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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생우 수입 을 결사적으로 저지를 하고 있는 한우인들. 아래사진은 한우 유통감시 현장. |
| 한우산업의 위기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육두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더 이상 소비시장 확대에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다. 과연 그럴까. 한우산업은 항상 위기를 넘어 발전을 거듭해 왔다. 수입개방으로 인한 소 값 파동, 수입생우, 브루셀라 최근에는 미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야기된 촛불정국까지 한우산업은 그 동안 끝없이 거친 바다를 표류해 왔다. 어느 하나 쉬운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산업의 위기에서 한우인들의 결집력은 더욱 빛났고, 큰 위기 앞에서 한우인들은 더욱 강하게 뭉쳐 당당하게 맞서 왔다. 한우인의 날을 맞아 그동안 한우산업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 왔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소값 파동·수입생우·브루셀라 등…한우인 결집으로 난관 뚫고 발전 거듭 한우 포화? 자급률 이제 겨우 50%…가격 경쟁력 높일 기회로
생우 수입 저지·투명유통 제도 입법화 등 한우인 끈기의 성과 적극적 자조활동·유통감시·고급육 생산 노력…한우 차별화 한우 사육두수 사상최대…신중한 경영으로 산업안정 힘써야
한우농가 온 몸으로 생우 수입 저지 수입생우가 한우업계의 가장 큰 문제였고 현안이었던 것이 불과 10년도 되지 않는다. 2001년 호주산 수입생우 633두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수입생우 문제는 1999년 창립된 한우협회의 가장 큰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수입 가격이 낮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생우를 수입한다는 것은 한우농가들로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경주로, 부산으로, 인천으로, 화성으로 뛰면서 수입생우의 입식저지를 위해 밤이슬을 맞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수입생우를 가득 실은 화물차에 맨몸으로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수입생우 유통 감시를 위해 농가 스스로 나서 이동차량을 추적했고, 수입생우입식농장에 사료를 공급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각도로 생우수입업자들과 관계자들을 압박했다. 2001년 안성에서 열린 제1회 한우인의 날은 수입생우 결사반대의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가 됐다. 2년여의 길고 지루했던 투쟁은 결국 한우농가들의 승리로 끝났다. 어느 누구의 도움이나 지원 없이 한우인들의 단합된 힘 하나로 수입생우를 막아낸 것은 지금도 한우인에게는 큰 자랑거리로 남아있다.
‘한우가 한우로 팔리도록…’ 수입생우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부터 한우업계는 유통문제 해결에 주목했다. 지금의 쇠고기 생산이력제나 음식점원산지표시제가 시행되기 전 국내 쇠고기 시장은 수입육을 한우로 속여 판매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소비자들도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한우인들은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수입생우 감시를 위해 만들어졌던 감시단은 판매현장을 돌면서 수입육이 한우로 판매되는 것을 감시하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단속권이 없는 한우농가가 둔갑판매현장을 단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우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단속권이 있는 시·군 공무원을 압박해 단속의 수위를 높여나갔다. 이 당시 한우협회의 슬로건은 ‘한우가 한우로 팔리는 유통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농가들이 직접 단속활동에 나서는 동안 한우협회는 제도적으로 한우산업을 보호 할 수 있는 준비 작업에 올인 했다. 음식점원산지표시제와 쇠고기 생산이력제를 입법화시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음식점원산지표시제와 쇠고기이력제의 필요성을 그들에게 각인시켰다. 길고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결국 이를 입법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한우인들의 끈기가 이룬 또 하나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음식점원산지표시제는 쇠고기를 시작으로 쌀, 김치, 돼지고기 최근엔 배달용 치킨에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는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유통투명화를 위한 한우인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뜨거운 의지로 의무자조금시대 열어 한우의무자조금의 출발은 드라마틱했다. 한우의무자조금을 거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등록돼 있는 한우농가수 기준 1/2이상, 사육두수 기준 2/3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한우자조금대의원 선거를 무사히 치러야 했다. 문제는 사육농가의 절대다수가 10두 미만의 부업형태의 농가였다는 것.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한우자조금거출을 위한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우인들은 특유의 결집력을 발휘했다. 시간을 두고 지역의 한우지도자들은 직접 뛰면 한우농가들을 설득했다. 선거 당일에는 버스를 빌려 농가들을 직접 실어 나르기도 했다.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각 도별로 순회하면서 실시한 한우대의원 선거에서 유효대의원 167명을 훌쩍 넘긴 240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면서 한우의무자조금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었다. 한우자조금이 시작된 후에도 거출률을 높이기 위한 한우인들의 노력은 그치지 않았다. 거출에 비협조적인 도축장을 항의방문하고, 이들을 설득하면서 거출율을 90%이상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한우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우자조금은 지금 한우산업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사육두수 증가는 발전 가능성에 대한 믿음 사상 유래 없이 많아진 한우사육두수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우산업을 지켜낼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면서 한우는 농업 내 다른 어떤 품목보다 발전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많은 농가들이 한우사육에 신규진입하게 됐고, 기존 농가들도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것은 분명코 한우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한우산업이 가진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료원료의 해외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우라는 세계 유일무이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한우생산에 필요한 사료의 원료는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시장이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것도 한우산업 규모를 신장시키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축산강국과의 연이은 FTA도 우리 한우입장에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는 것도 결국은 한우인들의 몫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거세고급육의 생산이 완전히 정착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수입육과의 품질차별화는 가격경쟁력이 약한 우리 한우산업이 수입육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그런 면에서 거세고급육이 정착된 것은 분명 주목받을 일이다. 한우사육에 농산부산물을 활용한 섬유질배합사료가 도입되고 있는 것은 사료자급률을 높여 나아가 한우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시장에서 한우와 수입육이 투명하게 구분 판매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된 것, 한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소다. 한우 사육두수가 많다지만 한우고기 자급률은 이제 겨우 50% 수준이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유일의 한우라는 유전자를 우리만 가지고 있고, 이 한우가 가진 유전적 능력이 전세계 어느 품종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출중하다는 것은 우리의 한우산업이 성장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넘지 못할 위기는 없다 농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사실은 그 옛날같이 한우파동으로 큰 위기가 오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은 그 당시와 지금의 여건을 비교하면 한우산업은 너무나도 준비가 잘 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 지는 않다. 다만 냉정한 시각과 판단으로 지금의 상황을 지켜본다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그 동안 지나왔던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