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가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쌩긋 웃는 박슬기는 어린아이처럼 천친난만했다. 가식없는 진솔한 언변은 주위의 귀감을 사기에 충분했고, 그녀와 함께한 짧디 짧은 시간에 충분한 재미를 만끽했다. (근래들어 인터뷰 내내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처럼, 때로는 속사포처럼, 계속되는 그녀의 입담으로 주위를 환기시키는 탁월한 능력은 그녀의 잠재된 끼를 표출하기에 충분했다. 약간의 촐싹거림은 애교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꿈 많은 18세 소녀의 영화 입문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요즘 바쁘시죠?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캐스팅 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외출하죠. 나머지 닷새는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고. 근데,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런 게 좋아요. 놀면 좀이 쑤시거든요.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PD들이 뽑은 코미디, 시트콤 부문에서 신인상 받았죠.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고, 아직까지도 목소리가 떨려요. 눈물도 꽤 많이 흘려, 방향 감각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나가고 그랬었거든요. 주변에서는 저의 그런 측은한 모습을 보고 같이 눈물을 흘려주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상을 받을 만큼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고, 특히 코미디, 시트콤 부문의 상이라 큰 웃음도 주지 못했는데 그걸 높게 평가해 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죠.
그만큼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겠어요.
잘 모르는데, 길거리 지나다 보면 가끔씩 느끼죠. 어제도 마트에 갔었는데, 한 여고생이 ‘슬기언니’하며 악수를 청하는 거예요. 그럴 때는 정말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저도 이제부터 관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전 아직 걸어가야 할 길도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해야죠.
하나 둘, 주위 사람들이 알아보면 배우로서 되게 뿌듯하겠어요.
없지않아 그런 점이 있죠. 주변에서는 질타보다는 칭찬을 주로 해주시는데, 그런 말 들으면 그냥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어 가슴이 너무 벅차죠. 가끔은 “칭찬의 말보다 질타의 말을 해주세요”하고 요구도 하는데, 그것마저도 “겸손하다”는 칭찬의 말로 되돌아 오니까 그저 감사해요.
팔도 모창 가수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연예계로 진출했죠. 연예계에 진출해서 각종 쇼·오락프로를 평정했고, 시트콤에서 주체할 수 없는 끼도 발휘하고, 이번에 영화까지 점령했죠.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제가 보여줘야 할 것이 조금씩 좁혀져 가는 것 같아 위축이 되고, 위기감에 봉착한 것 같아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웃음)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욕심도 나고 그런 강박에 휩싸이기도 하는데, 언제나 마음만 앞서 일을 그리치는 것이 다반사에요. 차근차근 뭔가를 열심히 배워 대중 앞에 선을 보여야 겠죠. 한 사람, 한 사람이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저도 많은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죠.
박경림, 조정린에 이어 차세대 만능 엔터네이너로 손꼽히고 있는데, 어때요?
저한텐 너무 과하죠. 경림이 언니는 TV에서만 봤는데, 입담꾼이잖아요.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그런 분과 저를 동격체로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죠. 정린 언니는 시트콤을 해봐서 아는데 정말 잘 챙겨줘요. 같은 팔도 모창 가수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면서 지도도 많이 해주고, 선배로서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잘 가르쳐 줘요. 그런 것에 더욱 감사하죠.
팔도 모창 가수대회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수상한 이력과 <몽정기2>의 높은 경쟁률의 오디션 뚫고 발탁된 것을 볼 때, 경쟁률이 높은 대회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데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요?
오디션은 개인마다 자유연기가 꼭 하나씩은 있어야 했어요.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당시 유행한 코너들을 따라 하며 연습했죠. 근데 심사 위원들한테는 잘 안 먹히는 거예요. 이상한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기도 하고 분위기가 되게 안 좋았죠. 그러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생각하다 불현듯 그때 한창 유행이던 김제동 오빠 성대모사, 박정현 언니 모창 등을 보여줬죠. 그때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데, 선뜻 개인기를 선보였죠. 운 좋게 그게 심사 위원들의 환심을 샀고, 반응이 꽤 좋았죠. 오디션에서 보여줘야 하는 관례와는 약간 다르게 보여준 것이 참신했던 모양이에요. 그것이 연이 되어 MK 스타상(오디션 대상)도 타게 됐고, 제가 생각해도 참 잘한 것 같아요. (웃음)
첫 영화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때요?
지금까지 제 얼굴을 가장 크게 본 것이 집에 있는 29인치 TV인데, 스크린에 비하겠어요. 큰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보니까 엄청 떨리고, 약간은 민망하기도 하고 그래요.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긴장도 되고, 그럴수록 제 감정을 이완시키려 노력하죠. 더 많은 사람들과 영화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너무 떨려서 말이나 잘 나올지 모르겠어요.
영화를 찍고 난 후, 성에 대한 지식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솔직히 성에 대해 무지했죠. 여중, 여고를 나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남학생들과 접할 여유가 없었어요. 학교 간 거리도 멀었고, 어울릴 기회도 없었죠. 하다못해 소개팅에서도 저는 폭탄이었기 때문에 남학생과 사귄다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었죠. 같이 가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되게 민망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하고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어요. 버스에 탈 때도 남자들이 타고 있으면 손잡이를 못 잡았을 정도니까 말 다했죠. 남성 기피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영화 찍으면서 스탭들이 대부분 남자라 스스럼없이 지내죠.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제가 지금껏 몰랐던 부분이나,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던 부분까지 상세하고, 세밀하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웠죠. 영화를 찍으러 가면 꼭 학교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만큼 저한테는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 작품이에요.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죠?
언니들 대부분이 그렇고, 은비도 저랑 있으면 재밌다고 하고, 지훈 오빠도 저만 보면 괜히 웃음이 난다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가끔 그런 점들 때문에 제 자신이 너무 촐싹되는 것이 아닌가, 너무 까불어서 선배들의 눈에 거슬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조금 자제하고, 조심하려고 하는데 막상 촬영장에 가면 제 넘치는 끼를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뭔가를 해야 될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뭐라도 두드려야 할 것 같은, 불안감 있잖아요. 하다못해 입이나 코라도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죠. 뭔가 병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그런 걸 다 커버해주는 주위 분들이 고마울 뿐이죠.
수영장에서의 노출 씬(?)은 어땠어요?
배 접힌 것이 두 번째 딱 보이더라구요. 첫 번째는 잘 안보였는데, 유심히 보니까 확실히 눈에 띄더라구요. 민망하죠 뭐.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로 연기력을 다졌고, <몽정기2>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는데,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그간 보여준 코믹적인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요.
특히 배우라면 그 사람의 외형에 따라 보여지는 이미지가 달라지잖아요. 근데, 저한테 맞는 캐릭터는 많은 사람들한테 웃음을 전달해주는 역할인 것 같아요. 그 사람들로 하여금 감동을 줄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또한 같이 어우러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래서 지금까지 더 많이 어울리려고 노력했고, 약간의 오버와 더불어 되게 웃기는 캐릭터만 도맡아 한 것 같아요. 뭔가를 계속해서 갈구하고,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죠.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영화는 호흡이 중요한 것”이라고 지도해 주셨죠. 일례로, “너 그랬니?” (한 톤 높여) “어! 나 그랬어!?” 이건 오버잖아요, 근데 “너 그랬니?” “어, 나 그랬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근데 저는 후자가 안 되는 거예요. 지금도 그걸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고, 차츰 나아지겠죠. 그런 희망으로 지금은 어렵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죠.
자칫 비슷한 류의 연기만 하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우려의 반응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없지 않겠죠. 고정된 캐릭터를 연기해서 그럴 텐데, 이제 곧 방영될 시트콤을 통해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가족 시트콤인데, 개성 강한 캐릭터로 나와요) 그것을 계기로 연기의 폭을 조금씩 넓히려 해요. 지금도 꽤 노력은 하고 있는데, 어떻게 잘 될 지는 모르겠어요. 제 판단 하에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거란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움직여야죠. 지금과 전혀 다른 캐릭터가 주어져도 얼마든지 열심히 할 의사가 있는데, 어떻게 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외모지상주의와는 약간 거리가 먼, 개성으로 똘똘 뭉친 배우인 만큼 외모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아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연예계는 그런 것이 더욱 심할 텐데,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계에 입문하기 위해 오디션을 되게 많이 봤는데, 그럴 때마다 제 양 옆으로 키 크고, 늘씬한 애들과 같은 열에 서게 되요. 비교되잖아요. 저는 키도 150cm 밖에 되지 않고, 뭐 하나 자신 있게 내세울 것도 없는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되게 많이 받았었어요. 게네들 워킹 연습할 때, 저는 한 쪽 구성에서 노래 부르고 있고, 굉장히 뻘쯤하고 속상하고 그랬죠.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집에 와서 각종 음악프로그램 보면서 한참 눈물을 흘렸었어요. 물론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다 그런 상황들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도 들지만 그때는 정말 앞이 깜깜했죠.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외모도 어느 정도 뒷받침 되었다고 생각해요. 주위 분들도 저를 보면서 ‘외모와 끼가 잘 들어 맞는다’고 하면서 외모에 대한 불평, 불만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사람으로선 완벽할 순 없지만 지금의 모습에 만족해요. 다만 살을 조금 빼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조금 있긴 해요. (웃음)
그간 오디션은 얼마나 자주 본 건가요?
불행하게도 오디션에서 붙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특히, 영화 오디션은 저 혼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 제 생각으로는 키도 크고, 늘씬하고, 한마디로 쭉쭉빵빵인 사람들이 모여 자기네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식으로 생각했거든요. 되게 어리석었고, 편협한 생각이었죠. 때문에 더 엄두를 못 냈던 것도 같아요. 강원도 원주 출신이라, 방학 때만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 핀잔과 잔소리는 기본이고, 때로는 푸념 섞인 말도 듣고 그랬었어요. 근데 정말 그럴 때마다 의지를 더 확고히 하고 매일 도전했어요. 그 와중에 팔도 모창 가수대회가 고3 올라가기 직전에 했던 건데, 죽기 살기로 했거든요. 그때 “낙방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운 좋게 예선 1, 2차에 붙고, 본선에서 대상을 타는 영광까지 누리게 돼서 지금까지 이렇게 순탄하게 오게 됐죠.
아직 학생인데, 연예계 활동에 대한 회의는 없나요?
아니오. 굉장히 좋아요. 물론 일부 짓궂은 팬들 때문에 약간 황당하지만 그것 때문에 힘들거나, 어려웠던 적은 없었어요. 지금 이 순간이, 제가 마이크를 잡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죠. 카메라가 저를 찍는 것도 꽤 흥미롭고, 모든 것이 즐겁죠. 지금의 자세 그대로, 날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새해가 밝았는데, 포부가 있다면요.
을유년, 닭의 해잖아요. 제가 호랑이 띤데, 호랑이가 닭을 잡아 먹죠. (웃음) 올 한해, 제가 열심히 해서 먹어보겠습니다. 올해도 전년처럼 행복한 일들만 무궁무진 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의 노력이 뒷받침 되야 겠죠. 한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이런 자리를 또다시 갖고 싶다는 거요. 나중에 꼭 또 봤으면 좋겠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