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 저에게 비극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3만원쯤에 구입했었던 ROCCAT KONE PURE ULTRA iCAFE 에디션의 왼쪽버튼에서 더블클릭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옴론 차이나의 고질적인 증상이죠.
그래서 새로 사려고 했는데 ROCCAT의 국내유통이 중단되어서 정규 라인업의 절반가격인 iCAFE 에디션은 더이상 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나머지 정규 라인업들도 곧 재고가 동날거 같은데... 문제는 제가 ROCCAT 마우스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음같아선 업체에 가서 맡기고 싶은데 이거 하나로 서울까지 올라가긴 곤란하고...
이에 저는 옴론 재팬 무납땜 스위치 4개, 납땜도구들, 작은나사용 드라이버까지 구입해서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오른쪽 버튼은 PCB까지 멀쩡하게 잘 떨어졌습니다. 무척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15분동안 인두와 납제거끈을 잡고 고전하고야 말았습니다. 이제는 도저히 납이 남아있을리 없다고 생각해서 롱노즈 플라이어로 힘주어 빼내려했는데 환자의 왼쪽버튼 PCB가 통째로 날아가버렸습니다. 네, 말그대로요.
아니 무슨 PCB를 왜 통짜로 안만들고 연약하게 깎아놔가지고 ㅠㅠ
사실 몇년전에도 KONE PURE를 집도했었다가 30W짜리 인두로는 ROHC규격 납이 안녹아서 결국 낭패보고 마우스를 새로샀는데, 이번에는 60W 인두를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셈입니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다음주 수요일까지 연재가 중단될 예정입니다. 임시로 어디 굴러다니던 마우스를 끼워다 쓰고 있는데 도저히 게임을 돌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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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못하게 되었는데... 손과 머리는 심심합니다.
그래서 이참에 그동안 봐두고 즐겨찾기해두었던 인터레스팅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자 합니다. 오래된 LEOPOLD의 텐키리스 키보드는 여전히 멀쩡하니까요.
이번 이야기는 월남전때 미국이 실행했던 기상천외한 ELINT(Electronic signals intelligence)수집작전입니다.
출처는 USNI의 <The Dropping of the TURDSID in Vietnam - Electronic warfare and surveillance in Vietnam.>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세카이대신 1970년대초 월남전 미군기지에 워프당하고, 호치민 루트를 오가는 베트콩 보급선을 감시해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을 쓰시겠나요?
일단 미군이니까 공군!
당연히 정찰기부터 띄워야합니다. 왜냐하면 정찰기는 넓은 지역을 감시하며 넓은 지역에 대한 IMINT(Imagery intelligence. 그림과 사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를 획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거진 수풀과 험지들은 정찰기의 가시선(Line of Sight)을 가려버리거니와, 호치민 루트가 너무 길어서 정찰기로도 다 커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지프같은 경차량과 소수의 정찰조?
이 조합은 수풀과 험지를 잘 극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찰기와 정반대의 장단점을 가집니다. 수풀과 험지를 극복하며 가시선을 확보해내지만, 이 정찰조들이 확보할 수 있는 IMINT의 물리적 범위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공위성?
당연히 말이 되죠! 이것만큼 좋은 수단도 없을겁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1970년대초에 워프당했습니다.
전세계를 감시하는 스파이 카메라 위성체계같은건 톰클랜시 소설에서나 존재했습니다. 예전의 감시위성들은 자신이 저장한 위성사진 필름을 지구로 투하하던 그런 물건들이었습니다.
그러면 실제 미군은 이러한 골치아픈 난관에 어떤 솔루션을 내놓았을까요?
개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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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속에서 미 국무부 당국자들은 호치민 루트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섰습니다.
그러다가 구상된 작전이 바로 Operation Igloo White였습니다. 1969년말부터 1972년말까지 실행되었던 이 작전의 요지는 남베트남과 라오스사이의 비무장지대(위쪽지도 참고)에 전자적 대침투방지 시스템(electronic anti-infiltration system)을 구축하것이었고, 인력과 물자의 통행을 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Operation Igloo White는 베트남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비싸며 성공적인 작전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작전내용은 특별히 개조된 해군 OP-2E 냅튠 대잠초계기가 600mph 속도로 작전지역을 쭉 훑고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작전지역내의 길, 포장도로, 적의 침투로로 의심되는 루트를 쭉 따라 선형으로 TURDSID를 줄줄이 투하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투하된 TURDSID는 근처에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가면 신호를 발신합니다.
이때 이 신호들는 작전 초기에 EC-121R 전자전기가 수신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엔 QU-22B 페이브이글 무인기(!)가 투하지점 근처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TURDSID의 신호를 수신했습니다.
그리고 EC-121R과 QU-22B 페이브이글은 자신이 수신한 신호들을 다시 태국 Nakhon Phanom의 미 공군기지 ICS(Infiltration Surveillance Center)로 재전송했습니다.
그리고 20만 평방피트에 달하던 크기의 ICS에서는 분석가들이 그 당시에 가장 강력했던 IBM 360-65 컴퓨터를 이용하여 TURDSID의 신호들을 저장 및 분석하였습니다. 작업을 통해 분석가들은 작전지역에서 이동중인 사람이나 차량의 위치, 속력, 방향까지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공군에게 전달하여 감지당한 표적들을 폭격하게 했는데, 분석완료부터 폭격까지 불과 5분걸렸고 빠르면 2분정도 걸렸다고 합니다.
이세카이 판타지보다 더한 현실이 1970년대에 실존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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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똥이야기입니다.
이미 알아채셨겠지만 TURD라는 이름대로 OP-2E가 줄줄이 뿌려댔던 TURDSID가 바로 개똥이었습니다. 정말로요.
Seismic Intrusion Device (SID)앞에 Turd를 붙이면...
TURDSID는 몇일동안 유지되는 배터리, 진동센서(seismic detector), 송신기, 내장 안테나, 그리고 개똥처럼 보이게 의도적으로 위장하려했던 고무외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관계자들이 나중에서야 호치민 루트에 어슬렁대는 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외피를 긴급히 나무조각처럼 보이게 바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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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TURDSID만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좀 더 찾아보니 다른 형식의 SID들이 있었습니다.
https://www.nationalmuseum.af.mil/Visit/Museum-Exhibits/Fact-Sheets/Display/Article/195948/igloo-white/
항공투하 진동센서
ADSID (Air Delivered Seismic Intrusion Detector) - Used an internal geophone to detect personnel or vehicles in motion
음향 및 진동센서
ACOUSID (Acoustic and Seismic Intrusion Detector) - used seismic and acoustic devices; could transmit sound from a built-in microphone
헬기투하 진동센서
HELOSID (Helicopter Delivered Seismic Intrusion Detector)
첫댓글 이게 전에 들었던 개똥 감지기로군요.
황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니 흠 좀 무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