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청각은 서른두 살 무렵부터 빠르게 나빠졌다.
그는 자신이 느낀 좌절감을 편지에 적어 형제들에게 보냈다.
나날이 안 좋아지는 청각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일 뿐인데 남들이 자신을 '
악랄하고 고집스럽고 사람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한동안 작곡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자책하며,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쓸 때 집필 기간이 오래 걸리자 스스로를
게으름뱅이라고 했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편지에서 베토벤은 시골에서 양치기가 노래를 부르거나 누군가가 피리를
연주할 때 아무 소리를 듣지 못한 일도 적었다.
그런 일들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지만 오직 음악만이 날 붙잡았다.
내가 만들어야 할 음악을 전부 다 만들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으니까..."
'오직 음악만이 날 붙잡았다.'
그래서 베토벤은 살았다. 청각장애가 심해져도(음악가에게 그보다 더 큰
고통은 없으리라) 계속 음악을 만들었다.
흔히 '월광 소나타'라고 불리며, 베토벤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자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피아노 소나타 14번>은 베토벤이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작곡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든 이가 정작 그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다니
너무도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에겐 열정이 있었다.
찰스 디킨스부터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미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화가)까지
창작에서 위안과 목적을 얻은 감성 풍부한 예술가들이 많다.
피아노 교향곡을 작곡할 필요까진 없지만 우리는 자신만의 열정을 찾아 몰입해야 한다.
자기 밖에 있는 무엇이라도 괜찮다. 몇 년 전 나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빠진 덕분에 불안을 잊을 수 있었다. 농담이 아니다.
호기심과 열정은 불안의 적이다.
깊은 불안에 빠져 있을 때 뭔가 관심 가는 것이 생기면 그것이 당신을 우울증에서
끌어내 줄 수 있다. 음악, 미술, 영화, 자연, 대화, 글 뭐든 될 수 있다.
두려움만큼 큰 열정을 찾아라.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반드시 세상과 통해야 한다.
- 매트 헤이그 저, 정지현 역, ‘위로의 책’에서
https://youtu.be/CEb8brQHcGk?si=YOj4e4GAgQ3JC0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