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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과 윤동주와 나
인묵 김형식
1936년 1월 말馬 1필가격은 5원이었는데
백석의 시집 <사슴>은 2원이었다
100부 한정 판매했다고 한다. 시인 윤동주는 이 시집을 구하지 못해 연희전문학교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시집을 베꼈고, 그 필사본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와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살펴보면 윤동주가 백석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묵은 윤동주를 공부하다 백석에 폭 빠져든다. 백석 시집 '사슴' 초판본의 복원본을 구해 표지가 닳도록 곁에두고 읽고있다. 인묵은 시집 '사슴'을 한지에 자필 붓글씨로 필사하고 있다. 대여섯 부 만들어 가까운 문인들께 선물할것이다. 흰 당나귀는 프랑시스 잠이 좋아하는 이미지로 백석과 윤동주가 좋아했다.
2018년 인묵은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시 '별을 줍는 밤에'<제4집 글, '그씨앗의 노래'에 수록>를 썼고, 또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와 윤동주의 시 "별을 헤는 밤'을 읽고 '그리움에 기대어'라는 시를 남겼다.
윤동주와의 인연은 그 전부터 이어졌다.
1998년 윤동주의 흔적을 찾아 일본을 헤매다가 뱃부온천에 발을 담그며 시 '윤동주'를 썼다.<제1시집 그림자, 하늘을 품다에 수록>.
윤동주의 시 '참회록'를 읽고 시 '광화문 솟대'<제3집의 표제시>를 남겼다.
일련의 이런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그리움에 기대어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와 윤동주 시 '별 헤는 밤'의 화답시 >
인묵 김형식
우리들의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이어졌습니다
그때도 별은 빛나고 달빛은 적요하고 나뭇잎은 떨어졌습니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
가을이 지나가는
뜨락에는 낙엽이 분분합니다
낙엽을 줍고 있습니다
뜨락에 흰 바람벽이 있어
낙엽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낙엽 하나에 詩와
낙엽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저는 오늘 저녁
정문골 토굴에서
내 무릎 위에 당신을 누이고
낙엽 하나에 소중한 이름 하나씩 불러봅니다
먼 곳에 있는 친척들의 이름과 은사님의 이름과 선후배 친구들의 이름과 , 진즉 할머니가 된 들꽃 계집애들의 이름과, 나의 사랑 딱새의 이름과 가난한 농어촌 이웃들 이름과, 강아지, 송아지, 게 고동,초승달,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이들을 흠모했던 '백석'과 백석을 좋아했던 윤동주와 인묵,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임들은 오늘따라 더욱 가까이 있습니다
동산에 보름달 솟아오르듯이
찔레꽃과 초승달 딱새와 흰당나귀가 스쳐 지나갑니다
어머니 어머님은 항상 저와 함께 하십니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
임들은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습니다 그런데도
임들의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일까요
무엇인지 그립고 허전합니다
나를 깨우는 저 귀뚜리 울음소리는
부끄러운 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낙엽이 썩어 봄이 오면
내 뜨락에 소중한 님들의 흔적
파랗게 다시 돋아날 것이외다
~~~~~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별 헤는 밤
윤동주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來日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동경과
별 하나에 詩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小學校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佩패, 鏡경, 玉옥 이런 異國少女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詩人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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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줍는 밤에
(백석의 시'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화답시'
인묵/김형식
연꽃 한송이
집에까지 따라 왔다
길상사 다녀 오던날 밤
나는 잠자리에 누워 날개를 단다
밤 하늘을 날고 있다
쑥꾹새 우는 정문 산골로 가서 사랑하는 님과 별을 주우며 오두막에 살련다
김영한,진향,자야,
길상화는 잘 계시겠지
백석과 법정스님도 여전 하시고
열여섯 청상과부와 남정네들
백석의 연인, 자야는
1천억 전재산을 보시 하면서 ''이돈은 내가 사랑하는 시인의 시 한줄만 못 합니다''하여
世人을 깜짝 놀라게 했던 여인
27세 백석은
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 시절 자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청진동에 숨어 든
자야를 찾은 후 함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런 미농지봉투에 적어 건넨 그 시 한편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냐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뱁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오두막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숨이 멈는
하얀 달빛
별은 쏟아지고
자야는
어느 詩語에 반해
연꽃 한송이
성북동에 피웠을까
법정은
그 향기 길상사로 담아 *단월(檀越) 한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오늘밤 나는
잠자리에 누워 날개를 달고 밤하늘을 날고 있다
쑥꾹새 우는
정문 산골로 가서
사랑하는 님과 별을 주으며 오두막에 살련다
별은 쏟아지고
사랑하는 님은
나를 사랑하고
쑥꾹새도 좋아서
쑥꾹 쑥꾹 울것이다
*단월(檀越): 시주(施主), 자비심으로 조건없이 절이나 승려에게 물건을 베풀어 주는일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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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솟대
( 윤동주의 시 '참회록'의 회답시)
인묵/김형식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저 솟대 끝에
새 한마리 앉아 있는것 보이는가
볍씨주머니
솟대높이 달아매 놓은 것도 보이는가
새여
이땅의 기운을 하늘에 전하라
씨알이여
인류의 생명을 살찌게 하라
9천년
민족의 역사를 품어 안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솟대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경거망동 하지 말라
대마도는 우리땅
독도는 대한민국의 땅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경거망동 하지 말라
솟대가 서있은 곳은
모두 다 우리땅 대한민국의 땅
세워 세워
너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
광화문에 솟대를 세우자
~~~~~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ㅡㅡㅡㅡㅡ
●..윤동주
김형식
물 건너
뱃부온천은
계란 썩는 빨래터
동방국
화개동은
호리병속에 별천지
물에 비친
이 사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일본 뱃부온천에 발을 담그니 계란 썩은 유황냄새가 코를 찌
른다. 물에 비친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부끄럽고 미워지는지, 지리산 화개동을 호리병속의 별천지라 노래했던 신라의 최치원(崔致遠),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울부짖으며 70년 전 이곳 후쿠시마 감옥에서 죽어갔을 민족시인 윤동주(尹東柱)님이 어른거린다. 님은 또 자화상에서 "어쩐지
(우물에 비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했습니다. 뱃부 유황온천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나는 일본을 인정할 수 없어 물건너"라고 적는다. 님을 생각하니 가슴 아프다.
~~~~~~~~
※.어떤 시인은
그 어느 즐거운 날에
윤동주 시인이 쓴 한 줄의 참회록을 보지 못함이 참으로 안타깝다.
만 24세의 윤동주 시인은,
비록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나라 잃은 슬픔과
그 암울한 시대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참회하는 모습이..
그 어느 즐거운 날에,
하루하루를 별 볼일 없이 보내고 있는,
40대의 나를 부끄럽게 한다.
무슨 인생을 바라 살아왔던가.
나는 소망한다.
내일이나 모레나 어느 더 즐거운 날에,
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했던가...
라고 말할 수 있기를...
윤동주 시인의 시에는
시대의 아픔이 잔뜩 묻어있으면서도,
뜻대로 되지않는 삶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고뇌도 사무치게 느껴지는 것 같아, 참으로 좋다고 했다.
~~~~~
※. 시.광화문 솟대'는 인묵 김형식의 윤동주 시 '참회록'의 화답시며 김시인의 제3시집 표제시다. 이 시집을 접하고 필자는 염통에서 찬바람이 빠져나가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 민족사를 돌아보면
우리 민족은 931회나 타민족의 침략을 받았다. 그중에 200여 회의 무력충돌이 있었으며, 전국토가 전화에 휩싸였던 때도 20여 회나
된다. 시인들이여,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부끄럽다. 김형식 시인은 뚜렷한 민족시인이다. 자랑스럽다. 민족시인 윤동주 님의 시 <참회록>은 저항(抗)의 시다. 님이 거울이라는 시적 대상으로 민족사를 조명하는 성찰의 시를 썼다면 김형식의 시 <광화문 솟대는 자존의 시다. 우리 심장의 피를 뜨겁게 달구는 시다. 솟대라는 시적 대상으로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워 나가는 희망의 시를 쓴 것이다. 민족
의 시인 김형식은 마침내 우리들의 민족광장 광화문에 드높게 솟대를
우뚝 세워 주었다. 고맙다, 詩人이여. "천년 민족의 역사를 품어 안고 비상을 꿈꾸고 있는 솟대/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것. 그렇다. 일제에게 짓밟히고 빼앗기고 잃어버린 한민족사를 다시 찾자고 김형식은 우리들 가슴마다 광화문 솟대'를 세워 주었다. 그러면서 “세워 세워 너 자신을 세워/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고 목청껏 외친다. 암 세워야지, 광화문 한복판에 우리 저마다 솟대를 우뚝우뚝 세워야지. - <문학평론가 홍윤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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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프랑시스 잠(프랑스어: Francis Jammes; 그의 이름은 잼스dʒɛms가 아니라 잠ʒam으로 발음됨)은 1868년 12월 2일 오트피레네 주 투르네에서 태어나 1938년 11월 1일 바스피레네 주 아스파랑에서 사망한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자 비평가이다. 프랑시스 잠은 창작하는 데에 있어 큰 영감을 주는 원천이었던 베아른과 바스크 지방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