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대게 축제가 강구항 일대에서 2일부터 열린다. 한 번 가 볼까? 글쎄올시다. 산지라고는 하지만 별로 싸지 않은 가격, 게다가 마음 불편하게 만드는 호객 행위를 생각하면….
대게, 멀리 안 가고 잘 먹을 곳이 없을까? 갑각류를 '초장집' 스타일로 파는 할인마트 '해신회대게'가 부전동에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신축 빌딩의 1층 수조에는 러시아산 대게, 바닷가재, 킹크랩이 그득하다. 여기서 골라 바로 저울에 단다. 그리고 4층 식당에 올라가 1인당 초장값 3천 원을 내고 먹는 방식이다.
찜솥에 들어간 대게가 벌겋게 변해 다리를 버둥거리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리가 떨어진 대게도 있다.
대게는 위험에 처하면 제 다리를 자른다. 몸뚱이만 지키면 다리쯤이야 새로 나기 때문이다. 대게는 먹이가 없으면 동족끼리 잡아먹는다. 그것도 없으면 자기 다리를 잘라서 먹는다니 흉악한 놈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약간 덜 미안해졌다.
바닷가도 아닌 곳에 자리 잡은 '해신회대게'의 규모(270석)에 놀랐다. 찾기도 쉬워 회식하기에 좋겠다. 대게는 담백하고, 킹크랩은 버터 맛이 난다. 어떤 맛으로? 우리는 둘이서 '대게 2인 세트'를 시켰다.
대게 회가 먼저 나왔는데 눈꽃이 핀 줄 알았다. 대게 다리 끝이 꽃처럼 탐스러웠기 때문이다. 온탕에 넣었다, 냉탕에 넣었다, 특별한 노력이 피운 꽃이었다. 대게찜을 먹는 동안 말이 없어져 '고요한 밤'이 되었다. 심심하지 않게 계절 회로 우럭, 광어, 밀치도 나왔다. 한치를 넉넉하게 넣은 새콤달콤한 물회는 맛있다. 게살, 꽃게, 홍합 등이 든 해물 라면은 별미였다. 게딱지 볶음밥의 고소함은 말할 필요가 없고. 냉동을 쓰는 대게 구이 (1~1.5㎏)를 따로 주문했는데 의외로 맛있어서 놀랐다.
이정동(50) 대표의 또 다른 명함은 러시아산 수산물 유통을 하는 '로하스씨푸드' 대표이다. 직접 수입을 하기에 다른 가게보다 ㎏당 5천~1만 원 싸게 팔 수 있단다. 싸게, 많이 파는 정책을 고수 중이다. 이 대표는 "올해에는 러시아산 대게 라이브 쿼터가 지난해보다 배가 늘었다. 그 덕분에 가격은 3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딱딱한 갑각에 싸인 게는 몸이 자라며 나방이 허물을 벗듯이 탈피 과정을 거쳐 성장한다. 그래서 벌레 충(충)에 풀 해(解)자가 더해 게 해(蟹)자가 만들어졌다. 7~8월에는 탈피를 위해 살이 별로 없어진다. 대게는 3~5월이 살이 좋다. 살도 좋고, 가격도 좋아, 게 먹기 좋은 계절이다.
대게·바닷가재 세트 2인 10만 원. 대게탕 5만 원, 대게·바닷가재 구이 5만 원. 영업시간 11:00~24:00.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 275번길 65. 부전동 도시철도역 8번 출구 앞. 051-819-010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