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만 합격 수기를 쓴 게 며칠 전 같은데 결국 이렇게 '합격'이라는 제목의 수기를 쓰게 되네요. 뭔가 스스로가 대견하고 심장이 꽉-차는 느낌이 들어요. 좀 유치한데 시험 끝난 날 밤엔 스스로 어깨를 토닥이며 장하다고 칭찬도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뭔가 뭉클하네요.
제 1차만 합격 수기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혼자 공부하는 게 힘들었던 저는 올해 1월 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강성규 교수님께서 계신 해커스로 고민 1도 없이 등록했어요. 11월부터 등록하고 싶었는데 1차가 딱점이라 혹시 떨어질까봐 완전한 결과 보고 1월 개강반부터 들어갔어요.
1월... 학원에 가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며 의욕이 활활이었죠. 잠깐이지만 복습도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근데... 반전이 있었어요. 수업이 수십년만이어선지 너무 졸리더라고요. 진짜 얼마나 잤는지 몰라요. 정신차리면 교수님들께서는 다른 말씀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결국 학원에 등교하듯 매일 가서 인강실에서 인강으로 공부했어요. 토요일에 하는 세법만 빼고요. 왠지 이 카페 회원으로서 교수님 수업을 오프로 듣고 싶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어 너무 졸아서 죄송했다고 교수님께 사과하고 싶습니다.ㅠㅠ
그래도 유일하게 오프로 들은 과목이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학원 매일 가서 인강만 듣긴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어요. 덕분에 모르는 건 쉬는 시간에 동기들에게 물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교수님들께 물어보곤했어요. 전 2차는 학원에서 준비하길 잘 한 거 같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참고해가면서 제 스타일로 정립해나갔거든요. 물론 이 공부가 쉽진 않아서 중간중간 번아웃이 오거나 유리멘탈이 바스라질 것처럼 공부를 쉬기도 했지만 학원 프로님들 덕분에 다시 제자리로 잘 돌아오곤 했던 거 같아요. 학원 상담은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닐텐데도 항상 자신의 일처럼 공감해주시고, 조언해주시고, 자신의 경험도 얘기해주시며 응원해주시더라고요. 누군가는 인강보다 학원 수강료가 더 비싸니까 학원가서 인강들으면 돈이 아깝지 않냐고 하기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집에선 이렇게 도움받으며 열심히 공부하진 못했을 거니까요.
이젠 제 공부법을 얘기해 볼께요. 여기 카페에서 만난 아브마콜님의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아브마콜님 고마워요. 두고두고 기억할게요.^^ 암튼 저는 중개사법을 먼저 공부했어요. 중개사법을 정지웅 교수님의 알짜북으로만 공부해서 약 70점대로 만들고 공시법의 등기파트를 기본서로 필기해가며 완성했어요. 그다음 지적파트, 세법 이렇게 하면서 공부했어요. 공법은 처음부터 매일 한 강씩 들었어요. 아니 거의 일상생활하면서 공법 강의를 귀에 꽂고 있었던 거 같아요. 7월 말까지요. 중간에 집을 옮기고 휴가도 가서 모든 공부가 리셋되기도 했지만 위의 흐름을 계속 가져갔던 거 같아요. 단지 세법 공부를 좀 늦게 시작해서 나중에 세법 때문에 떨어질까봐 불안하기도 했지만요. 1차 동형 시험 때 세법이 42.5점이 나왔었는데 암담하더라고요. 저에겐 세법이 정말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 1차 동형 끝나고 강성규 교수님께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여러번 보라고 하셔서 꼭 세 번을 봤어요. 정독으로 암기하며 꼼꼼히요. 그랬더니 결국 동형 모의고사가 70점대로 올라가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세법은 잘 몰라요. 점수가 나오는 거 보면 신기해요. 이번 33회 세법 시험도 알아서 푼 것 같지는 않은데 4개밖에 안 틀렸거든요. 아브마콜님 말대로 '액기스 오브 액기스'였나봐요.
공법이 더 신기해요. 한종민 교수님의 말씀대로 '신의 가호'가 있었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네요. 40문제를 모두 의식의 흐름대로 찍었거든요. 알고 푼 게 2~3개 되려나? 제가 시험장에 가져간 계산기를 딱 한 번 썼는데 그게 공법 다 풀고 몇 개를 맞아야 40점이 되는지 계산하는 거였어요. 16개더라고요. 16개...... 찍어서 16개를 맞는다는 건 불가능이라 생각했어요. 덕분에 2교시 공시세법은 모든 걸 내려놓은 가벼운? 마음으로 봤어요. 제 맘대로 공시법 지적파트 풀고 세법 풀고 마지막으로 젤 약한 등기파트를 맘 편히 풀었어요. 그랬더니 시간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헷갈렸던 문제는 가장 비중이 적은 번호로 찍는 여유까지 부렸어요. 전 정말 공법 과락으로 떨어질 줄 알았거든요. 공법을 풀 때 아는 게 없어서 어찌나 소신 것 풀었는지 몰라요. 젤 생소한 지문 먼저 버리고 그다음 그나마 아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좀 더 많이 나온 지문을 찍었어요. 문맥상 흐름이 좀 괜찮다 싶은 걸로요. 근데... 그게 정답일 줄이야.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매일 귀에 꽂고 듣던 강의가 제 뇌세포에 저도 모르게 자리를 잡았던 걸까요?
암튼 공법은 57.5점이 나왔어요. 중개사법은 90점이고요. 전 정지웅 교수님이 출제자이신 줄 알았어요. 공시세법은 70점대예요. 후훗. 이렇게 합격 수기를 남기다니, 아직은 예비 합격이지만 정말 뿌듯하네요.
마지막 한 달은 매일 10시간씩 죽어라 공부했어요. 제 인생에 그런 마라톤 벼락치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일거예요.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에요. 암기를 넘 폭식해서 시험 전후론 잘 먹지도 못했어요. 두통도 너무 심했고 시험 전날은 사라진 근육에 항의하듯 무릎에 염증이 차올라 절뚝거리며 시험장을 갔었거든요. 다행히 시험 끝나고 다음날 기적처럼 염증이 사라졌지만요. 완전 "일어나걸어라."였다니까요. 기적이었어요.
혹시 2차만 시작하시는 분들이 제 글을 읽으신다면 2차만이니까 동차보다 좀 더 쉬울거란 맘으로 공부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전 정지웅 교수님의 알짜북을 한 5번 정도 정독했고, 공시법 등기파트는 기본서를 기준으로 충실하게 필기하며 2번정도 정독했어요. 공법도 기본서와 핵싶요약집, 체계도를 저만의 노트로 단권화해서 여러번 봤고요. 지적파트만 요약본을 보며 저만의 노트화를 했고 세법은 수업만 열심히 듣다가 강성규 교수님께서 주시는 자료들만큼은 정독하며 암기하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으로 시험 직전 공부한 100선은 세 번씩 풀었고요. 공법만 시간이 너무 오래걸릴 거 같아서 답 먼저 익히고 문제를 풀었어요. 대신 국토법은 5번, 건축법, 주택법은 4번정도 풀었고요. 정말 그때 토 나오는 줄 알았어요. 저는 암기력이 좋지 않아서 반복을 많이 했던거 같네요. 정말 힘들었어요.ㅠㅠ 앞으로 이 공부를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을 전우애로 응원할게요. 정말정말 모두 화이팅입니다.
첫댓글 추카추카요^^
그간 마음 고생하신거 알기에
제 마음도 너무 기뻐요~
모린다님의 더 멋진 앞날을 위해
다시 한번 화이팅!
와우!!~정말 열심히 하셨네요!!~
축하 드립니다^^
고생많으셨고 읽는내내 제얘기랑 어쩜이리같으실까 싶어 댓글남겼어요^^ 힘든일 지나가고 내년부턴 학원비보다 더 많은돈 벌게되실꺼예요!^^ 우린 그 어렵다는 공인중개사를 패스한 사람들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