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석가모니 부처님은 '인생은 고해(苦海)다'.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예전에는 그런 말씀에 동의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산다는 것은 기쁨의 바다가 아닌가. 고통과 반대되는 이 세상에 존재한다.
살아있는 것이 기쁨이고, 기쁨 속에 살아가니까, 저는 이렇게 느끼고 있거든요.
그런데 왜 부처님께서는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 하셨을까. 그게 궁금합니다.
◆ 법륜 스님
기분이 좋을 때 왜 기분이 좋아요?
(일이 뜻대로 될 때 기분이 좋죠)
그럼 기분이 나쁠 때는? (뜻대로 안 될 때요.)
그럼 이 세상은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돼요? 안 될 때도 있어요?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그렇죠)
그럼 이 세상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전부 안 돼요? 될 때도 있어요?
(가끔 가다 될 때도 있죠)
그럼, 뜻대로 되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은 게 뭐예요? 행복이죠?
뜻대로 안 되면 기분이 나쁘죠? 기분이 나쁜 게 괴로움이잖아요? (예)
그러니까 인생을 살아보면 뜻대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으니까
행복할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기분이 좋은 거, 즐거운 걸 락(樂)이라 하고
기분이 나쁘고 괴로운 걸 고(苦)라고 해요.
그럼 인생은 고락(苦樂)이 되풀이 된다. 이렇게는 말할 수 있습니까?
동의할 수 있습니까? (예)
그리고 예를 들어서 자기가 부인이 있는데도
뭐 예쁜 여자를 알게 돼서 그 여자랑 차도 한 잔 하고 대화를 하면
기분이 좋을 거 아녜요? 그건 락(樂)이잖아요? 그렇죠? (예)
그런데 그 현장을 부인이 보고 난리를 피우면 고(苦)가 되죠? (예)
락은 항상 락으로 있습니까? 락이 원인이 돼서 고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경우도 있죠)
고와 락이 딱 나뉘어져서 어떤 땐 이게 나타나고, 어떤 땐 저게 나타나고 그러는 게 아니라
고가 원인이 돼서 락이 될 수도 있고, 락이 원인이 돼서 고가 될 수도 있고..
이렇게 고와 락이 돌고 도는 걸. 이걸 윤회라고 하는데 우리가 못 벗어나거든요.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할 땐 좋았는데
그 결혼이 거꾸로 괴로움의 원인이 돼 죽겠다는 사람들 많잖아요? (예)
자식이 없어 괴롭다가 자식이 생겨서 너무너무 기뻤는데
그 자식 때문에 괴로운 사람도 많잖습니까?
그래서 '무자식 상팔자'라고 그러는 사람도 있어요.
또 가게를 하나 내서 좋았는데 그게 장사가 안 돼서 본전까지 까먹으면
좋았던 게 원인이 돼서 더 괴로운 사람도 있단 말예요.
그래서 인생은 이 고락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부처님이 '인생은 고해(苦海)다' 하는 것은
고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고락이 돌고 도는 걸 고(苦)라고 한 거예요.
부처님은 이 고해에서 벗어나 해탈을 하라 그랬잖아요?
해탈을 하라는 건 이 돌고 도는 윤회에서 벗어나라는 거예요.
즐겁다 하는 걸 탐하지 마라. 왜?
그것이 원인이 돼서 괴로움이 될 수도 있다.
괴롭다 해도 너무 죽겠다고 하지 마라. 왜?
그게 원인이 돼서 오히려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이걸 이제 '인생지사 새옹지마' 라고도 하죠.
내가 원하는 게 있는 한, 고락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걸 내려놔 버리면 어떻게 될까?
락도 안 일어나고, 고도 안 일어나지? (예)
내가 날씨가 어땠으면; 어땠으면 하고 날씨 하나만 갖고도
'아 오늘 법회 날 왜 비가 오나? '이것도 시비 거리가 되는데
그냥, 날씨는 내 일이 아니고, 날씨가 알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비가 오면 우산 쓰고 가면 되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면 되고, 더우면 옷 하나 벗고 가면 되고
뜨거우면 양산 쓰고 가면 되고
이렇게 날씨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마음이 없으면
날씨보고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날씨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 마음을 놓아 버리면 어떠냐 하면
그냥 날씨 인연에 따라 대응을 하면
나는 날씨 때문에 고락을 돌고 돌지 않는다, 자유로워진다.
이걸 해탈이라고 그래요. 아시겠어요? (예)
우리 인생은 고해다. 고해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어라.
이 말을 자세히 얘기하면, 인생은 고락의 반복이다.
그 고락(苦樂)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고락이 있는 것 중에 락(樂)이 행복이 아니라는 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고락 중에 고는 싫고 락만 원하는데
고락이 있는 인생에서 고는 안 일어나고 락만 있는 건 현실적으론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고(苦)가 좀 많았다가, 락(樂)이 좀 많았다가 그럴 뿐이다.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천당에 가면 또 금방 어디로 떨어진다? 지옥으로 떨어진다.
어떤 땐 원하는 게 다 이뤄져서, '야 천당이 따로 있나? 이게 천당이지'
그런 말 할 때 있잖아요?
그러나 그게 영원한 게 아니다. 또, 너무너무 괴로우면, '지옥이 따로 있나?
이게 지옥이지' 생지옥이라는 말도 쓰잖아요?
그것도 영원한 게 아니다. 늘 우리는 여기서 돌고 돈다.
이걸 윤회(輪回)라 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걸 해탈이라고 해요.
어떤 상태에 처하든 '자유롭고 괴롭지 않는 것'을 해탈과 열반이라고 해요.
불교의 이상은 해탈과 열반이지 천당에 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