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1811년 작가 프리드리히 라 모트 푸케(Friedrich la Motte Fouqué)가 글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인간과 사랑에 빠진 물의 요정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지만 말은 할 수 없다. 서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다시 물속 세계로 돌아가고, 결국 연인은 후회하며 그녀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다. 라이네케의 소나타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나름의 연상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 작품에 담긴 서사적 연결 고리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감상법이다.
https://youtu.be/VfqIYmyFLHU
제1악장은 알레그로로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제시부 반복도 포함되어 있는데 연주자 줄리어스 베이커는 이를 충실히 재현한다. 이 작품에 담긴 묘사적 의도를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피아노에서 물결치듯 이어지는 음형들을 통해 물과 관련된 분위기를 감지된다. 특히 발전부에서 플루트가 마치 헤엄을 치는 듯 하는 느낌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제2악장은 인터메쪼라고 명명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스케르초와 트리오의 역할을 한다. 첫 번째 부분은 스타카토로 이루어진 명쾌하고 반짝이는 악구로 시작되며 이어 피아노 독주로 연주되는 점음표 리듬을 바탕으로 한 일렁이는 것 같은 악구로 넘어갔다가 다시 도입부의 주제가 재현된다. 플루트 파트에 '미스테리오소(신비롭게)'라고 지시된 중간 부분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띄며 이 선율은 소나타의 마지막 부분에 다시 등장한다.
3악장 ‘안단테 트란퀼로(평온하고 고요하게)'는 평화롭고 사랑의 간주곡 같은 잔잔한 여정을 보여주며 중간에 쇼팽을 연상시키는 짧은 악구가 끼어들어 흐름을 잠시 바꾼다.
4악장 피날레는 4개의 악장 중 가장 극적인 부분으로 격정적이고 고뇌에 가득 차 있다. 플루트는 거의 내내 불안하고 격앙된 상태를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미스테리오소한 선율이 다시 나타나면서 Undine(물의 요정)의 이야기는 평화롭게 막을 내린다.
플루티스트 줄리우스 베이커가 말했듯 플루트와 플루트가 들려주는 음악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 세상은 뛰어난 기량을 갖춘 소수의 플루트 독주자들이 펼치는, 곡의 본질을 꿰뚫는 연주를 통해 비로소 열린다. 이처럼 베이커 같은 탁월한 연주자가 오랫동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도 활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베이커는 수년간 뉴욕 필하모닉의 수석 플루트 연주자로 재직했으나 한동안 녹음실에서는 모습을 감추었다. 이 음반은 그의 복귀를 알리는 무대다. 그는 자신의 레퍼토리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들을 골랐는데, 그중 라이네케의 플루트 소나타 물의 요정(Undine)은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작품으로 플루티스트들에게 기술적인 훈련을 시키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독일 태생의 카를 라이네케(1824~1910)는 오늘날에는 몇 안 되는 작품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당대에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 확고한 명성을 누렸던 다작 작곡가였다. 피아니스트로서는 유럽과 스칸디나비아 전역을 여러 차례 순회 연주했고, 덴마크 국왕의 궁정 피아니스트로 두 차례 임명되기도 했다. 지휘자로서는 1860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부임하여 35년간 그 자리를 지키며 기록적인 재임 기간을 남겼다. 그는 슈만, 멘델스존과 교류하며 두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멘델스존은 라이네케의 강점이었던 피아노 작법 스타일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그의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 167에서는 19세기 특유의 화려한 건반 악기 어법에 대한 작곡가의 능숙한 이해가 돋보인다. 'Undine(물의 요정)'이란 부제는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의 악장으로 시작하여 이후 세 악장 또한 비교적 정형화된 형식을 따르는 이 작품에 붙이기에는 다소 낭만주의적인 느낌을 주는 제목처럼 보일 수 있다. 물의 요정에 대한 전설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로르칭, E.T.A. 호프만, 그리고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를 비롯한 여러 오페라 작곡가들이 이 전설의 매력에 이끌려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