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3-2 3 은일隱逸 숨어서 사는 일 2 山居 산중에 살다
산세주조거山勢周遭去 산 형세는 온통 빙 둘러싸고 갔는데
강류표묘회江流縹渺廻 강 흐름은 흘러흘러 아득히 돌아가네.
일구명백주一鳩鳴白晝 비둘기 한 마리는 한낮에 울고
쌍학탁청태雙鶴啄靑苔 학 한 쌍은 푸른 이끼 콕콕 쪼아대네.
주홀간운도拄笏看雲度 홀笏 잡고 구름 지나가는 것 쳐다보고
음시핍우최吟詩逼雨催 시 한 수 읊으며 비 재촉하길 급히 하네.
아여도정절我如陶靖節 나는 어쩜 도정절陶靖節과 그리도 같은가
수졸벽운퇴守拙碧雲堆 푸른 구름 쌓인 속에 졸拙한 것 지키네.
산세는 사방으로 뻗어가고
강물은 아득히 멀리 흘러간다.
비둘기 한 마리 한낮에 우는데
한 쌍의 학이 푸른 이끼 쪼고 있다.
(예전엔) 홀을 쥐고 구름 보게 되길 헤아렸건만
(지금은) 시를 읊으라 다가온 비가 재촉하는구나.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푸른 구름 언덕에서 우직하게 살리라.
►도정절陶靖節 진晉나라 詩人 도연명陶淵明의 사시私諡.
사시私諡
지위가 낮아서 역명지전易名之典이 없는 學德이 높은 선비에게
일가나 고향 사람 또는 제자들이 올리는 시호諡號.
►수졸守拙
①어리석음을 지키고 本性을 고치지 않음. 자기 분수에 만족함.
개황남야제開荒南野際 남쪽 들판 한 끝을 일구며
수졸귀원전守拙歸園田 내 분수를 지키면서 살려고 전원으로 돌아왔네.
/<도잠陶潛 귀전원거歸田園居>
시다희신기이신유수졸時多喜新奇而臣惟守拙
이즈음 시세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많이 좋아하나 신은 수졸을 생각하나이다.
/<歐陽脩의 사지채주표謝知蔡州表>
②위기구품圍棋九品의 마지막 품계.
큰 힘을 발휘하여 진격하기보다는 자기의 실력에 의하여
잘 방수防守한다는 뜻으로 오늘날의 단위로 프로 초단에 해당한다.
경련頸聯의 '주홀간운도拄笏看雲度'은 成語인 "주홀간산拄笏看山"을 차용한 표현이다.
주홀간산拄笏看山은 '홀로 뺨을 괴고 먼 산을 바라보다'는 뜻이다.
홀笏은 고관이 아니면 쥘 수 없는 물건이기에
주홀拄笏(홀로 뺨을 괸다)는 고관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따라서 拄笏看山은 그 의미가
'관직이 높은 사람이 한가하게 즐긴다'를 표현하는 말이 된다.
이는 字가 자유子猷인 왕휘지王徽之와 관련된 고사에서 나온 성어인데
<世說新語 간오簡傲>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왕자유작환거기참군王子猷作桓車騎參軍 환위왕왈桓謂王曰
왕자유가 대사마 거기장군 환온의 참군으로 있을 때 환온이 자유에게 물었다.
경재부구卿在府久 비당상료리比當相料理
그대가 부중에서 일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일은 좀 할 만한가?”
초부답初不答 직고시直高視 자유가 처음에는 아무 답도 하지 않고 높은 곳을 바라보다
이수판주협운以手版拄頰云 홀을 뺨에 대더니 말했다.
서산조래치유상기西山朝來致有爽氣 서산에 아침이 오니 상쾌한 기운이 있군요.
守拙은 세태에 융합하지 않고 우직愚直함을 지킴을 말한다.
이 뜻을 차용하여 당호堂號를 守拙堂 또는 守拙齋라 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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