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석가탄신일 아침 충북 단양의 구인사에는 스님과 불자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요상한(?) 사람들이 산사를 찾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금영수증 꼭! 챙기세요"라는 글씨가 새겨진 어깨띠를 두르고, 현금영수증 카드발급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제천세무서 직원들이었다.
여느 세무서라도 세정을 알리는 행사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제천세무서는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현금영수증카드 보급과 납세홍보를 위해 휴일을 반납할 정도로 전력을 다하고 있어 세정가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
특히 지역대학 학생들에게도 틈나는 대로 현금영수증홍보를 실시한 결과 지난 21일에는 세명대학교 학생 7800명 전원이 현금영수증 카드를 보유하게 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제천세무서가 갑작스레 변한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대전지방청에서부터 홍보맨으로 이름을 날렸던 홍순필 서장이 지난해 12월 부임하면서 부터다.
"한 일에 대해서는 평가를 받자"는 생각을 가진 홍 서장은 세정행사를 열 때마다 매번 각 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언론사에까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제천세무서에서 언론사에 돌리는 보도자료 수만 본다면 국세청 본청에서 대납세자 홍보용으로 내놓는 숫자를 무색케 할 만큼 열성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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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시민 모두가 현금영수증카드를 가질 때까지!=제천세무서는 홍 서장 부임 이후 지난 4월 청풍벚꽃축제, 제천마라톤대회, 지역대학축제 등 각종 지역행사에 참여해 현금영수증 홍보에 나서고 있다.
왜 하필 현금영수증 홍보에 집중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알고 보면 홍 서장의 현명한 선택이 주요했음을 알 수 있다.
홍 서장이 제천서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역상황을 살펴보니 대형법인도 없고 부가세수도 적은 제천에서 할 일은 바로 '현금영수증'이라는 생각을 떠올린 것.
최근에는 현금수요가 많은 지역대학 세명대학교와 대원과학대학의 축제에 찾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펼칠 만큼 철저한 계획과 계획에 따라 밀어붙이는 강한 추진력도 가지고 있는 그다.
결국 엄청난 추진력이 세명대 학생 78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현금영수증 카드를 발급해주는 기록을 달성케 했고, 그가 "제천시민 모두가 현금영수증카드를 가지고 다닐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로도 충분했다.
□ 부장검사출신 변호사 누른 고졸출신 사무관=홍 서장의 끈질긴 추진력은 예전부터 명성을 날렸다.
지난 1998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비리사건은 바로 홍 서장이 사무관 초임으로 부임했던 대전세무서 소득세과장 시절 관련 변호사를 조사하면서부터 시작된 것.
홍 서장에 따르면 당시 이 변호사는 연간 형사사건 수임건수가 400건이 넘을 정도로 지역 형사사건 수임을 싹쓸이하다시피 했지만 절반 이상을 신고누락하고 있었다.
대전세무서 소득세과장이던 홍 서장은 대전세무서 개청이래 최초로 소득세 특별조사를 실시했고, 실제소득과 일치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이미 사법고시에 합격해 지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이 변호사 역시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하는 등 쉬운 세무조사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혈기 왕성하던 초임 사무관이었던 홍 서장도 굴하지 않았다. 당시 소득세과장이던 그는 전 직원들을 동원해 이 변호사에게 수임을 의뢰한 의뢰인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고 전국을 돌며 직접 찾아가기도 하면서 수임료지불확인서를 확보했다.
결국 전체의 1/3정도의 수임내역을 확보한 그는 변호사사무실의 사무장이 중간에서 수임료를 떼먹은 사실을 확인했고, 이것이 이 변호사와 사무장의 갈등으로 야기돼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초임 사무관의 당당함과 추진력이 서슬 퍼런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비리를 밝혀낸 사건이었다. 홍 서장의 추진력이 돋보인 것은 비단 이 사건 뿐만이 아니다.
2004년 오창 택지개발지구의 분양권 전매를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전문투기조직을 적발해 215억원을 추징하고 대통령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오창 분양권전매탈세 적발은 홍 서장이 서기관 특승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 삼강오륜 모르면 결재도 안해줘=현재 제천세무서직원들의 책상에는 오랫동안 사회의 기본적 윤리로 존중되어 오고있는 '삼강오륜'이 붙어있다. 홍 서장이 삼강오륜을 모르면 결재를 안해주기 때문.
모든 업무에서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홍 서장은 가정에서도 두딸과 막내 아들로부터 존경받는 아버지다.
31살의 다소 늦은 나이에 미국에서 MBA과정을 준비중인 큰 딸과 은행에 취직해 프리미엄고객을 대하고 있는 작은 딸은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나야 결혼하겠다는 말로 존경의 뜻을 전한다고 한다.
1972년 청주상고를 졸업한 후 곧장 9급 교육행정직으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1980년 7급 세무직 공채에 합격해 세무공무원으로 전향했다. 부교육감을 지내는 주변친구들도 있지만 세무공무원인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홍 서장은 그간의 세무공무원 생활을 짧은 한마디로 평가했다.
"후회 없이 했습니다"
공무원으로 정도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홍 서장은 나중에 은퇴하면 고향인 청주에서 무료세무상담소를 운영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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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필 제천세무서장은?
▲1952년 12월생 ▲충북 청원 ▲청주상고 ▲7급공채 ▲영동세무서 총무과 ▲청주세무서 법인계장 ▲동대전세무서 법인계장 ▲청주세무서 민원실장 ▲대전세무서 소득세과장 ▲대전청 특별조사과장 ▲대전고법 파견 ▲대전청 법무과장 ▲대전청 총무과장 ▲제천세무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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