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토나이트(떡돌) 9일 오후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직원이 포항에서 채굴된 벤토나이트(떡돌)를 들어보이고 있다. 배형욱 기자 포항에 흔한 '떡돌'이 간암치료제?…신약 원료 급부상 매일신문 배포 2019-12-09 간암치료제 흡수율 최대 50배↑… 매장량 1천만t 넘어 상업화 기대 2015년부터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신약 개발 노력 성과… 10조원대 세계 신약 시장에 도전장 ㈜바이오파머 신약 후보 물질 5종 기술 이전받아 임상시험 등 상용화 추진 경북 포항에서 가장 흔한 광물 벤토나이트, 이른바 '떡돌'이 간암·대장염·헬리코박터·고혈압 신약 후보 물질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떡돌이 들어간 이들 신약 후보 물질은 동물실험을 통과했고, 상업화 단계를 눈앞에 뒀다. 9일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주)바이오파머가 신약 후보 5종 기술이전 협약식을 갖고 있다. 배형욱 기자 9일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주)바이오파머가 신약 후보 5종 기술이전 협약식을 갖고 있다. 배형욱 기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자연)은 9일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 5벤처동에서 간암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 5종 기술을 ㈜바이오파머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신약 후보 물질은 '체내 흡수율 개선 간암치료제', '염증성 대장염 치료제', 제균력 향상 헬리코박터 치료제', '제어방출 고혈압 치료제, '세균성 대장염 치료제' 등이다. 9일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열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약 후보 5종 기술이전 협약식에서 강일모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장이 사업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9일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열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약 후보 5종 기술이전 협약식에서 강일모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장이 사업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지자연과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간암치료제 물질의 경우 기존 치료제(소라페닙)에 벤토나이트를 정제한 성분을 섞어 동물에게 주입했더니 혈중 약물 농도와 체내 흡수율이 50배와 26배 각각 개선되는 결과를 얻었다. 간암치료제 시장은 2018년 기준 3조원대로, 연간 10.2%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새로 개발된 약이 거의 없어 1개 업체가 독식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신약 후보 물질이 상업화된다면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신약 후보 물질도 벤토나이트 성분과 섞었을 때 체내 흡수율을 높이거나 나쁜 균이 자라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등 기존 상품화된 치료제의 성능을 월등히 높이는 효과가 동물 실험에서 입증됐다. 간암치료제를 비롯한 5종의 신약 후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10조원 이상의 세계 신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된다. 벤토나이트는 메디컬 점토로 활용될 수 있는 대표적 국내 광물로(매일신문 2017년 8월 31일자 1·3면), 한국 동남권에서도 특히 포항에 1천만t 이상 매장돼 있다. 벤토나이트의 가치를 알아본 지자연은 2015년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를 북구 흥해읍에 세운 뒤 의약·화장품 활용 연구를 본격화해 서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연세대, 한동대 등과 이번 성과를 만들어 냈다. 신약 후보 물질 기술 이전을 받는 바이오파머는 지자연이 지분 39%를 가진 합작 회사로, 기술 이전비는 20억원 규모다. 포항테크노파트 5벤처동에 입주하게 될 이 회사는 조만간 제약 기업으로서 인정받는 '포항강소연구 개발특구 1호 연구소기업'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의약품 제조 시설이나 수입이 없더라도 신약 연구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을 제약 기업으로 인정하도록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개정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덕분이다. 바이오파머는 연구소기업 등록을 추진 중에 있으며, 앞으로 벤토나이트 등 메디컬 점토와 약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지자연 김복철 원장은 "포항의 벤토나이트는 칼슘을 포함하고 있어 화장품부터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첨단 바이오산업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모든 연구자가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이상원 기자 seagull@imaeil.com 배형욱 기자 ship@imaeil.com [야고부] 돌 조향래 논설위원 오랜 세월 일편단심 돌을 그려온 작가가 있다. 맑은 물속에 잠긴 조약돌을 진짜 돌보다 더 돌같이 그린 화폭에는 작가의 고향인 영덕 바닷가의 숨결이 배어 있다. 그런데 돌이 품고 있는 세월의 결마저 드러내는 작가의 필치와 색조의 궁극은 무엇일까. 이른바 '석심'(石心)이란 명제의 그 가없는 조약돌 연작 속에 숨어 있는 화가의 내면 풍경은 어떤 것일까. 그 해답은 그림 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비의 몸짓에서 찾을 수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있어 돌은 바야흐로 생명력을 얻는다. 나비를 맞고서야 돌은 작가의 그리움을 머금고 이상향으로 비상한다. 어느 날 바람처럼 황망히 사라진 나비였다. 차안(此岸)을 떠난 나비는 피안(彼岸)의 화폭에서 그렇게 날개를 편다. 그래서 '조약돌 화가' 남학호의 작품 '돌과 나비'는 불이(不二)의 세계관을 상징한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옛말이 있듯이, 자고로 '돌'에 대한 우리 정서는 귀한 편은 아니었다. 삼천리 강산에 흔해 빠진 돌이 무슨 특별한 가치가 있었을까. 게다가 '돌'자가 접두어로 붙으면 그 의미가 더 악화되기 일쑤이다. '돌X가리' '돌상놈' '돌무식' 등이 그 사례들이다. '돌쇠' '삼돌이' 등 '돌'자가 들어가는 사람의 이름도 예로부터 신분이 낮은 하인들이었다. '돌'자는 한자로는 '乭'로 쓰는데 한국에서만 쓰는 희귀한 글자이다. '乭'자가 들어간 이름 또한 극히 드물어 구한말 영덕의 평민 출신 의병장 신돌석(申乭石)과 오늘날의 프로바둑기사 이세돌(李世乭) 정도이다. 그런데 흔하면서도 특별한 돌이 등장했다. 이른바 '떡돌'이다. 포항에서 '떡돌'로 부르는 광물인 벤토나이트가 간암·대장염·헬리코박터·고혈압 신약 후보 물질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동물 실험을 통과해 상업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벤토나이트는 메디컬 점토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의 대표적 광물로,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포항에 1천만t 이상 매장돼 있다. 간암 치료제를 비롯한 5종의 신약 후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10조원 이상의 세계적 신약 시장을 열게 되는 것이다. 동해안의 평범한 돌에 아픈 이들의 염원을 보듬은 나비가 앉아 석심대작(石心大作)을 이루는 것인가. 매일신문 / 2019-12-13 조향래 논설위원 bulsajo@imaeil.com http://www.koreacolor.com 멋진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