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것 같은 날씨입니다. 바람이 세게 불고 곳곳에선 습기가 가득합니다. 비가 안온지 너무 오랜 요즘, 땅이 가물어갑니다.
모내기를 하고, 각종 작물들을 심는 시기인 지금은 비가 절실할 때입니다.
지난주 못뵀던 어르신들, 오늘 즐겁게 봴 마음으로 장터준비해서 출발합니다.
9시 15분,
마을로 들어서니 어르신들이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위쪽을 다녀오라고 손짓들을 해주셨습니다.
어르신들 말씀듣고 위로 먼저 올라가니 끝에집에서 손짓을 하십니다. 집 마당을 가니, 최근 터를 닦고 있었는데 바닥 공사가 거의 끝나보였습니다.
그러곤 늘 시키시던 카스 미니를 보시곤, 3박스 달라고 하십니다. 3박스 드리며 어머니에게 저번 설탕 배달 연락주신것 잘 드렸다고 하니,
"돈 받았어요?" 하시는 어머님, 안계셔서 담에 받으려구요~ 라고 말씀드리니 "댓어요, 내가 받을테니, 그냥 결제해요~" 하십니다.
동네 어르신들 사정 다 아시는 어머님이신지라,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묘량면에서 유일하게 카스 미니를 사시는 어머님, 아버님댁. 점빵에서는 없는 물건을 주문해달라고 하시면 주문해서 물건을 갖고오기도 합니다.
그러고 내려가는길, 아까 손짓하던 어르신들께서
"설탕 값 받어~!!" 하십니다. 설탕 값 때문에 그러셨나봅니다.
윗집에서 결제 하고 가니, 그 집으로 갖다 주시면된다고 하니 다들 웃으시며 좋아라하십니다.
9시 30분,
오늘은 오랜만에 뵙는 어르신이 나오셨습니다.
"그 있나? 검은콩 우유~"
"암소리 말고, 저짝집에 좀 갖다 주게~" 하십니다.
왜그런가 싶더니, 작년 한 해 무를 한 포대를 주셨다며, 그냥 받을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이름을 써놓을지 여쭤보니,
"암말도 말어~! 그 양반, 이야기하면 도로 갖고올 양반이여. 절대 이야기 하지말어~" 하십니다. 알겠다고 말씀드리며 비밀임무 수행하러 올라가던 찰나,
"잠깐~~" 하시는 고추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의 목소리.
"담금주 있는가?" 하십니다. 차에는 없어서 갖다드린다고 하니,
"그럼, 울 신랑 모르게 해야하니, 담금주 2개만 저 할매집에 좀 갖다 놔주게" 하십니다.
무슨 술을 담그시려고 하시는지, 궁금하지만, 알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따라 비밀업무 수행이 많네요~:D
9시 35분,
불가리스 어머님들이 계셨습니다. 어머님들에게 잠시 두유 갖다놓고 온다고 하고 바로 왔습니다.
"불가리서 얼마여?" 하고 또 물어보시는 어머님.
근 3달넘게 반복했음에도 계속 까먹는 어머님께 혹시 무슨일이 있었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내가 몇년전에 차 사고났었어~ 그래서 나 차도 팔아버렸잔아" 하십니다.
"나도 내가 깜박깜박하는거 아는데.. 그 사고 휴유증이래~" 하십니다.
보건소에서는 치매 관련 검사도 해봤지만, 치매는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십니다. 평소에 대화할 때도 뭔가 대화가 조금 이상할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어머님 속 사정을 알게 됩니다. 앞으로 대화할 때는 어머님의 사정을 헤아려서 대화를 해야겠다 싶습니다.
9시 50분,
"나 커피 하나 주쇼~, 저 윗집 형님은 나갔는지 보이지도 않는구만." 하시는 어르신.
"울집은 손님이 많이 오니깐, 항시 커피가 있어야해. 젤 큰놈으로 주시게" 합니다.
항상 사람맞이를 잘하시고, 잘 부르시는 어르신. 제가 윗집가서 확인해보고 가시라고 말씀드리라고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윗집 올라가니 어르신 내외부부가 모두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잠시 인사드리니 바로 나오시는 어머님.
"나 오늘은 살게 없는데?" 하시지만, 아랫집 동생님이 커피 마시러 오라했다고 말씀드리니 웃으시며 내려갑니다.
"제가 뭐 팔아야만 오나요? 이렇게 얼굴도 보러 와야지요~" 하고 말씀드리니 더 좋아하시네요.
10시 10분,
전화가 옵니다.
"어이~ 자네. 어딘가? 오늘 오는가?" 하시는 어르신. 곧 간다고 말씀드리니,
"어~ 저 아랫마을은 들리지말고 바로 올라오게. 여기 오면 다 있어~" 하십니다. 알겠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랫마을 먼저 들려봅니다.
조용하게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한쪽에서 "어이!!!" 하시는 어르신.
콩 다듬다가 점빵차를 보시곤, "콩나물 2개만 주소~" 하십니다. 그냥 지나갔으면 큰일날뻔했습니다. 어르신 콩나물 드리고 부랴부랴 올라갑니다.
오늘도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어르신댁.
"카스 2박스, 소주 한 박스 갖고 와~~" 하십니다. 오늘도 일을 함께하고 반주 한 잔 하시는 것 같으셨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두부김치! 옆에 와서 같이 먹으라고 하는 어르신들. 그러시곤 옆에 앉아 계시는 다른 어르신이
"어이, 여기 소주 한 박스만 갖고와~" 하십니다.
"아이, 내가 여기서 주로 마시는데, 여기 사둬야지 와서 또 먹지~" 하십니다. 그 말씀에, 옆에 또 다른 어르신도,
"그럼 나도, 카스 한 박스, 소주 한 박스, 그리고 두부 한 모 갖고와~" 하십니다.
어르신 댁이 술 마시는 또 다른 모임 장소가 되었네요. 한 어르신은,
"아 여 아짐이, 요리를 잘 하잔어~ 그니깐 일로 오지~" 하십니다.
술 갖다 드리는김에 어르신들 좀 더 드시라고 두부 두모 갖다드리니,
"참~ 사람 됬구만? " 하십니다. "좋아, 저 가서 간식 좀 더 사와봐~"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사모님은 됬다하시면 웃으시며 점빵차 가서 이것저것 고르십니다.
"술 마시니깐 흥이 올라와서 저러는겨~" 하시는 어르신. 힘든 하루에 함께 웃을 수 있고 맛있는거 먹을 수 있는 이런 일상을 누리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11시 20분,
기다렸다는 듯이 골목에서 나오시는 어르신, 평소보다 뭔가 더 야위어졌습니다. 일이 많으셨나봅니다.
"에휴, 늙어서 그렇지~ 얼굴살만 빠지네~" 하십니다. 어르신도 매실 담그신다고 설탕 한 봉지 사고 집으로 총총 걸어가십니다.
13시 50분,
어르신은 오늘도 아들이 오나봅니다. 아들이 올 떄마다 사시는 불가리스 1줄. 어르신께서 불가리스 1줄을 사실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들이 자주 내방한다는 건, 어르신을 잘 모시고 있다는것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즐겁게 물건 드리고 이동해봅니다.
14시,
오늘은 회관에 사람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부녀회장님과 다른 어머님 한 분. 살게 없다곤 하시지만, 장사꾼 왔다고 찐감자에 보리차 한 잔 내어주십니다. 주시는 음식 잘 대접받고, 오후 코스 돌러 또 출발해봅니다. 항상 잘 대접해주시는 우리 어르신들, 늘 고맙습니다.
14시 30분,
오늘도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짜장면집. 지난주 술값을 외상으로 하셔서, 이번주 술값까지하면 꽤 되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더욱이 여름이다보니 맥주가 많이 나갑니다. 동네 어르신들도 일하다가 식사하러 많이 오시곤 합니다. 묘량면에 있는 유일한 중국집 가게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웃가게가 잘되야 함께 하는 가게도 잘 될테니 말이지요.
14시 40분,
어르신 댁 올라갔습니다. 두유드리러 가는 찰나 어르신께서
"국시 4개랑, 계란 하나, 두부 하나 갖다줘" 하십니다.
안쪽에 있는 어르신이 주문 해놓고 가신듯 싶었습니다. 사실 어제 그 집으로 밑반찬을 전달해드리러갔었다가 오해가 조금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인지가 많이 떨어져서 대화가 어려웠는데, 부모를 돕기 위해 아들이 요양보호 등급을 신청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면사무소에서 상담차 방문하고 하다보니 그것이 마치 무엇인가 결과를 내는듯한것으로 오해를 하셨던듯 싶었습니다.
아들번호가 4번이라고, 아들에게 전화를 해야한다고 제 핸드폰을 달라하시곤 4번을 꾹 누르시던 할아버지.
그러곤 할머니와 이야기를하며 점빵의 역할을 말씀드리며, 혹시나 도움 필요하면 연락달라고 남겨뒀었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오해가 있던것인지, 밑반찬까지 모두 다 버렸다고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두유받으시던 어르신은, "아휴... 어쩐담.." 하시며 걱정을 하셨습니다. 또 하루는 어르신이 말씀하시기론,
"접때, 얼굴이 엄청 뻘개져서 울집에 와서 막 두둘겼는데, 뭔 일인가 싶었더니,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하라고 연락온게, 내가 또 그런거 아니냐며 막~~ 썽내더라니깐.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어~" 하셨습니다.
외부인의 접촉이 부담스러웠던것인지, 지난번 첫 밑반찬 전달하고, 통수거할때까지만해도 할머님께서는 고맙다고 말씀을 잘해주셨는데... 두분다 인지가 어려웠던것인지.. 고민해보게 되던 집이었습니다.
일단 어르신댁에 온다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을 통해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르신과 시간을 두고 관계를 다시 회복해야겠다 싶었습니다.
15시 20분,
어르신 댁 옆으로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어르신 댁 가니 윗집 어르신이 와계십니다. 윗집 어르신 아드님 밭이 산 쪽에 있는데, 그 길로 가기 위해 도로 공사를 해달라고 신청했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은 불편함이 없으신지 여쭤보니, 그래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그간 왜이렇게 안왔어? "하시며 손을 잡으십니다.
공사에, 출장에, 여러 일정이 있어서 근 3주 넘게 못봤는데, 그 시간이 길으셨나봅니다. 매주마다 보고 뵙고 왔었는데, 어르신께서 마음 한 편이 허하셨나봅니다. 어르신께서는
"울 보호사 먹을게 없어, 요구르트 1박스만 갖고와~" 하십니다. 보호사 선생님께 요구르트 5줄 갖다드리며, 인사드리고 다음주에 또 뵙지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얼굴을 봐서 그런지, 어르신 얼굴에 웃음이 피십니다.
16시,
외상을 해달라던 그 분은 2달째도 만날 기미가 안보입니다.
연락처라도 받아 놓을 것을... 잘못된 믿음이었을지,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언젠간 주시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려봅니다.
16시 20분,
오랜만에 간 집에서는 어르신께서 누워계셨습니다.
"아들이 안오니깐, 내가 이렇게 아프지~" 하시는 어르신. 지난주에 뭘 잘못드셨는지, 장염이 와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강제로 나왔다고 하십니다.
"울 아덜이 계속 병원에 있으라는거, 내가 못있겠어서 그냥 나와버렸어. 내 몸은 내가 잘알지. 요렇게 먹어야 괜찮아." 하시는 어르신.
그런 어르신 곁을 함께 지켜주시는 노인회장님, 총무님 덕에 어르신께서는 조금 괜찮아보이셨습니다.
지난 한 주 못봤던 시간동안 자주 찾아뵜던 어르신들의 건강상태가 안좋아짐이 맘이 씁쓸했네요.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계속 방문해야겠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