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행사 (식사+요플레와 커피+보충제챙겨주기+샤워) 서둘러서 일찍 마치고 오름행에 나섰습니다. 다랑쉬나 거문오름은 아직 무리로 보이고, 용눈이오름은 휴지기라 탐방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며칠 눈여겨 보았던 백약이오름이 만만할 듯 싶어 아이들 몰고 도전해보았는데 첫 등반으로 최상의 선택이었습니다.
정상까지 오르기 쉽도록 나무계단이 줄지어있어 다소 가파른 부분에서도 어렵지 않았고 여타 오름이 그렇듯 주변으로 확 들어오는 풍광이 시원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성산일출봉도 훤히 보이니 눈이 시원합니다.
계속 뒤처지는 태균이와는 완전 반대로 오르락내리락 정신사나운 완이, 계속 울어대는 리틀준이, 오름길이 그야말로 군대훈련처럼 봐주기 없기로 일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최소의 관광객들이라 좋았는데 반쯤 올랐을 때 대형버스 두 대에서 쏟아져나온 사람들 때문에 리틀준이의 막무가내 울음은 동정과 빈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잘 했고 시작이 반이니만큼 곧 익숙해지리라 생각합니다. 태균이가 뒤처져서 정상에서 만나질 못하니 음료수를 줄 수가 없어 리틀준이가 더 울어댄 것 같습니다. 음료수가 들어있는 배낭을 태균이가 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부터는 나누어서 가져가야 되겠습니다.
완이는 오늘도 맨발의 투혼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놀랄 정도의 특별한 모습입니다. 초반에는 잘 신고있었는데 얼마못가 벗어버리고, 이 놈의 야생성은 어찌해야 잡힐런지, 앞뒤 안가리고 오르락내리락을 하도 해대니 목터져라 앞만 보라고 부르짖는 내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냉정해 보였을까요? ㅋ
마음같아서는 궁대오름까지 끌고가고싶지만, 일단 점심을 위해 후퇴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밥먹이고 잠시 쉬다가 우리만의 장소로 인라인타러 가봅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오후에 소나기 예보가 있어서인지 오늘은 더욱더 한산합니다. 너무 고마운 한산함입니다. 완이녀석 거의 두 시간을 신나서 달려댑니다.
인라인탈 때 완이모습이 가장 예쁩니다. 그 환한 미소 속에 하고싶은 것 마음껏 할 때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줍니다.
갑자기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는데 오는 길에 살짝 비가 흩뿌립니다. 아름다운 제주에서의 세월이 아주 길게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태균씨 베낭까지 메고 얼마나 힘들었을지요. 완이는 신 났고, 리틀 준이도 으름 행이 신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