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made it this far and refused to give up because all my life
I had always finished the race.“
- Louis Zamperini(1917.1.26. ~ 2014.7.2.)
저는 몇 가지 취미가 있습니다. 마라톤과 달리기, 근래엔 손에서 놓은 지 오래이나 책 읽기, 그리고 음악 듣기 정도입니다. 가벼운 소일거리를 할 때나 휴식하는 시간에는 이런저런 음악을 배경처럼 두고 듣곤 하는데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중없이 노래를 틀어놓다 문득 눈과 귀를 붙드는 하나가 있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무심코 들여다보는데 영상 속 남자가 열심히 내달립니다. 일장기도 펄럭이고, 전투기도 나타나는 게 뭔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노랫말이 외국어라 단번에 이해하진 못했으나 무언가 의지와 희망 같은 화두를 담은 듯했어요.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콜드플레이(Coldplay)의 ‘miracles’란 노래입니다. 콜드플레이는 1998년 영국에서 결성된 세계적인 슈퍼밴드로, 2017년에 내한 공연도 했습니다. 콘서트가 굉장했다고 하는데, 평소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던 저는 가보지 못해 살짝 아쉬웠었습니다. 아무튼, 이들이 2015년 1월 개봉한 영화 ‘언브로큰(Unbroken)’에 삽입되는 이 주제가를 만들고, 불렀습니다. 감독은 안젤리나 졸리네요.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이라고 합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를 연출한 경력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오옷.
[사진] 영화 '언브로큰(Unbroken)' 연출자 안젤리나 졸리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의 각본을 본 뒤 루이스 잠페리니의 삶을 담아내겠단 결심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잠페리니가 보여준 삶에 대한 태도, 그리고 역경을 헤치고 나가는 끊임없는 여정이 큰 울림을 주었던 겁니다. 실제로 그는 연출을 위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루이스 잠페리니와 몇 차례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하네요.
개략적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의 아들이었던 루이스 잠페리니는 이른바 반항아였다고 합니다 .가난으로 어린 시절 여러 학교를 전전하며 지냈고, 체구가 작아 놀림을 많이 당하기도 했습니다. 우유병에 술을 담아 마시고,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하였으며 남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는 등 좌충우돌하며 미래를 그리지 않았던 그는 육상선수인 형 피트 잠페리니의 노력으로 우연히 마라톤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후 달리기에 몰입한 잠페리니는 토랜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9세의 나이에 미국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이후 베를린 올림픽까지 출전하게 됩니다.
[사진] 토랜스 고교 재학 시절의 루이스 잠페리니(가운데)
[사진] 역주하는 루이스 잠페리니의 모습
그러나 곧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그는 미 육군 장교로 입대해 폭격기의 조준경을 담당하는 폭격수가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살아남았지만 작전 수행 중 전투기 엔진 고장으로 태평양 바다 가운데 추락하고 맙니다. 사방이 아득한 그곳에서 동료들과 부둥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빗물을 마셔가며 47일을 버텼던 그는 적인 일본 군함에 의해 극적으로 발견되지만 그것은 곧 기약 없이 전쟁 포로가 된다는 뜻이었지요.
[사진] 육군 장교로 미군에 입대한 루이스 잠페리니의 모습
이후 루이스는 일제의 포로수용소에 끌려갔고, 그곳에서 독방에 갇힌 채 혹독한 노동과 구타에 시달렸습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그는 언젠가는 전쟁이 종식되고, 그리운 가족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 꿈을 끝내 버리지 않았습니다.
수용소에서 루이스 잠페리니는 잔혹한 고문과 악행으로 인해 맥아더 장군의 전범 리스트에도 오를 만큼 악명 높았던 일본 육군 부사관인 와타나베 무츠히로를 만납니다. 와타나베는 루이스가 올림픽 출전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열등감이 더해져 그를 철저히 괴롭힙니다. 갖은 구타와 장시간의 중노동, 모욕이 매일같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일제의 포로수용소에 갇힌 루이스 잠페리니(가운데)와 동료들
지옥 같은 생활 속에서도 종전만을 꿈꾸며 버티던 중 1945년 8월, 일본은 항복을 선언하고 루이스를 비롯한 전쟁 포로들도 무사히 해방을 맞이합니다. 그간의 형용할 수 없는 고초를 감내한 루이스는 대위 계급장을 달고 고향으로 돌아와 꿈에도 그리던 가족들과 재회하였지요. 이후 결혼도 하고, 전쟁에서 함께 살아 돌아온 전우와도 우정을 이어나갔다 합니다. 또한 수많은 강연회와 방송 출연 등으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전쟁을 겪으며 무너진 체력과 근육에다 잦은 악몽과 불면증, 공황 발작까지 겹쳐 더 이상의 달리기는 불가능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그 자신의 맹세와 같이 복수보다 용서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잠페리니는 이후 일본에도 방문해 가해자들을 만나 화해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갖은 고초를 가했던 와타나베는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 와타나베가 루이스 잠페리니와의 만남을 끝내 거부하였다고 하네요. 80세를 맞은 해인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 감동의 화해를 온몸으로 보여준 루이스 잠페리니는, 아쉽게도 영화가 완성되기 직전인 2014년 9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사진] 잠페리니를 가혹하게 학대했던 와타나베 무츠히로의 군 시절과 노년기 모습
[사진] 나가노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선 루이스 잠페리니의 달리기
영화는 이렇듯 루이스 잠페리니의 일대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에 모두 일어났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의 신산함을 온몸으로 겪어낸 그의 삶을 재현하며 영화는 희망을, 그리고 삶의 의지만으로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위대한 인생 여정을 그립니다.
[사진] 종전 이후 고국에 돌아온 루이스 잠페리니(오른쪽)와 전우
영화는 후기를 찾아보니 완성도 면에서 다소 호오가 갈리지만, 콜드플레이가 연주하는 주제 음악은 이 영화와 루이스 잠페리니의 삶을 압축해 극적으로 아름답기 그지없게 담아낸 느낌입니다. 요 근래에 이 노래를 자주 듣다가, 기왕이면 함께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소개를 겸해 올려 봅니다. 후일 기회가 닿는다면 평소 생각해둔 대로 달리기를 주제로 담은 여러 노래, 책, 영화 등을 한 번씩 차례로 묶어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언브로큰의 주제가인 ‘miracles’의 가사와 우리말 해석, 그리고 잠페리니가 남긴 말을 옮기며 끝맺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사진] 노병, 루이스 잠페리니
Miracles
- Coldplay
From up above I heard
The angels sing to me these words
And sometimes in your eyes
I see the beauty in the world
Oh now I'm floating so high
I blossom and die
Send your storm
and your lightning to strike
Me between the eyes
Eyes
Sometimes the stars decide
To reflect in puddles in the dirt
When I look in your eyes
I forget all about what hurts
Oh now I'm floating so high
I blossom and die
Send your storm
and your lightning to strike
Me between the eyes
And cry
Believe in miracles
Oh hey I'm floating above the world now
Oh hey I'm floating above the world now
Oh yeah yeah yeah
저 높은 곳에서
천사들의 노랫소리가 들려
가끔 너의 눈동자에서 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봐
오, 지금 아주 높이 떠오르고 있어
나는 피어나고, 다시 져
거센 바람을 내게 보내 번개를 내려쳐줘
내가 깜짝 놀라도록 나의 두 눈에
때때로 별들은 선택하지
흙탕물을 밝게 비추곤 해
너의 눈을 바라볼 때 나의 모든 상처들이 잊혀져 버려
오, 지금 아주 높이 떠오르고 있어
나는 피어나고, 다시 져
거센 바람을 내게 보내 번개를 내리쳐줘
내가 깜짝 놀라도록
그리고 울어줘
기적을 믿는다고
오 여기, 난 지금 이 세상 높이 날고 있어
오 여기, 난 지금 이 세상 높이 날고 있어
“누구에게나 끈기가 필요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굴복하지 마라.
그러면 언제나 답이 있을 것이다.”
“To persevere, I think, is important for everybody. Don't give up, don't give in.
사진은 우리나라 대학에 입학했다는 안젤리나 졸리 모자 모습 같네요. 저도 영화엔 문외한이라 졸리가 감독 경력이 있는 걸 몰랐습니다. 주제와 이야기를 알고 나니 노래가 뭔가 더 깊이 들어오는 기분이더라고요. 아무튼 잘 감상하셨다니 기쁩니다! ^ㅇ^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첫댓글 .
'Believe in miracles'
어제 저녁부터
영상 찾아보고
영화 부분부분
보고
중독강한 ost
듣고
또 듣고
아~~~
생명의 서와
용서의 아름다움
그리고...
재원씨 덕분에
감동있는 영화
알게되었네요
고맙습니다 ~♡
***
졸리의 재발견
.
사진은 우리나라 대학에 입학했다는 안젤리나 졸리 모자 모습 같네요. 저도 영화엔 문외한이라 졸리가 감독 경력이 있는 걸 몰랐습니다.
주제와 이야기를 알고 나니 노래가 뭔가 더 깊이 들어오는 기분이더라고요. 아무튼 잘 감상하셨다니 기쁩니다! ^ㅇ^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밴드 '콜드플레이'의 '미라클' 잘 들었어요~
영상과 노래에 담긴 이야기들과, 정성스럽게 선택한 사진들까지,,
재원씨의 소개글을 보면서
내가 달리기를 왜 좋아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끈기있게 포기하지 말고 '레이스'를 '완주' 하는 것
그 '레이스'는 '마라톤'뿐만 아니라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도 함께~
저는 요즘 레이스를 완주하는 건지, 레이스에 끌려가는지 가끔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_* 농담이고.. 아무래도 사진을 곁들이면 좀 덜 지루하고 훨씬 잘 와닿는 느낌이라 구글 검색으로 찾아 몇 장 넣어 봤습니다.
기적이 대단한 무엇만은 아니겠지요. 호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재원씨 덕분에 콜드플레이의 미라클과 영화배경 너무 멋지네.
ost음악이 너무 실감나고 감동!
이 영화 봐야겠네요.
와우....
땡큐
좋은 하루...
잘 들으셨다니 기쁩니다! 영화는 평이 좀 엇갈리기는 하지만 감상은 개인차를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즐겁게 보시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듯한 봄날 만끽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