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를 듣고 그들의 의혹은 모두 사라졌다. 이때 스승은 래충빠에게 진
리를 수행하기로 결심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수행해야 한다면서 노래로써 일
러주었다.
아들아, 깨달음의 수호자야, 들으렴.
진리를 수행하려거든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나니
공덕 낳은 스승은
제불(諸佛)의 화현이요,
법신 자체이나니
래충빠야, 굳건히 믿느냐?
스승의 가르침은
감로같은 최상의 영약(靈藥)이라
오독(五毒)을 완전히 고쳐주나니
래충빠야, 굳건히 믿느냐?
스승의 행위와 말은
화신의 그것이나니
아들아, 굳건히 믿느냐?
부단히 흐르는 마음의 생각들은
공하며 본래 자성(自性)없네.
일어나는 듯 보여도 언제나 존재치 않나니
흔들림 없는 자각으로
확신을 가져야 하리라.
아들아, 그대는 굳건히 믿느냐?
천인(天人)들이 사랑하는 쾌락도
무상하고 변하기 쉽네.
진정한 행복이란 윤회계에 존재치 않음을
굳게 믿어야 하리니
아들아, 그대는 굳건히 믿느냐?
삼라만상은 순간이요 쏜살같네.
흐르는 강물 같고 피어오르는 연기 같으며
하늘의 번개 같네.
이 세상에서 여유를 찾기란 희유함을 알지니
아들아, 그대는 굳건히 믿느냐?
세상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네.
죽음을 넘어서기 갈망하지만 벗어날 수 없네.
래충빠야,그대는 굳건히 믿느냐?
이 노래를 듣고 제자들은 한층 깊은 지견을 얻게 되었다.
어느날 냐낭의 보시자들이 래충빠에게 왔다. 그들은 래충빠를 초대하면서 마
을에 얼마 동안 머물면서 그들의 호의를 받아주시기를 간청하였다. 미라래빠
는 래충빠가 이 주일 간 마을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하였다. 이리하여 래충빠
는 떠나고 다른 수행자들은 보시를 얻으러 마을로 내려갔다.
한편 이때 제쎄와 쿠죽 및 진 지방에서 온 다른 보시자들이 미라래빠를 방
문했다.이들은 거리낌없이 음경을 내놓고 앉아 있는 그를 보고 수치스럽고
당황하여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제쎄가 다가가 덮개천을 스승
에게 바치고 나서야 방문객들은 그의 둘레에 모일 수 있었다. 그들은 청하였
다.
"오, 선생님!선생님께서 알몸을 드러내고 성기를 노출시키니 저희 세속 사람
들은 매우 당혹하고 부끄럽습니다. 저희들을 배려하시어 앞으로는 제발 그것
만은 가려주시기를 원한다."
이 요청을 듣자 미라래빠는 별안간 덮개를 걷고 벌떡 일어나 노래하였다.
이곳 저곳 오랫동안 방랑하느라
내 이미 고향을 잊은 지 오래이네.
거룩한 스승 곁에 오랫동안 머물러
친척들은 모두 잊었네.
붓다의 가르침을 오랫동안 간직하여
세속일을 모두 잊었네.
은둔처에 오랫동안 머물러
세속 오락 모두 잊었네.
은둔처에 오랫동안 머물러
세속 오락 모두 잊었네.
원숭이들 놀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느라
돌봐야 할 가축들을 모두 잊었네.
부싯돌에 오랫동안 습관되어
집안 잡일을 모두 잊었네.
하인과 주인 없는 은둔 생활에 습관되어
예의바른 태도를 잊었네.
태평한 생활에 익숙해져
세속의 수치로움을 잊었네.
저절로 오가는 마음에 익숙해져
사물을 숨기는 방법을 잊었네.
뚬모 열에 오랫동안 습관되어
옷을 입는 것조차 잊었네.
분별함이 없는 지혜를 수행하기에 길들여져
흩어지는 생각들을 모두 잊었네.
'하나 속 둘'의 깨달음을 실천하느라
무의미한 관념들을 모두 잊었네.
열두 가지 망각은 명상자의 가르침이네.
친애하는 보시자들아, 따르지 않으련?
이원(二元)의 매듭은 나에게 풀렸나니
그대들의 관심을 따를 필요 있으랴!
내게 있어 깨달음이란 자연스러움 자체이노라!
세상 사람들의 진리(관습)는
행하기가 너무 어렵네.
아무것도 관심 없어 나는 내 식대로 살아가노라.
그대들이 일컫는 '수치'는
눈가림과 속임수만을 불러올 뿐이니
짐짓 수치스러운 척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