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이자 연구자인 홍성란의 『시조시학의 현대적 탐구』(학술총서 67). 2024년 12월 6일 간행.
시조의 개념과 미학, 현대시조의 언어와 형식, 시조의 100년 역사와 대표적인 시조시인의 작품 분석 등을 담았다. 고시조와 현대시조의 율격 연구와 분석에 집중해온 저자는 시조라는 정형양식이 가진 본질적 이해부터 현대시조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저자 소개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 장원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시조의 형식실험과 현대성의 모색 양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시조를 강의했고, 『유심』 상임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홍성란시조아카데미 원장.
시집으로 『황진이 별곡』 『겨울약속』 『따뜻한 슬픔』 『바람 불어 그리운 날』 『춤』 『바람의 머리카락』 『매혹』을, 시선집으로 『명자꽃』 『백여덟 송이 애기메꽃』 『애인 있어요』 『소풍』, 『칭찬 인형』을 냈다. 편저로 『내가 좋아하는 현대시조 100선』 『중앙시조대상 수상 작품집』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백팔번뇌』 『세상의 가장 안쪽』, 공저로 『세계인이 놀라는 한국의 시』가 있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대산문화재단창작기금,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 이영도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은 지난 30년간 창작자로서, 연구자로서 고뇌해온 산물이다. 아직도 시조 율격론은 일제강점기의 자수율적 파악에 머물러 있다. 일각에는 ‘초장 3·4·4(3)·4, 중장 3·4·4(3)·4, 종장 3·5·4·3’이라는 거푸집[型]에 넣듯 글자 수를 맞추어 써야 한다는 오해가 있다. 정말 글자 수만 맞춰 쓰면 되는가. 도대체 시상(詩想)을 자유롭게 펼칠 수는 있는가. 그러다 보니, 시조(時調)는 있는데 시(詩)는 없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시조란 무엇인가. 나는 박사과정 이후 고시조와 현대시조 텍스트를 바탕으로 율격 연구와 분석에 집중했다.
■ 책 속으로
어떤 율격체계라는 말은 일정한 음량의 등가적 반복성을 함의한다. 시조율격론에서 일정한 음량의 등가적 반복이란, 한 장(행)에서 율격을 이루는 등가적 음량의 반복이 규칙적으로 네 번 일어난다는 것이다. 시조의 율격은 장단위 4음 4보격, 4음보(마디)이다. 이 4음보라 불러온 네 마디의 등가적 음량의 반복이, 바로 시조의 음악성을 지지하는 율격(meter)이며 가락이며 구체적 작품 안에서 생동하는 리듬이 된다. 구체적 작품 안에서 생동하는 리듬이란, 이 한 마디 안의 등가적 음량의 요소가 음절만이 아닌 장음이나 정음 같은 기저 자질로 채워짐으로써 편편이 생동하는 ‘자율적 정형시’인 개별 발화(parol)의 리듬(rhythm)이 된다. 시조는 음악예술이 아닌 문학예술이라 하더라도, 선율에 실어 노래 부르지 않더라도,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어 자재한 리듬이 출렁이는 노래시가 된다. 시조는 태생적으로 시노래(고시조/가곡창, 시조창)였고, 읽는 시가 된 이 시대에도 시조율격을 따름으로 해서 리듬감이 생동하는 노래시(현대시조)가 된다. (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