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한국인들은 8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불혹'이면 졸업 20주년이 되고, '지천명'이면 30주년이 된다.
전국민에게 거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호남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학교 중 하나다.
내가 56회다.
곧 지천명인데 이 나이에도 동문회에 나가면 거의 물당번 역할이다.
기라성 같은 대 선배님들이 엄청나게 많이 계시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도 그렇겠지만 우리 모교에도 오랜 전통이 있는데 그게 바로 '홈커밍데이' 행사다.
졸업 30주년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한다.
우리 기수는 이제 2년 남았다.
어제 재경 동창회가 있었다.
내가 30주년 기념 행사의 '추진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친구들의 강권에 따른 만장일치의 박수로 번개처럼 통과되었다.
속전속결이었다.
20주년 행사 때에도 위원장을 맡아서 행사를 잘 마무리했었는데 아마도 그런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은사님 초빙과 선물, 동창회 기금조성, 호텔 부킹과 다양한 행사진행 그리고 동창생 초청 등등
정말로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금 모금이 관건이다.
통상적으로 재향 친구들이 절반, 재경 동창들이 절반 정도 부담한다.
신속, 투명, 공정하게 하다보면 순조롭고 매끄럽게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가려 한다.
모두가 바쁜 세상이다.
친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고, 규모가 큰 기금을 형성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자식 같은 후배들을 위해 소중한 장학금을 조성해 기탁하고 싶다.
오합지졸 까까머리 애들을 반듯한 청년으로 육성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주셨던 고마운 은사님들께 보은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쉰 살을 목전에 두고 흰머리가 가득하거나 이미 대머리가 되어버린 죽마고우들.
경향각지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배불뚝이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진한 회포를 풀고 싶다.
가끔씩 얼굴 보는 친구들도 있지만, 졸업 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해후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행사 총괄 진행자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먼지 쌓인 '졸업앨범'을 들춰가면서 동창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것이다.
20주년 행사 때도 그랬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앨범의 앳된 모습과 상전벽해처럼 변해버린 현재의 모습을 매칭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행사 진행자들은 앨범을 보고 또 보면서 얼굴과 이름을 익힐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하고 고마운 벗들이기 때문이었다.
연어의 '모천회귀'는 학습의 결과가 아니다.
본능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필경 그렇다고 믿는다.
고향도, 그때 그 사람들도 사무치도록 그리워 진다.
그런 그리움과 해후의 여망을 한 데 모아 건강한 에너지로 승화시키려 한다.
우리의 모교와 은사님들께 그리고 자식 같은 후배들과 30년 만에 만나게 될 친구들에게,
기쁨과 의미가 깊은 '홈커밍데이'가 될 수 있도록 신실한 땀방울을 쏟아보려 한다.
서로에게 따듯한 격려를 보내며, 1박2일 간 동창생들이 반가운 해후를 만끽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보자.
아름답고 풋풋한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다.
슬슬 시동을 걸자.
강력한 엔진의 힘찬 박동이 모든 동창생들의 모세혈관 끝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내일은 주말이다.
새봄의 기운이 온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그래서 더욱 주말이 기다려 지고 마냥 설렌다.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2011년 3월 12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