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不拾遺＜도불습유＞를 실천하는 사람들

[고은글씨]

道不拾遺<도불습유>를 실천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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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불습유(道不拾遺)    

                                    

도불습유(道不拾遺)라.
참 좋은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는다"는 뜻이니 돈을 말함도 물론이다.
얼마나 깨끗한 양심이면 길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을까.

나는 이 말이 꼭 '길바닥에 떨어진 어떤것을 꼭 줍느냐 않느냐  하는 양심 차원의 성어가  아니고 나라가 태평하여 성대를 맞으면 자연 누가 시키거나 법으로 만들지 않아도 도덕이 지켜진다는 사회적윤리 현상이라보는데 이는 시민도덕의 최상위 현상이다.

나는 서실, 교실에서 삼불원칙(三不原則)을 지키고 학생들에게도 그러라고 이른다.
삼불(三不)이란 문자 그대로 "세가지를 삼가 아니한다"는 뜻이니 곧 교실안서 종교적 편견 있는 이야기, 정치적 색채가 편향한 이야기, 지방적 색깔이 농후한 이야기다.
이 셋은 다 뜨거운 감자다.

주제가 종교색채를 띄거나, 지나치게 여야에 쏠린 정치적 코드가 다른 이야기거나  경상도니 전라도니 충청도니 하여 지방적 색깔이 분명한 이야기는 대중을  크게 양반(兩班)으로 갈라지게 만든다.
책도 기독교인은 절대다수 불교 서적을 읽지 않으려하고, 불교인은 대부분 기독교 서적을 경원한다.

인성의 교화적인 면에서는 공감하면서 결론적 귀결이 다르다 보니 사상의 심연에 몰입하는 독서열은 없다.
그래서 필자도 많은 글을 쓰고 책을 냈어도 특히나 종교적 표현은 인용수준에 그친다.  자칫 수준을 넘어 주관적이 되면 뜨거운 감자가 될 수있으므로  종교적 표현 내지는 평단(評斷)은 삼간다.

그런데 블로글이라 해도 다를게 없다.
블로그 색깔이 정치적, 지방적, 종교적 편견의 색채가 짙으면 방문자가 나가버린다. 쓸데없이 주관적이 되다보면 친구까지 잃는다.
그래서 당연히 중립을 지키다 보니 글제들이 모두 개성부족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오늘, 그동안 수년을 가족 보듯, 어쩌면 형제보다 더 자주 만나기를 삼년이 넘게 하며 글씨를 한 교실에서 쓰신 L 어르신이 남은 여생을 자식과 동락하려고 도시 기반 좋고 공기도 좋다는 세종시로 이주하신다 하며 마지막 수업을 가지셨다.

화제가 대부분 나이 많으신 분들인지라  자주 노인 컨셉의 대화 주제가 오가는데 오늘은 노인건망증이 도마에 올랐다.
나도 건망증이 심하여 최근 전철에서 배낭을 잃어버렸다가 다행으로 되 찾은 고사를 소개했다.
뭘 하도 많이 잊어버려 이제는 건망증에 당한 이야기가 혹간 있어도 털어내기 조차 창피하고 민망한데 오늘은 대화에 참을성 있게 수일 전 당한 이야기를 목구멍 까지 올라온 것을 참다 결국  또 털어놓는 추를 범했다.

경험의 이야기 전말은 생략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런 저런 것들을 길바닥에, 전철안에, 버스간에 잃어버린 고사들까지 겸해 들으시던 L어르신이 자신은 잃어버린 것이 아닌 주워 득 본 이야기를 선 뵈신다.

"난 한 번은 길을 걸어가는데 내 앞 멀치감치 앞에서 두세 여자가 가방을 들고 가더니 멈칫 길바닥을 보고는 뭘 줍더라고, 딱 보니 몇 사람씩 전도하려 몰려다니는 여호와 증인들 이더라구, 그러더니 다시 몇 걸음 더 가더니만 자기들 끼리 뭐라뭐라 의논을 하는거 같더라고, 그러더니만 되돌아 와서는 그 자리에 살며시 도로 놓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구.
그래서 내가 천천히 뒤따라 가다가 뭔가 하고 봤더니 돈이야, 오만원 짜리 돈이더라구. 그래서 얼른 내가 주워 가졌지. 내가 안 줒으면 누가 돼도 그 돈 가져가지 그 사람들 처럼 안 줍고 가겠어? 그래두 그 교인들, 수혈이니 군대 문제이니 하고 말이 많아도 양심적으로는 똑 뿌러지게 바르더라구"

나는 창가 먼 하늘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요즘처럼 속이고 빼앗기를 여반장(如反掌) 하듯 하는 사회현실에서 보는 사람 없는데도 길에 떨어진 돈을 줍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사람들이 이단이라는 여호와 증인이든, 절에 나가는 불교인이든, 천주교인이든 다 그네들 처럼 양심적이라면 사회가 말로나 떠드는 공정, 공정 하는 사회운동이 필요치도 않을텐데' 하고.

L 어르신의 말씀이 끝나자 나도 45년 전 도불습유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75년도 쯤이던가 , 백마장 입구에서 전파사를 했는데, 그때는 삼성 보다 금성(엘지의 전신)이 더 인기 있었을때야.
거기서 금성 센타를 할 때였는데, 어느날 늦게 이웃 친구집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논길을 질러 오게 됐지.
   그믐인가, 별빛 하나 빛추지 않는 캄캄한 밤인데 어두운 길바닥에도 뭔가하얀 종이조각이 널려 있는게 보이더라구,  그래 주워 보니 다 만원짜리 돈이야, 보이는 대로 주워 모아 집에 와 세어보니 모두 50만원이 넘어, 그래서 이튿날 여명이 가시자 마자 다시가서 흝어 여러장을 더 주워 모았는데, 모두 60여 만원은 되던 것 같아.
70년대 중반이었으니 그 때돈 60만원이면 지금쯤 아마 600만원 가치도 더 되는 돈일꺼야.
그래 그걸 가지고 잠시 고민하다가 인근 파출소를 가져다 주었더니 마침 잃어버렸다고 분실한 사람이 신고 차 와 있더라구. 바루 언덕 너머 청천동 나환자촌에서 닭을 키우는 사람이야. 
그날 그 사람이 닭인지 계란인지를 팔고는 기분 좋아 술 한잔 거나히 먹구 기분좋게 오다 다 흘린거래. 내가 되돌려 주자 좋아 어쩔줄 몰라하며 몇 만원인가 떼어주던 기억이 나네"

그러고 보니 내 경험은 엄밀히 말해 도불습유는 아니다.
일단 길에서 주웠으니까.

                                    

도불습유 시무예매(道不拾遺 市無預買) -길에는 떨어진 물건을 줍는 자가 없고 시정엔 매석매점하는 사람이 없다.

도불습유(道不拾遺)는 여러 고전에 나오는 태평시대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용어다.
그 중 대표적인 전거가  사기(史記)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나오는 상앙(商鞅)의 고사다.
상군(商君)은 원래 위(衛)나라 사람으로 젊어 형명학(刑名學)을 좋아하여 위의 정승 공숙좌(公叔座)를 섬겼다.
  그러다가 그가 죽고 나라에서는 그를 쓰지 않자  천하에 인재를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진(秦)의 효공(孝公)에게 찾아갔는데 상앙은 효공을 설득하여 좌서장(左庶長)이 되어 변법(變法)의 개혁을 단행, 연좌제와 신상필벌의 법 제도까지 만들어 그 실행을 엄혹하게 시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임금인 효공의 태자가 사형에 해당하는 상앙이 제정한 법을 범했다.
상앙은 법은 법이니 태자라고 피할 수는 없다하고  부사부인 공자건(公子虔)을 처형하고, 스승인 공손가(公孫賈)를 자자형(刺字刑)에 처하는 등 법을 엄격히 시행하자 변법을 시행한지 10년에 “길에 떨어진 것을 줍는 자가 없게”될 정도로 나라에 법이 잘 시행되었다.
그러자 효공이 죽고상앙법에 수모를 격은 태자가 혜문왕이 되어 군주의 자리에 오르자 상황이 바뀐다.

상군은 화가 미칠까 두려워 도망하였으나, 함곡관(函谷關)에 도착하여 여행권이 없는 관계로 자기가 만든 법에 걸려 국경을 넘지 못하였다.
혜문왕은 상군(商君)을 잡아다가 거열형(車裂刑-신체를 수레에 매달아 찢어 죽이는 극형)에 처했다.
    
  여기까지는 형법이 엄하여 죄를 입을까 두려워 백성들이 준법정신이 잘 시행되어 생긴 도불습유지만 정말 정치를 인도(仁道)로 치리하여 나라의 백성이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공정한 도리가 시행된 실예가 있으니 [한비자]의 기록이다.  
역시 춘추시기의 정(鄭)나라 재상이었던 자산(子産)에 관한 고사다.

정자산은 분배 농지제를 실시하여 백성들이 배불리 농사를 지어 먹게 정책을 썼으며 지배층의 특권 의식을 불식시켰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따랐다. 그러자 그가 재상으로 나라를 다스린 지 5년 만에 나라에는 도둑이 없고, "길에 떨어진 물건도 제 것이 아니면 주워 가지 않았"으며, 길가 과수에 과일이 달려도 따 가는 사람이 없었으며 시장엔 매점매석하는 익덕 상인이 없게 되어 경성과 향리에 질서가 잡히고 백성들의 생활이 윤택해졌다.
    
  이런 도불습유 이야기는 사기의 ‘공자세가’에 공자의 치리에 관련한 이야기에도 나온다. 노(魯) 정공 14년에 공자가 나이 56세에 대사구(大司寇:지금의 법무장관)가 되었는데, 그가 나라를 다스리며 법을 집행하자 3개월이 지나 덕화(德化) 정책이 나라 구석구석에 미쳐 물건을 사고 팔 때 값을 속이는 일이 없어졌고, 남녀 간 음란한 일이 사라졌으며,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사람이 없"어 외국 여행객이 노나라에 와 물건을 잃으면 관아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잃은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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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송(진용섭)]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