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삭막하다 여길때는 자연에 발을 디디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풍성함에 약간의 환기를 부여받고는 한다.
나도 그 풍성함의 일부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때문.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떠난 에어비엔비 숙박.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싫어
자연 속에 홀로 우두커니 놓여진, 자연과 닮은 숙소로 예약을 마친다.
금액은 1박에 약 15~20만원.
보은군 수한면 무성한 자연 속에 자리잡은,
그래서 유독 자연과 닮아있는 숙소, 노이 하우스다.
보은 수한면은 충청북도에 위치하고 있는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속리산과 더불어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곳.
인구는 많지 않은 아주 작은 마을이기도 하다.
굳이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곳 노이 하우스에 도착하면
아름다운 숲 속에 둘러쌓여 있는걸 확인할 수 있다.
세종시에서 약 1시간 30분 거리.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서 자연을 듬뿍 느끼며 하루를 그저 자연 속에 내맡기는 것.
벌써부터 무척 기대된다.
노이하우스는 충북 보은군 수한면 안내보은로 574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통나무로 이루어진 이 곳은 독일에서 오랫동안 언론인 생활을 마친 주인이
한국에 정착하며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발 320미터에 자리한 산자락에 지은 통나무집으로,
독일식으로 지어져있다.
넓은 데크에서 바라보는 앞산의 경치에서
사계절 다른 색과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또한 집앞을 제외한 모든곳이 잣나무와 전나무로 둘러쌓여 있어 피톤치드도 한가득 내뿜는다.
첫인상은 "확실히 이국적이다!"
외국여행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왠지 북미나 독일의 외진 지역,
외국의 어느 숲속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가끔씩 다니는 시골버스가 이 곳이 얼마나 외진 곳인지 알려준다.
그래도 편도 4차선의 잘 닦여진 아스팔트는 노이하우스로 가는 길을 유려하게 이어준다.
비포장 도로가 아닌게 어디야, 하고 안심하며 집 안을 속속 둘러본다.
집안은 거의 모든 것이 통나무와 나무로 되어있다.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콧 속으로 상쾌한 나무 향이 훅 스며든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사진보다는 약간 낡은 듯한 느낌도 있지만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기엔 충분하고, 또 손색이 없다.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기에도 훌륭하다.
특히 노이 하우스 집 뒷편에는 그대로 보전되어있는 원시림이 숨쉬고 있다.
산책로도 잘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사색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데
자연의 풍성함이 그대로 묻어있기에
뱀과 멧돼지 등이 출몰할 수 있어 우산 등을 꼭 챙겨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숲으로 들어서자 무수한 새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곳곳에 날아다니는 새들과 곤충들.
키가 큰 나무에 덩굴들이 둘러쌓여있는 것만 보더라도
이 숲이 얼마나 오래됐고, 또 사람의 손이 잘 타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 인지된다.
드문드문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보이지만
사용을 멈춘지 오래된 방치된 터들도 눈에 들어온다.
자연과 폐허는 풍경적으로 잘 어울린다.
영원을 추구하려 만들어진 건축물과
용도를 잃고 자연으로 돌아가려 느리게 허물어지는 건축물.
아이러니함이 부딪혀 기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숲에서 만난 이름모를 덩쿨 꽃>
나무에 낀 이끼들...이름모를 덩쿨 꽃과
가을의 무르익음을 기다리고 있는 알밤송이들.
이런 싱그러운 풍경들은 덤.
습습- 하고 코로 숨을 들이쉬면
마스크로 숨쉬기 힘들었던 지난 날이 한껏 위로받는 기분이다.
산책하다보면 저 멀리 속리산 자락이 보인다.
속리산은 해발 1058미터의 우리나라 대표 산 중 하나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뻗어있는 산이다.
신라 선덕여왕 5년인 784년에 진표라는 인물이 이곳에 이르자,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고.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 수도하였는데, 여기에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희안한 전설이 내려져 오는 곳이다.
하...
농부들이라면 한 가정의 가장도 많았을텐데
속세를 버리고 입산, 수도를 했다면...
뭔가 지금으로서는 꽤나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상한 생각들은 하늘에 훌훌 털어버리려 올려다보니,
멋진 적란운이 하늘을 드리우고 있다.
적란운은 비를 만들어내는 뭉게구름으로 비나 소나기가 올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비가 오던 말던 상관없이
엄마는 소녀같은 표정으로 손녀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는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자연으로 나오니
기분이 한껏 들뜨고 좋아보인다.
오길 잘 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역시,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적란운은 금새 흩어져 먹구름으로 바뀌고.
하늘은 한시라도 억수같은 비를 퍼부을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급하게 산을 내려오려는 차,
쏴- 하고 쏟아지는 비.
가족들 모두 뱀과 멧돼지를 쫓기위해 가져온 우산을 펼쳐들고
숙소로 뛰어갔지만
나는 비가 숲을 적시는 이 풍경을 조금 더 보고싶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긴다.
숲과 비.
상극이 잘 맞는 이 단어의 조합의 내림이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씻겨주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며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니
산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앞에 마을 버스가 지나간다.
정겨운 모습.
남편은 시골에 가끔씩 다니는 버스를 볼때마다
타요처럼 말을 걸어올 것 같다는 헛소리를 하곤 하는데
왠지 오늘은 그 동화같은 이야기가 믿고싶어 진다.
속소에 들어와 비오는 풍경을 감상한다.
노이하우스는 거실 창이 유독 커서 밖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나무 집에서, 원목 식탁에 앉아 바라보는 비오는 풍경은 참 이채롭다.
외부 나무 데크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파장의 크기가 밖에 오는 비의 거셈을 유추하게 해준다.
괜히 센치해지는 기분에 멀리 바라보니
노이하우스를 둘러싼 외부 숲에 거센 비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도시에서 듣는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거대한 숲 속으로 내리는 빗소리는 사뭇 다르다.
그 공간감도, 주파수의 소리도 달라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들어준다.
잣나무, 전나무 숲에도 비는 계속 이어지고.
정말 북유럽의 숲에 온듯, 북미의 어느 깊은 산 속에 온듯한
청량함을 느끼며
이 비가 깊은 밤에는 그치기를,
클라이막스인 '고기 파티'를 하기 위해 숯불을 피우며
보은의 자랑인 눈부신 밤하늘을 볼 수 있기를
내리는 빗속에 조용히 빌어본다.
※ 해당 여행은 거리두기가 하향된 시기에 진행됐으며
직계가족으로 이루어져 인원 수용에 문제가 없었음을 명시합니다.
또한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지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