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억새나 볼까하고 천황산을 찾아갑니다 아파트 단지내 나무도 슬슬 물들기 시작하고 비라도 뿌릴듯 구름자욱 합니다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예뻣던 나무는 지난 태풍에 부러진 모양입니다 소국도 반겨주고
듬성듬성 단풍도 반기지만 습기 가득한 안개로 억새는 보기 힘들것 같습니다 만추의 소망처럼 아름답게 채색된 길을 따라 신비함을 숨긴 안개는 객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수문장처럼 키 큰 전나무 지나고 안개를 헤치고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엘리스가 됩니다 능동산 갈림길 부근 보석보다 아름다운 단풍나무 지나고
추억에 잠긴 산객을 따라 케이블카 승강장, 얼음골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남명리, 백운산, 재약용아 능선이 멋지게 보이는 전망대 입니다 재약 용아능선 ... 저 곳의 단풍도 보통이 넘습니다. ^^ 능동터널이 개통되고난 후 더 한적해진 울밀선 국도, 백운산 슬랩들 멋진 조망입니다 호랑이처럼 보이는 백운산 상단 바위 모양을 예전에는 왜 그냥 지나쳤는 지 모르겠습니다 하늘로 오르는 계단 듬성듬성 단풍들 잡목 사이로 숲길 용아 A 코스 등산로쪽 지나고
억새밭 사이의 이 나무를 보니 문득 삼십여년이나 알아왔던 사실이 기억나고 마침내는 눈물 한방울 떨어집니다 샘물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예전부터도 별 산장 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산장이라 불렀습니다. 무탈한 쥔장 얼굴 한번 보고 천황산으로 향합니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바람은 세차지고 정상석 부근에는 그냥 서 있기도 힘이 듭니다. 한 여름에는 불지 않던 바람이 늦가을이나 겨울이면 엄청납니다 오늘 같이 바람 세찬 날 구름도 쓸려 가야 되는 데 바람 세찬 정상은 구름 자욱하고 바람자는 아랫편은 사라지니 그 것도 이상합니다. 천황재쪽으로는 바람이 너무 세어 한계암으로 향합니다 재약산 아래 우람한 바위벽도 구경하고 멀리 바라보이는 표충사는 풍수의 조예가 없더라도 명당 자리 같이 보입니다
작은 너덜 지나고 예쁜 경치 지나고 나무 계단을 내려서서
한계암에 도착합니다. 예전에는 평일에는 스님들이 거주 하지 않았는 데 요즘은 잘 모르겠습니다 금강동천입니다. 재약산 오른편 옥류동천과 함께 참 아름다운 계곡입니다. 한계암 윗쪽편 금강폭포입니다.
많이 흔들리는 출렁 다리 다리부근에서 한장 찍고 아랫편으로 내려오면 멋진 두개의 폭포를 만납니다. 한계암 부근의 폭포 이름은 참 다양합니다. 금강폭, 일광폭, 은류폭, 한계폭 ... 어느 것이 맞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금강폭과 일광폭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은류폭과 한계폭도 모양과는 잘 어울린 이름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저 곳도 이름을 얻을 자격이 있을만 합니다 ^^ 금강동 지나고
계곡을 내려서서 효봉선사 사리탑 지나고, 작년까지만 해도 글자를 쉽게 알아 보았는 데 ...
입장료없이 절 구경하니 더 멋지게 보입니다 ^^ 매바위와 필봉
예쁜 단풍나무 지나서 지나온 코스를 생각해 봅니다 멋진 모습을 뒤로 하고 차창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의 여정을 정리합니다 샘물산장에서 안개 흩날이는 배내고개에 서서 사자평으로 이어진 임도 만큼이나 길지만 별거 아닌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어느해 가을 안개 자욱한 얼음골 너덜길 올라 재약산 흐릿하게 보이는 억새밭 앞에 서니 짓는지 수리하는 지 어수선한 집 한채 서 있어 잠시 품 거들고 얻어 마신 막걸리 한잔 날려갈듯 세찬 천황산 안개비 견뎌내고 속절없이 십여년이 흐른 어느 화창한 가을날 휴일이라 그런지 많은 객으로 정신없지만 그래도 제 모습을 갖춘 집 한채를 보았습니다 친구와 함께 일 손 거들고 얻어마신 막걸리 한잔 출렁이는 억새는 금빛으로 반짝였습니다 또다시 십여년 흐른 오늘 안개를 헤치고 세찬 바람지나 가을비 젖어있는 샘물 산장에 도착해서 "저 기억나세요?" "글쎄 면은 많이 있는 데..." 머리에는 흰눈 내리고 허리도 굽어져 가고 그렇게 세월도 추억도 안개속으로 흘러갑니다
https://youtu.be/5PHAeV8iSSo |
출처: 일상의 변두리에서 원문보기 글쓴이: 남연
첫댓글 우와.. 올해는.. 가을이 오고 있는 모습을 남연님의 사진에서 느낄수 있네요. 가을.. 이번 가을에도.. 사랑이.. 올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