의 전자책 형태로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전자종이는 광고판, 대형간판 등에 사용될 수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그 사용처는 아주 다양할 것이다. 작게는 착용 가능한(wearable) 휴대용 소형 디스플레이가 스마트의류에 시범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접을 수 있는 PC용 모니터가 될 것이다. 10년 후부터는 이러한 모니터를 몸에 휴대하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TV용 디스플레이인데 초박막이면서 접히는 디스플레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융합산업팀장
Q.8 반도체 산업의 나노 기술은 어디까지 발달할까? 또 이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기술 등장 ‘10나노’ 돌파 예상
반도체 산업의 나노기술은 2015년 전후에 20나노를 돌파하여 10나노급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율을 높이기 위해 웨이퍼 크기도 450㎜ (기술 로드맵상 2013년이나 실제는 다소 늦어질 듯)로 확장이 예상된다. 이런 신기술을 완전히 활용하면 현재 사용되는 하드디스크와 같은 용량의 칩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자연스럽게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2020년 이후에는 10나노 이하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공정기술, 새로운 구조, 신물질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물질구조를 다루는 사상 초유의 첨단장비를 갖춰야 하기에 엄청난 투자비(현재의 2~3배)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메모리가 개발되면 저전력으로 고속의 데이터 교환이 가능한 휴대정보단말기 개발이 가능하고, 통신시장에서는 풀 하이비전 영화를 몇 초 내에 다운로드하거나 대기 시 사용전력이 들지 않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Q.9 세계 1등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은 어떻게 변해갈까?
‘물량’ 1위 뺏겨도 ‘고부가’ 1위 고수
향후 10년 동안 조선산업의 공급 측면 구조 변화는 조선시황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세계 조선시장은 발주 기준으로 2007년을 정점으로 급하강했고 최근 약간의 회복 기조를 보여 왔다. 세계 조선시장의 호황과 함께 급성장한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상과 달리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기존 투자 지속, 금융 등)을 배경으로 3가지 지표(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에서 세계 1위국이 되었다.
중국이 금융위기의 타격에도 수주 점유율을 40% 이상 가져가고 건조량을 배가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국의 거대한 경제규모가 있다. 세계 자원을 흡수하면서 대규모 벌크선이 발주되었고, 에너지 개발 및 수요와 연계되어 LNG선 발주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조선산업을 계속 중점육성 대상 산업으로 육성해 간다면 세계 조선 1위는 중국에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여진다.
그러나 한국의 높은 생산성과 고품질 건조선박의 강점은 시장이 정상화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선박 발주가 이뤄질 때 발휘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친환경 선박 요건은 선종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트렌드이고, 아직까지는 국내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LNG-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드릴십(Drillship: 해저시추선) 등 해양플랜트 분야의 높은 시장점유율도 상당 기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향후 10년 후 물량 측면에서 중국이 1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Q.10 첨단섬유·기술을 기반으로 의류산업에도 혁명이 일어날까?
건강 챙기는 똑똑한 ‘지능형의류’ 등장
미래 의생활 소재로 각광받는 첨단섬유는 IT, BT, NT 등 신기술과 결합하여 옷을 단순히 입는 것 이상의 기능을 발현하도록 하거나 소비자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쉽게 골라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디지털기술과 결합한 지능형의류가 의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다. 지능형의류는 인체 내·외부의 환경요인을 감지하여 그에 적합한 기능성을 발현할 수 있는 최첨단 의류로서, 특히 헬스케어용 의류가 가장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체온·심박수·혈압 등 인체신호를 감지하여 의료감지기에 신호를 보내 위급 시에 신속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센서를 통해 온도·습도·오존지수·자외선지수 등을 측정해 항상 인체를 건강하고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게 할 수도 있다. 지능형의류 수요는 인구고령화 진전 및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 증대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옷도 의약품, 식품, 운동처럼 건강 증진 및 유지에 도움을 주는 시대가 오는 셈이다.
소비자가 옷을 사려면 매장에 방문해 진열된 옷들 중 사이즈나 디자인이 자신에게 맞는지 착용해보는 등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이 보편화되었지만 이 역시 사이즈나 색상, 디자인 등을 실물처럼 확인하기 어렵고 구매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해야 하는 불편함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의류기술은 다르다.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인체치수 정보를 입력하고 원하는 색상, 디자인 등을 고를 수 있다. 또한 의류생산업체는 소비자의 인체정보 및 소비자가 선택한 패션 콘텐츠를 전송받은 후 패턴을 제작하고 피팅(fitting)하는 과정을 통해 주문·제조·판매 관리가 쉬워져 소비자 니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임자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부연구위원
장석인 KIET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 인터뷰
“한국 산업은 ‘프런티어’에 와 있어…
신산업 선점 전략으로 앞날 뚫어야”
신산업 금융지원·원천기술 확보·중국 활용이 ‘미래 열쇠’
“한국 경제와 산업은 이제 ‘프런티어’에 와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TV, 휴대전화 등 몇몇 분야에서 한국산은 ‘세계 톱(top)’입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세계 완제품 산업을 주도하고 있어요.
저는 프런티어 업종들이 향후 10여 년 정도는 계속 잘할 것으로 봐요. 무역규모가 커지는 만큼 더욱 주도권을 행사할 겁니다.”
장석인 소장은 한국 산업의 향후 10년을 비교적 낙관했다. 여러 도전과 고비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순항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다만 산업정책 개선, 신산업을 위한 금융시스템 강화, 원천기술 확보 등 몇 가지 중요한 과제도 제시했다. 이런 숙제들을 풀어야만 한국 산업 경쟁력의 진정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한국·중국·일본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잡는 한편 중국의 추격을 떨칠 수 있을까요?
“지난 10년의 가장 큰 변화라면 ‘우리도 일본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아닐까 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소니 TV를 앞설 메이커를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상전벽해 아닙니까?
중국과의 경쟁도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은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예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조선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의 요구를 잘 맞추면서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중국과 차별화됩니다.”
장 소장은 한 가지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2010년 초 어느 날 주한 중국대사관의 1등 서기관이 장 소장을 찾았다. 뭔가 자문을 구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뜻밖의 방문이었지만 장 소장은 손님을 정중히 맞았다. 특히 G2로 부상한 중국의 저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런데 그 서기관은 전혀 예상 밖의 말을 꺼냈다고 한다.
“중국은 세계인들이 자국을 G2라고 평가하는 시각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부적인 문제가 많다는 걱정도 털어놓더군요. 지난 30년간 중국은 단 한 번도 경제성장이 꺾이지 않았어요. 뒤집어 보면 지금부터 ‘구조조정’이라는 큰 난제에 당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 서기관은 실제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시책이 벽에 부닥친 사례를 들려줬습니다. 여러 성(省)에 중복 투자된 공장들을 한쪽으로 통합했더니 다른 쪽 성의 경제가 크게 위축되더라는 거죠. 그 때문에 지방 정부간 갈등도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국은 석유위기, 쿠데타, 외환위기, IT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매번 다시 일어났지 않느냐? 대체 그 비결이 뭐냐’고 궁금해 했습니다.”
장 소장은 막연히 중국을 두려워하지는 말자는 취지로 에피소드를 꺼낸 셈이다. 오히려 중국의 경제성장을 더욱 활용하자는 게 그의 견해다. 무엇보다 중국이 1인당 GDP 1만달러에 도달할 때까지는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자동차, 석유화학, IT 등 부품 비율이 70% 이상이다. 우리 부품산업 성장에 중국 시장이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단계를 벗어나 중국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해 대중 비즈니스의 결실을 더욱 확대할 때라는 게 장 소장의 조언이다.
IT와 산업의 융합 현상이 심화되고 녹색성장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습니다. 이런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한국은 그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요?
2000년대 IT붐을 계기로 휴대전화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 그런 사례죠. 그런데 ‘녹색성장’은 참 이례적인 케이스예요. 보통 OECD가 새로운 의제를 내놓으면 우리는 그걸 따라가는 게 그간의 관례였는데, 녹색성장은 OECD 각료회의가 ‘한국을 봐라. 테마를 잘 잡은 것 같다’며 오히려 따라온 경우예요. 제가 산업연구원에 25년 근무하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 봤습니다.”
하지만 자만할 때도, 안주할 때도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점도 많은 게 현실이다. 장 소장은 “우리 기업들은 ‘보이는 것’은 잘 따라잡는데, ‘보이지 않는 것’에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신뢰, 협력, 창의성, 콘텐츠 등 비즈니스 생태계의 토대를 이루는 무형의 자본들을 의미한다. 그는 “스티브 잡스를 보면 우리 현실을 비출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IT 응용 분야만 해도 그래요. 처음엔 한국이 빨랐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경우 IT를 응용한 시스템, 서비스 등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어요. 미국은 서비스 산업이 매우 분화, 전문화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고 성장동력도 되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뭐든 ‘통’으로 해결하는 걸 선호하는 문화가 팽배해 전문화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크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산업계는 원천기술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직까지도 원천기술 취약성은 심각합니다. 무역외수지를 들춰보면 ‘기술료’나 ‘특허료’ 명목으로 유출되는 규모가 엄청납니다. 또한 한국, 미국, 일본의 비슷한 종류, 비슷한 가격대 제품을 비교해보면 한국 제품의 부가가치율이 미·일보다 5~10% 정도 낮아요. 우리 원천기술이 부족한 사실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입니다.
정부가 원천기술 확보에 힘쓴다고 하지만 ‘원천’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하면 관련 부처 간에 서로 자기 영역이라고 주장해 혼란과 다툼이 빚어지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단기 성과주의에 치중하다 보니 3~4년 만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라고 압박합니다. 이런 풍토 때문에 정작 원천기술은 안 나오고 응용기술, 개발기술만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선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R&D 투자의 효율성이 과연 담보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장 소장은 국내 R&D계의 또 다른 부조리한 현실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원천기술은 결국 과학기술자들이 개발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자 풀 자체가 좁아요. 이공계 회피 현상이 얼마나 심각합니까? 게다가 학연으로 뭉쳐 이너서클을 만들고, R&D 과제 선정과 평가를 자기들끼리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정말 ‘난장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향후 10년 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칠 새로운 주축산업의 등장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과거 역사를 보면 농업국가였다가 어느 시점마다 경공업, 중공업이 툭툭 튀어나왔지만 이제 나올 산업은 다 나온 게 아닐까 합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봐도 한국의 10대 주력산업이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과거 산업화 시대처럼 새 공장을 여기저기 막 짓는 그런 모습보다는 기존 산업이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아 성장하다가 자연스레 새 주축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LED, 전기자동차,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이 그런 사례지요. 개인적으로 향후 10년 동안 가장 주목할 산업은 자동차용 2차전지가 아닐까 합니다. LG화학이 세계 시장을 잘 닦아왔지만 그 기반 위에 다른 혁신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분명한 것은 강력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제2의 삼성’, ‘제2의 현대’ 같은 기업이 등장해 과감하게 신산업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산업은 선점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
장 소장은 요즘 고민 중인 한 가지 화두를 풀어놓았다. 금융과 산업의 올바른 관계설정에 관한 것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리스크 테이킹’을 꺼린다. 그러다 보니 신산업에 대한 자금수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작은 기업들은 금융조달이 막혀 사업전개에 많은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신산업의 타당성·사업성을 분석하는 기법을 적극 개발해 유망기업을 지원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민정부 때는 ‘첨단산업’, 국민의 정부 때는 ‘지식산업’, 참여정부 때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그리고 이번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이 산업정책 구호입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또 뭔가 새로운 이름을 붙인 신산업 정책이 나오겠지요. 제가 20년 이상 역대 정부의 산업정책을 모두 경험하고 신산업 평가를 해본 끝에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팬시’한 신산업 아이템을 좇을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NEXT 10 YEARS’ 유망기업
한국 기업사(史)를 돌아보면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시대마다 주역이 달라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강자가 어느 순간 뒤안길로 사라지고, 어제의 약자가 갑자기 급부상한 사례가 허다하다.
향후 10년은 어떨까? 대우증권은 2010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40년 경험에서 미래 10년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스페셜 리포트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대우증권은 향후 한국 증시를 이끌어갈 10개의 유망종목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애널리스트 19명이 머리를 맞댄 끝에 내놓은 ‘톱픽(최선호주) 10’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현대건설, 엔씨소프트, LG이노텍, 오리온, 테라젠이텍스 등 10개 회사다.
전통의 강자들이 다수를 이룬 가운데 신산업의 다크호스들도 눈에 띈다. 대우증권은 왜 이들 10종목을 선택했을까? 그들의 논거를 통해 내일의 증시 주역에 대한 윤곽을 잡아보자.
대우증권이 콕 찍은 ‘향후 10년 톱픽(TOP PICK) 10’
삼성전자 등 기존 강호 세력 유지
신산업 유망주 도약에도 시선 집중
삼성전자
향후 5년간 삼성전자는 기존 비즈니스의 혁신을 추구하는 ‘변혁기’를 맞는다. 반도체 부문은 세계 최고 원가 경쟁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또 디스플레이 부문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로의 전환기에 글로벌 선도자 역할이 기대된다. 휴대폰 부문에서는 스마트폰 업체 위상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 5년간은 신성장동력 부문이 결실을 맺어가는 ‘신성장기’다.
반도체, LCD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부터 태양전지 부문에서 연 매출액 5조원 이상의 실적이 예상된다. 2020년에는 바이오·헬스 부문이 삼성전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세계 바이오 시장은 2010년 1800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 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투자 능력과 인수합병(M&A) 여력 등을 바탕으로 바이오 부문에서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포스코
국내 철강산업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2014년부터 국내 철강 수요는 본격적인 둔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 철강업체들의 증설 탓에 당장 2011년부터 공급과잉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포스코는 2005년부터 철강산업 경쟁 심화 및 수요 둔화를 예측하고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해외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는 2014년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또 파이넥스 공법 같은 친환경 분야 경쟁력은 향후 환경 관련 비용 증대가 철강업계에 고정비 부담 증가로 작용할 경우 포스코의 원가 경쟁력 우위를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차)의 세계 시장 자동차 판매량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6.9% 성장해 2020년에는 108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점유율은 10% 이상으로 글로벌 ‘빅3’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가치 상승, 신흥시장 장악력 확보, 수직계열화를 통한 종합적인 제품경쟁력 제고 등이 현대차의 약진을 이끌 견인차다. 또 2012년까지 플랫폼 통합 완료, 주요 차종 라인업 재구축으로 R&D 비용 및 재료비 절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달성해 수익구조도 ‘레벨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현재 8%에서 2015년 이후 10%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구품질지수, 소비자만족도 등에서 최상위권 진입이 원동력이 된다.
LG이노텍
향후 10년간 LG이노텍의 가장 큰 성장동력은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이다. LG이노텍은 에피웨이퍼, 칩, 패키지, 모듈 등 LED 가치사슬을 모두 확보한 국내 유일의 상장회사다. LED의 가장 궁극적인 시장은 조명 분야다. 백열등, 형광등은 향후 LED로 모두 대체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LED 조명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그룹 차원의 집중적인 투자도 LED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LG이노텍은 LED BLU(백라이트유닛) TV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LED 조명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테라젠이텍스
테라젠이텍스는 ‘DNA 분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업체로 평가된다. 현재 DNA 분석 시장은 연구소 중심이지만 향후 5년 동안 헬스케어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급성장이 예상된다.
DNA 분석 시장 확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진단 및 신약 시장 탄생을 가져오는 등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테라젠이텍스는 2010년 인간 유전자 분석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부터 진단, 식품, 환경 분야 사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R&D 기간이 오래 걸리는 신약 사업에서는 2018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이 예상된다.
기타
이밖에 대우증권은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현대건설, 엔씨소프트, 오리온 등 5종목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조선소에서 종합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해 향후 10년간 글로벌 선도 중공업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또 신한지주는 비(非)은행 자회사의 높은 역량을 강점으로 꼽았다. 신한지주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 기여도는 다른 금융지주의 약 2배에 달한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원자력 분야 플랜트 경쟁력이 그린 에너지 시대에 빛을 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엔씨소프트는 해외 온라인게임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중요한 기회 요인이고, 오리온은 프리미엄제과 시장 지배력과 함께 중국 등 해외 시장 실적 증가세를 주목해야 한다는 게 대우증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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