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좀 다닌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외 명산 트레킹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이다. 국내의 많은 산에 오르며 점차 산의 매력에 빠지다보면 자연스레 해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해외 등반이나 명산을 다룬 영상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꾸준한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해외의 오지를 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도 필요하다.
마음속에 담아둔 그림 같은 명산으로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해외 트레킹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여행사들이다. 이들은 비행기표 예약부터 현지에서 먹고 자는 모든 것을 준비해주는 패키지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 여행사와 달리 트레킹이라는 특화된 서비스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 사무실에 모여 기념촬영을 한 혜초여행사 전 직원.
혜초여행사(대표 석채언)는 트레킹 전문업체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시장점유율도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에 트레킹이란 개념을 전파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혜초다. 현재 이 업체는 한 해에 1만 명 이상을 해외로 송출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트레킹 여행자의 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트레킹을 다녀온 두 사람 중 한 명 이상은 혜초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혜초가 트레킹업계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 비결은 오랜 노하우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신뢰에 기초한 것이다. 무엇보다 풍부한 경험과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뛰어난 가이드가 많다는 점이 확실히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다.
석채언 대표는 “개인적으로 여행업은 정보서비스업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트레킹을 진행하는 가이드의 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가이드의 역할은 트레킹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막중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산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해외의 명산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고소에서 필요한 적응법과 체력 관리 요령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때 동행한 가이드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가이드 능력이 트레킹의 성패 좌우하기도
고산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스러운 고소적응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가이드는 이 과정을 보다 원활하게 유도하고, 체온 유지와 컨디션 점검, 페이스 조절 등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잠자리를 봐주고 물도 떠다 주며 약까지 챙겨 먹이는 궂은 일을 도맡아야 하는 것이다.
“가이드가 되려면 트레킹의 정의를 확실히 숙지하고, 그 시스템을 완벽히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해요. 단순히 산에서 손님들과 함께 걷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트레킹 여행을 하는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또한 비행기 예약부터 현지 여행사와의 관계까지 트레킹이 진행되는 모든 시스템을 훤하게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후에야 현장 가이드로 투입할 수 있죠.”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 가운데 취미와 접목시키려고 트레킹 가이드를 직업으로 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업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 석 사장의 말이다.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그룹의 지휘자 역할은 결코 쉽지 않다. 프로정신으로 손님을 대하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트레킹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혜초는 1992년 전문산악인들이 모여 만든 회사입니다. 트레킹이 주업인 여행사로는 국내 최초였죠. 당시만 해도 등반시즌만 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산에 미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안정된 직장을 잡기 어려웠지요. 그런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 일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초대 대표를 지낸 심상돈씨를 비롯해 남난희·신동석씨 등 많은 전문산악인이 혜초여행사를 거쳐 갔다. 세월이 지나면서 직원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석채연 대표를 비롯해 이진영 이사, 김진석 부장 등 초창기 멤버는 건재하다. 트레킹 전문여행사로 이처럼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은 국내에서 혜초가 유일하다.
요즘은 트레킹 시즌마다 정신이 없지만 초기에는 그야말로 파리 날리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트레킹을 여행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도전적인 등반의 한 분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니 찾아오는 손님의 수가 빤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며 트레킹 인구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15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내 등산인구에 비하면 그 수는 아직도 미미하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때문에 대기업 계열의 여행사에서도 트레킹시장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트레킹 진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인력 수급이다. 혜초여행사 가이드 수준의 능력을 갖춘 이들을 발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레킹 가이드는 상황이 나쁘면 손님들 앞에서 노래도 하고, 밥도 해 먹이고, 짐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방위적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전문산악인 출신이 경험과 융통성 면에서 볼 때 상당히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철저한 프로 서비스정신이 접목돼야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산악인 출신들이 모여 시작했다는 전통은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유수 산악회의 등반가 출신을 비롯해 등산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산을 배운 이들도 혜초의 가이드로 활동 중이다. 요즘에는 문화탐방 분야를 맡고 있는 직원들도 등산학교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산악활동이 트레킹과 오지여행 가이드 역할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사람들. 많은 이들이 혜초의 트레킹 가이드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
서비스 마인드와 산꾼의 전문성
“대기업이 운영하는 여행사에서 가끔씩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선뜻 전직을 결정하는 직원은 없습니다. 작은 물질적 보상보다 혜초라는 브랜드에 대한 자긍심이 크기 때문입니다.”
혜초는 직원들 스스로 이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때문에 오랫동안 근무한 베테랑 가이드가 많은 것이다. 현재 트레킹 가이드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직원은 12명. 그 가운데 50번이 넘는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가 석 대표를 포함해 8명이나 된다. 외부에서 초청하는 전문산악인 가이드까지 합하면 15명 이상이 혜초가 진행하는 트레킹을 지휘하고 있다.
혜초에서 트레킹 가이드를 가장 오래한 직원은 이진영 이사다. 그는 현재 8,000m 14좌 완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오은선씨와 같은 수원대 산악부 출신으로 요세미티와 인도 가르왈히말 등에서 전문등반을 즐기던 골수 산꾼이었다. 혜초여행사 발족 초기부터 함께하며 많은 팀을 인솔했고 수많은 새로운 상품을 기획했다.
박장순 이사는 서울 검악산악회 출신의 정통 산악인이다. 트레킹 가이드는 다른 업체에서 시작했지만 1999년부터 혜초에 합류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김진석 부장도 회사 설립 초기에 합류한 멤버로 일본 전문가다. 일본의 백명산(百名山) 중 21곳을 등반했고, 세계 각국의 명산을 150회 이상 인솔한 프로 가이드다.
심명기 차장도 사무실이 압구정동에 있을 때부터 근무한 고참이다. 대학교 졸업반 때 혜초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컴퓨터나 기계를 잘 다루는 혜초의 재주꾼이다.
전종선 과장 역시 다른 업체에서 트레킹 가이드를 시작한 경우다. 혜초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을 진행하며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김병구 과장은 직업을 바꿔 늦깎이로 트레킹 가이드가 된 인물. 김진석 부장과 양정산악회 동기로, 여러 차례 상업등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등반가 출신 가이드다. 뒤늦게 가이드를 시작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인관계가 좋아 팬들이 많다.
대전지역 산꾼인 이명열 대리는 대둔산에 암벽 루트 여러 개를 개척한 실력파 등반가다. 2002년에는 인도 가르왈히말의 케다르돔 동벽 신루트를 등반하기도 했다. 현재 대전산악연맹구조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백재호 대리는 서울산업대학 산악부 출신이다. 2004년 학교 졸업 후 곧바로 트레킹 가이드를 지원해 선배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 밖에도 코오롱등산학교와 한국등산학교 등을 수료한 권기혁 대리, 석태환 대리, 조민제 대리, 장춘원 사원 등이 혜초여행사의 트레킹 가이드로 활동 중이다.
혜초여행사 트레킹 전문가이드 프로필
▶석채언 대표 1977년 양정산악회 입회 1984년 에베레스트 등반 1986년 네팔 강가푸르나 등반 1990년 네팔 싱구출리, 꽝데 등반 세계 각국 명산 안내등반 100회 이상 서울시산악연맹 기획이사 역임. (현)양정 OB산악회 회원
▶박장순 이사 1980년 서울 검악산악회 입회 1983년 설악산 토왕폭 등반 1990년 한국 최초 남미 파타고니아(피츠로이, 세로토레) 등반 1993년 제2차 남미 파타고니아(피츠로이, 세로토레) 등반 1995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우루피크 등정 2000년 티베트 시샤팡마 등반(박영석 대장 12좌 합동등반) 2004년 알프스 3대 북벽 순회 트레킹. (현)검악산악회원(전 회장)
▶이진영 이사 1985년 수원대 산악회 입회 1989년 미국 요세미티 엘캐피탄, 하프돔, 미들캐스드럴 암벽등반 1992년 인도 가르왈히말라야 판왈리드와르(6,663m) 등반 1994년 백두산 전세기 산행행사(120명 행사) 1995년 한국산악회 파키스탄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 트레킹(280명 행사) 1996년 MBC 드라마 ‘산’ 네팔 코디 1997년 이후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 수회 등정 1999년 티베트 동벽 및 북벽 베이스캠프 트레킹 인솔 2005년 중국 운남성 만년설산·하바설산 등반 (현)수원대 OB산악회 회원, 한국대학산악연맹 이사
▶김진석 부장 1986년 양정고등학교 산악회 입회 1996년 캐나다 로키 등반 2001년 일본 다테야마 동계 등반 2002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정 일본의 백명산(百名山) 중 21곳 등반. 야리가다케, 스루기타케 등 다수(現 일본 전문가이드). 세계 각국 명산 안내등반 150회 이상 (현)양정 OB산악회 회원, 진달래산악회 총무
▶심명기 차장 2000년 혜초여행사 입사 2002년 티베트 카일라스 트레킹 2005년 네팔 쿰부칼라파타르 등정 2005년 킬리만자로 등정 2007년 러시아 엘브르즈 등정. (현)진달래산악회 등반대장
▶김병구 과장 1986년 양정산악회 입회 1994년 코카서스 엘브르스, 우쉬바 북벽 등반 1995년 캐나다 로키 등반 1999년 중국 산동성 라오산 경천주봉 양정A길 개척등반 2002년 중국 사천성 주산 동계 훈련등반 2004년 일본 아키타 초카이산 산악스키 등반 2004년 네팔 아마다블람 등반 2005년 네팔 에베레스트, 로체 등반 2006년 시각장애인 킬리만자로 원정대 인솔 네팔 아마다블람 상업등반대 성공 및 인솔 네팔 임자체 상업등반대 수회 진행 세계 각국 명산 안내등반 70회 이상. (현)양정 OB산악회 이사
▶전종선 과장 2003년부터 티엔씨 여행사 5년 근무 2003년 한국등산학교 정규반 59기 수료 2004년 네팔 지사 파견근무 2005년 KBS 희망원정대 1차 현지 진행 2005년 KBS TV 책을 말하다 ‘나마스테’ 네팔 현지 촬영 코디 2007년 일본 백마악 텔레마크 스키 등반 2008년 일본 하코다산 텔레마크 스키 등반 2008년 혜초트레킹 입사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우후루 피크 등정 파키스탄 K2 베이스캠프 등반 중국 신강성 보그다봉 등반. (현)오구산악회 회원
▶이명열 대리 1995년 중경산악회 입회 1996년 대학산악연맹 암벽등반대회 3위 2000년 대전산악연맹 산악구조대 입회 2002년 인도 가르왈히말라야 케다르돔 동벽 신루트 등반 2002~2004년 대둔산 암장 다수 개척 2004년 산악경기 지도자 2급 취득 2005년 백두산 동계 종주 2006년 에베레스트 원정 등반 세계 각국 명산 안내등반 50회 이상. (현)중경산악회, 대전산악연맹 구조대
▶백재호 대리 1997년 서울산업대학교 산악부 입회 1997년 미국 요세미테 엘캡틴 등반 2001년 백두대간 38일 풀코스 종주 2004년 졸업 후 트레킹 인솔 시작 (현)대학산악연맹(KSAF) 구조대 대원 일본 : 북알프스, 다테야마, 구주산, 가라쿠니다케 중국 : 황산, 옥룡설산, 화산, 태백산 기타 : 키나발루, 킬리만자로, 네팔 히말라야
▶조민제 대리 2007년 3월 혜초여행사 입사 중국 황산,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대만 옥산, 네팔 안나푸르나, EBC 트레킹 인솔 2008년 킬리만자로 등정
▶권기혁 대리 2007년 이집트 파견근무 중국, 네팔, 유럽 알프스 트레킹 인솔 인도, 네팔, 미얀마, 이란, 몽골,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문화탐방 인솔 코오롱등산학교 정규반 50기 수료
▶석태환 대리 2006년 혜초여행사 입사 일본 후지산, 가라쿠니다케, 중국 옥룡설산, 백두산 종주,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등 트레킹 인솔 인도, 네팔, 파키스탄, 티베트, 중앙아시아, 네팔, 러시아, 몽골, 라오스 등 문화탐방 인솔 한국등산학교 71기 정규반 수료
▶장춘원 사원 2007년 11월 혜초여행사 입사 중국 황산·노산·곤륜산,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일본 북알프스, 대만 옥산, 네팔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인솔. 2008년 킬리만자로 등정 한국등산학교 71기 정규반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