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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2009년 4월 25일 ~ 26일 (무박) 산행코스 : 고치령→마당치→연화봉→늦은맥이 재→상월봉→국망봉→비로봉→제1연화봉→ 연화봉→제2연화봉→ 임도(5km 시멘트 길)→죽령재(죽령휴게소) (25.1km/9시간) 산행시간 : 새벽 3시 ~ 오전 12시(9시간) 산행인원 : 사십여명
*죽령부터 초입길인데, 산불통제기간으로 고치령에서 죽령으로 남진. *불교적으로 인연과 역사가 깊음. 제2연화봉 동쪽 희방사.(신라 선덕여왕 대 창건/석가세조의 일대기인 ‘월인석보’ ‘훈민정음’ 목판 보관) 천태종의 부흥인 구인사.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북으로는 국망봉에서 선달산으로 이루어진 백두대간 마루금/남으로는 연화봉, 도솔봉, 묘적봉으로 이루어짐. *소백산의 끝/태백의 시작인 고치령 산신각(금성대군과 조선의 6대 왕인 단종이 모셔져 있는 산신각) 산을 접한 지 2년 째. 이런 횡재와 더불어 미처 생각지 못해 준비를 미천하게 해서 추위로 고생을 한 산행은 이번이 처음인 듯 싶었다. 4월,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한 기온으로 산행을 해, 망설임 없이 위아래 여름옷 한 벌과 간절기용 자켓 두벌을 준비해 갔는데, 새벽 2시 30분쯤에 영주시 단산면에 도착하였다. 고도가 700m를 넘는지라 바람이 차갑고 눈발이 서린다. 비슷하게 도착한 서울 대간 팀들도 산행 준비에 서두르고 있었다. 아니다 다를까. 다들 나처럼 비슷한 옷차림으로 와 추위에 떨고 있었다. 고치령(경북 영주시 단산면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을 잇는 고갯길) 까지 트럭으로 움직인다는 회장님의 말씀에, 우선 여성분들과 후미분들이 먼저 한차로 움직이고 또다시 몇몇 남성분들과 선두분들로 움직였다. 2시 50분. 고치령 산신각 앞. 비슷하게 도착한 서울 대간팀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보인다. 아마 우리보다 한 구간 빠른 선달산으로 움직이려나 보다. 산행 준비를 다 마친 낙동 대간팀들. 노대장님 뒤로 일렬로 새벽 눈바람 맞아가며 오늘 대미인 ‘소백산 긴 종주 길’에 발길을 내려놓는다. 한달 여만에 무박 산행의 부담감을 떨쳐보며...
어둠과 눈발이 날려 시야가 답답하기만 하다. 눈에 들어오는 건 앞사람의 뒷모습과 발아래 나뭇잎 위로 쌓여가는 흰 눈들... 천고지가 훨씬 넘은 소백산이라 눈이 그치기만을 바라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보는데, 앞에 노대장님께서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말씀이 귀를 쫑긋하게 한다. 사십 여분 걷고서 이십 여분 알바하고... 아무리 길눈 밝다 하여도 이런 어두운 곳에서 길을 찾아가며 산행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다시 턴을 하며 발걸음을 옮겨보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지금에 와서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시간은 정확하지 않으나 첫 번째였는지, 두 번째였는지 헬기장이 나왔고, 다들 첫 번째 휴식을 맞으며 국망봉으로 움직여 본다. 국망봉 가는 길목엔 눈이 수북히 쌓여 발걸음 눈길로 인해 무거워 진다.
5시 40분. 고치령(7.1km)과 국망봉(4km) 안내 표지판. 말없이 고치령에서 걸었던 게 7km. 쑁한 바람 때문에 귓불이 시렵고 여름 반 장갑 사이로 손가락도 시립기만 하고... 따뜻한 아랫목에 반드시 눕고픈 마음에 코끝이 찡하기만 하였다. 소백산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이런 칼바람을 자랑하고자 하는지, 미명이 살짝이 드리워진 이 시각.
6시 20분. 마당치에서 국망봉(2.1km) 표지판. 서사장님께서 여유로 갖고 오신 긴 장갑 하나를 건네주신다. 시장에서 싸게 사신 빨간 장갑. 냅다 받고선 얼른 끼워본다. 앞전 16구간인 희양산의 긴 코스에서 함께 산행을 한 이후로 늘 반갑기만 하다. 여기서부터는 철쭉군락지이다.
7시 5분. 국망봉 정상석(1420.8m) 이곳에 도착하기 전 눈이 얼만큼 왔었길래, 또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었었는지, 소복이 쌓이고, 바람 부는 방향대로 눈이 고드름 식으로 결이 살아있다. 살아생전 정말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천지가 온통 흰색이며, 나뭇가지 마다 눈이 녹아 얼음으로 얼려 있었고, 눈발이 날려 희뿌였기만 하였다. 그 강추위는 어땠었는지. 얇은 여름 등산복을 입은 몸을 움츠려 들게 하였고, 맨살에 닿는 부위는 칼에 대인 듯 정말 코끝을 찡그리게 할 정도였다. 이것도 추억이려니 생각을 달리 하니 그 추위를 견딜 수가 있었다. 소백산의 멋진 설경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며 그 경험 언제 또 할 수 있겠나 싶다. 다들 환호성을 지르고 또 지른다.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비로봉을 향해 발걸음 옮겨 본다. 자연보호를 위해 이동통로인 계단을 쉼 없이 걷는데도 어느 날에 왔었음 지루했을 텐데, 설경으로 인해 지루함 느껴볼 틈이 없었다.
멋진 돌무덤과 어우려지게 멋진 포즈를 잡아주신 재구 대장님.
이 앙증맞은 발자국을 남긴 산 친구가 무척 궁금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 발자국 보다 약간 작은 듯 싶은 게, 너무 신기하기도 했었고, 혼자 자지러지게 웃었다. 너무 귀여워서...^^ 어느 분은 산토끼 발자국 같다고 하셨는데... 산속 눈이 내리는 곳에는 이러한 앙증맞은 발자국들이 총총히 줄지어 있었다.
8시 30분. 비로봉(1439.5m) 오늘의 하이라이트일지도 모를 비로봉. 재작년 철쭉 테마 산행이다 뭐다 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른 비로봉의 모습은 수많은 산객들로 인해 우왕좌왕이었다. 내가 또다시 찾아오나 봐라, 했던 게 그때의 아쉬움을 이제서야 떨칠 수 있었음을...
비로봉에서 좌측 계단을 이용해 내려왔더니 고. 조광래 조난 추모비와 돌무덤이 있었다.(이 길은 알바/10분) 어떤 연유였었는지... 기억을 하고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조광래란 사람이 조난된 사람을 구조하여 희생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고인의 됨됨이를 되새겨 보며 이 사진을 올려본다. 몇몇과 함께 이 추모비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려는 찰나에 어느 한 사람이 알바길이라며 얼른 올라오라고 재촉을 한다.
8시 55분. 비로봉과 죽령(10.9km) 안내 표지판. 죽령까지의 거리가 10.9km 중 5km는 시멘트 임도 길.
10시 10분. 죽령 7.3km
10시 30분. 죽령휴게소 산방 임도길.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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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침 식사시간에 잠시 만났었죠~~ 미정씨 수고 많았습니다~~~~~~~~~~~~
한미정씨 고생했어요 다리가 아프다고 힘들어 하더니 정말 한미정씨는 무었이던 마음먹으면 끝까지 할수 있는 여장부라고 생각됩니다.
미정씨 사진잘보고갑니다 백양산윤상두
멋진 산행기에 풍기는 정취가 눈 앞에 선합니다. 4월의 끝 무렵에 눈 덮인 산하에 눈발과 눈꽃들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감회가 새롭왔겠네요. 잘 다듬어진 님의 글에 정감이 뚝뚝 넘침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올려 주시기 부탁 드립니다.
ㅎㅎㅎ이젠 미정이는 전문산악인이 다되어간다....넘 멋져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