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3KM의 도전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전공 E54047 조영근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계획하고 행동하기보다는 생각이 났을 때 즉흥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의 꿈을 가지고 달려온 나는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근처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무작정 테스트를 보러갔다. 그 결과, 테스트에 합격하여 축구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후에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고 현재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체육교사의 꿈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이야기할 주제는 축구나 체육교사가 아니다. 축구선수로서의 생활을 마무리 짓고 여러 가지로 방황하고 있었다. 그런 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순간에 대해 직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633KM 라는 말을 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아주 먼 거리라고 생각 할 것이다. 또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은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633KM 라는 말을 들으면 이 이야기의 주제인‘자전거’가 단어가 떠오른다. 때는 2015년, 나는 처음으로 내 자전거를 갖게 되었다. 원래 자전거를 좋아했으나 금전적 여건이 좋지 못해 마음으로만 갖고 싶다고 생각 하던 물건이었다. 그렇게 등하교나 간단한 마실 정도의 목적으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가 하면 어떤 날에는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재미와 희열도 알게 되었다. 자전거에 대한 재미를 한참 붙이고 있을 때쯤 ‘자전거 국토종주’ 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몸과 자전거 하나로 대한민국을 종주 할 수 있다는 어느 잡지에서나 나오는 멋진 일이었다. 그것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기는 단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자전거를 구입하고 단 2주 밖에 지나지 않은 2016년 08월 07일에 5박6일 정도의 일정으로 무작정 떠났다.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타 이어폰을 착용했다. 대학생 시절이라 돈을 아끼려 자전거 뒤에 달 수 있는 트레일러도 빌리고 텐트와 침낭, 가스버너, 전투식량 등 여러 가지를 챙겼다. 인천버스터미널에서 내린 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던‘아라뱃길 자전거 인증센터’까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이동했다. 2시간 정도를 타고 이동을 하니 커다란 풍력발전소가 있는 ‘인천 아라뱃길 자전거 인증센터’ 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633 광장’ 이라는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의 유래는 인천에서 부산까지 633KM 의 자전거길이 열리는 것을 기념하여 상측 출발점에 이러한 광장을 조성한 것이다. 앞에 그어진 633KM의 스타트 지점에서 축구가 아닌 또 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져 잠시 멈춰 생각을 해보았다. 그냥 자전거와 작은 계획도 없이 무작정 출발해 낯선 길로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니 약간의 두려움과 동시에 설레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체감온도 40도 이상에 육박하는 뜨거운 태양의 신호와 함께 나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에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았다.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한강 길을 따라 잔잔한 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조금 지쳐 길을 멈추고 정자에 누워 있자하면 강을 따라 커다란 뱃고동 소리가 울리는 것이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첫 날은 천천히 여유를 즐기면서 가다보니 인천에서 동서울터미널 부근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숙소에 앉아 거리 계산을 해보니 약 600KM 가 남아있었다. 계획을 하고 떠난 여행은 아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은 정해져있기에 다음 날부터 하루에 120KM 이상은 달려야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날은 아침 일찍이 일어났다. 목표한 거리에 있는 도시는 충주였다. 지나오는 길에 팔당댐, 양평, 여주 등을 지나왔다. 본격적으로 자전거 길이 시작되었을 때 자연과 동화되어 있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나무들도 정말 푸르렀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한국을 다닐 때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고 진행했지만 두 번째 날까지는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세 번째 날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충주에서 문경으로 행하던 도중에 트레일러와 갖가지 짐을 싣고 달리던 자전거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체인이 함몰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짓을 했던 것 같다. 종주가 다 끝나고 들은 이야기로는 자전거 종주할 때 최대한 짐을 줄여서 오는 것이 대부분인데 반대로 짐을 최대한 꾹꾹 쌓아서 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하이브리드 자전거였기에 트레일러와 모든 짐을 포함해 30KG 가 훨씬 넘는 무게였으니 자전거가 망가지지 않고 이틀 날까지 버틴 것이 대견스러웠다. 그 당시에 자전거를 잘 알지 못했던 나는 간단하게 고치고 다시 출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품고 택시를 불러 다시 충주로 돌아갔다. 충주 시내에 있는 자전거 가게에 들어가 수리를 맡겼다. 주인아저씨께 이렇게 짐을 많이 들고 종주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한 소리 듣기도 했다. 당연히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외국 브랜드의 자전거이고 함몰되었기 때문에 대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전거 복구가 힘들어 여행을 포기해야할 상황이었다. 어떤 누가 봐도 포기해야할 상황이었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는 형이 자전거를 현재 쓰지 않아서 팔려고 했다고 나에게 흔쾌히 판매를 허락해주었다. 절벽의 끝에 서있는 심정이었던 나에게 정말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전거가 있는 위치가 형의 할머니 댁인 진안에 있다고 했다. 충주에서 꽤 먼 거리였지만 망설임 없이 충주에서 전주로 가서 숙소에서 당일을 마무리 했다. 그 다음날 새벽에 진안으로 출발하여 자전거를 구입해 다시 전주를 거쳐 충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점심쯤 도착해 자전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어제 방문한 자전거 가게로 갔다. 주인아저씨는 나의 사정을 듣고는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대단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세 번째 날은 문경을 넘어 가기위해서 다시 페달을 급히 밟았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으나 얼마 못가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국토종주에서 힘들기로 악명 높은‘이화령고개’였다. 5KM가 넘는 거리를 쉬지 않고 산을 오르는 구간이었다. 산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산의 높이에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어제오늘 생겼던 일을 이겨내고 온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꼈는지 업-힐 코스를 리듬에 맞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도중에 올라가다가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이나 의자에 앉아 쉬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무슨 힘이 생겼는지 1시간도 안되어 정상까지 올라왔다. 올라가자마자 산 밑을 바라보는데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 저녁이라 많은 것들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 높이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이화령의 절경을 뒤로 한 채 조금 더 달려 어느 조용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취침을 했다. 저녁시간 텐트에 조용히 누워있다 보면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와 달빛이 나를 반겨주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에는 대구로 향했다. 사실 네 번째 날인 문경에서 대구까지 가는 길이 제일 고비였다. 거리를 채우기 위해서 150KM 이상을 달려야 했다. 그리고 4일간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12시간 이상을 자전거만 타고 난 뒤 정말 기절한 듯 취침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목표였던 부산까지 200KM 가 안남은 5일째에는 조금 여유 있게 낙동강 길을 따라왔다. 중간에 이화령과 맞먹는 업힐 코스가 하나 더 있었지만 이미 극복을 많이 했던 나로서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6일째 되는 날 부산에 도착하여 633KM 의 여행의 막을 내리게 된다.
누군가에겐 이미 경험해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평소의 직관적이던 나의 모습이 남들이 쉽게 하지 않는 이 일에 도전하게 해주었다. 큰 기대감 없이 그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던 여행은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긴 오르막 구간이 있다면 그 땀을 식혀줄 내리막 구간도 반드시 온다는 것을 수 없이 느꼈다. 그리고 차가 아닌 나의 두 발을 동력삼아 자연과 하나 되어 나무, 산, 강과 같이 모든 사물과 동화되는 맑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도전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설레고 기대하게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서 결국 이루었다면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곳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야한다. 실제로 첫 번째 국토종주가 끝난 뒤에 한 번의 종주를 더 진행하고, 일본 대마도 종주, 제주도 종주, 동해안 종주 등 끊임없이 도전하고 여행에서 오는 선택의 순간마다 직관적으로 즐겼다. 도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망설이지 않고 추진력을 만들어 주었던 633KM 의 도전이 값지고 고마운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나의 도전은 끝없이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스타트 라인에 서서 몇 번을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 털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