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해변길을 걷다/ 마지막 해파랑길 걷기 2023.11.9~11
금년 봄 서해안 태안반도를 걸으면서 이제 동해안 해파랑길은 울진편을 끝으로 마감하자고 약속했다. 지리적으로 볼 때 부산 울산 포항 영덕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어려움이 크다. 울진코스 걷기행사는 11월 9일부터 2박3일로 일정을 잡았다. 원래 6인 멤바가 S친구의 부인 병환으로 5인제로 바뀌었는데 하필 출발 며칠전에 고정멤버 S가 코로나에 걸려 부득이 P부부와 우리부부 4명이 떠나게 되었다. 태안반도 걷기 때 너무 무리한 강행군으로 고생한 경험 때문인지 이번 일정은 아예 츨발 지점만 정하고 쉬엄쉬엄 천천히 걷고 숙소도 미리 예약도 말자 했다. 그래도 가는 코스를 따라 예상을 해본다.
첫날 아침 9시반경 동서울 버스터미널 출발, 울진 26코스의 마지막 종점인 죽변항 도착. 점심후 죽변행-울진군청까지 걷기로 했다. 2일째 울진에서 자고 다음날은 울진읍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오후 25코스 오산항까지 가기로 하고. 3일째 오전 25코스 종점인 기성까지 걷고 상경키로 예정하였다.
9시35분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강원여객 고속버스는 서울-양양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를 따라 달린다. 오랜만에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너무나 많은 터널을 지나며 도대체 터널이 몇개나 되나? 그리고 가장 긴 터널은 길이가 얼마인가? 인터넷에 명쾌한 답이 있었다. 63개의 터널 중 가장 긴 터널은 양양군 서면과 인제군 기린면을 잇는 약 11km(양양방향 10,962m, 서울방향 10,96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인제양양터널이다. 아직 11월 상순인데 갑자기 겨울날씨로 변한 탓에 옷차림에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울진쪽은 기온이 서울보다 6~7도가 높고 서울의 비소식에 우산도 챙겼지만 울진은 맑은 날씨 예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천은 아직 단풍이 제대로 물들지 않아 과연 지금이 만추라고 하는 늦가을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7번국도로 들어서고 첫 정류지는 임원이다. 동해안 중 회센터로서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버스는 부구에 한번 더 정차한 다음 우리의 정류지인 죽변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1시40분. 배가 몹시 고프다. 아무리 시장해도 맛집을 찾아야지--인터넷에서 미리 알아본 집 유정식당에 전화를 해서 그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식당주인이 차를 갖고 우리를 태우러 일부러 왔다. 고마운 일이다. 여행은 맛기행도 중요하다. 마침 곰치국 전문식당이고 백반기행 허영만씨가 다녀간 집으로 식당 안에는 허영만과 같이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모처럼 오랫만에 곰치국을 맛나게 먹었다. 우리 일행을 보고 어디서 무슨 목적의 여행이냐고 물어 해파랑길 걷는다고 하니 길을 안내한다. 그런데 식당 바로 앞에 울진봉평리 신라비(국보)가 있으니 구경하라고 권유한다.
울진 봉평리 신라비(蔚珍 鳳坪里 新羅碑) 국보 242호로 지정된 봉평리신라비는 1988년 봉평리 118번지의 논에서 발견되어 신문 특종으로 뉴스화 된 바 있다. 높이 204cm의 크기에 399자로 판독이 어려울 정도로 마멸된 상태다. 비문의 내용은 울진지방에서 불을 지르고 성을 에워싼 중대사건이 발생, 신라 중앙정부에서 대군을 파견하여 사태를 진압한 후 법흥왕과 신료 13인이 육부회의를 열어 관련자들에게 장 60대와 100대의 형을 부과하고 재발을 방지키 위한 율령비의 성격을 가진 비석이다.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써 평가된다고 한다. 전시관은 실내전시관과 야외 비석공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야외에는 울진지역 송덕비와 삼국시대-조선시대 국보 보물급 모형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해파랑 26코스 걷기의 시작 신라비 전시관 구경을 하고 오후 3시에 본격적인 26코스 남행(죽변항에서 수산교)을 시작했다. 26코스는 25코스를 지나 수산교에서 죽변항까지 12.7km인데 우리는 거꾸로 죽변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수산교쪽으로 걷는 남행을 택했다. 종점인 수산교 못미쳐 울진읍이 있기에 울진읍 관내 관광지를 구경하고 울진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했다. 닐씨 걱정을 했는데 춥지도 덥지도 않고 쾌청한 가을 날씨다. 걷기에 최상의 컨디션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었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해안도로를 따라 파도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즐기며 걷는다. 맨 앞에는 두분의 여성이 그리고 박정희 마지막은 늘 나의 위치다. 관동팔경 녹색경관길도 지나고 소나무숲길도 지난다. 바다갈매기는 영양이 좋아서인지 서해안 갈매기보다 훨씬 몸집이 크다. 까만 바위섬에 하얀 점들이 박혀 있다 자세히 보니 갈매기들이다. 무슨 집회가 있는지 갈매기들이 도열해 있다. 장관이다.
1시간 20분을 줄기차게 걸어 연지3리 마을회관 앞(5.1km)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울진군청까지는 2.5km로 40분이면 도착한다. 예정대로 5시에 울진읍에 도착 숙소를 찾는다. 울진고등학교가 있고 군청쪽으로 가는 길에 적당한 숙소를 정했다. 낙원장모텔이다. 방에 짐을 놓고 거리 구경을 나섰다. 숙소 근처에 유명한 울진바지게시장이 있었다. 일찍 어둠이 시작되어 네온불로 바지게시장을 화려하게 비춰준다. 그런데 관광객이 너무 없어 한산하기 그지없다. 우리일행을 쳐다보는 상점직원들 그냥 구경하기만 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바지게시장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바지게꾼들인 보부상 모형의 석상이 구경꺼리다. 점심을 늦게 먹은 탓에 밥 생각이 없다지만 걸럴 수는 없기에 시장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할머니 혼자 관리를 하고 있는 우리 숙소방 키가 문제를 일으켜 한참 애를 먹었다. 자식들을 위해 관리인 역할을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자기 밥값은 하는구나 ~왠지 흐뭇한 생각이 든다. 비록 시골이지만 대도시나 선진국처럼 아침밥 먹기가 어렵다. 보통 식당문은 11시경에 문을 열기 때문이다. 아침 문 여는 식당을 미리 확인 않고는 낭패를 보기 쉽다.
울진관광과 26 잔여코스-- 연호공원(蓮湖公園) 둘째날이다. 아침이 걱정되었는데 마침 8시경 문을 닫으려는 한식집에 들어가니 서울서 온 관광객이라는 소리에 특별히 백반 메뉴에 한정해서 우리를 받아주었다. 60대 인텔리 여주인 혼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식당내 배식을 하는 로버트와 좌석 키오스크를 설치한 초현대식 장비에 놀랐다. 울진 최초로 로버트를 도입했다는데 식당경영의 어려움과 최신식 경영의 필요성에 이해가 되었다. 30년을 한곳에서 운영한 맛집이었다. 집에서 먹는 편하고 깔끔한 반찬에 밥그릇을 비운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든든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걷기에 나섰다. 본격적인 걷기를 하기 전에 울진읍 주변의 관광지를 먼저 돌아보자고 했다. 스마트폰을 검색해 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연호공원이다. 택시를 탔다. 시내 한복판을 걷기보다는 택시가 좋은 때도 있다. 자연호수인 연호지 주변에 조성된 연호공원은 시내 중심에 있어서 지역민들의 휴식처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숲에서 호수가 잘 보이는 곳에 연호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호수 중앙에 월연정이라는 작은 정자까지 어락교(漁樂橋)라는 나무다리로 이어져 있다. 장자의 '물고기의 즐거움'이라는 사유세계에서 따온 이름이다. 연호정에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달에 비친 연꽃에 취한다는 의미로 월연정(月蓮亭)이라 지었다고 한다. 연꽃은 이미 지고 없는 계절이지만 화려하게 핀 연꽃이 연상되었다.
두마리가 마주보는 은어다리 연호공원 산책과 구경을 마치고 스마트폰맵(네이버지도)을 따라 은하다리를 찾아간다. 40분가량 걸어가니 멀리 은어모형의 다리가 황홀하게 서 있다. 두마리가 마주보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울진 수산리에 있는 은어다리는 울진 남대천과 동해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2015년 3월에 준공한 다리이다. 이곳 울진 남대천은 은어가 많아 낚시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은어 산란 철에 회귀하는 은어를 볼 수 있는 곳에 은어다리를 설치한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멋지다. 특히 어두워지고 조명을 받으면 황홀한 야경에 환호한다고 한다. 이 코스가 해파랑길 26코스에 포함되어 있으니 명소를 보고 즐기는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해파랑길 안내를 따라 해안도시숲길을 걷는다. "해풍은 불어도 나무는 자란다"라고 새긴 표지석을 보며 숲속에 텐트가 가득한 걸 보니 여기는 캠핑장소인가 보다. 날씨가 추운 늦가을인데도 제법 텐트가 많다. 15분 가량 걷다보니 멀리 높은 곳에 '울진왕피천케이블카'라는 건물이 보인다. 저절로 발걸음은 그곳을 향한다.
왕피천생태공원 모처럼 케이블카를 타보려고 작심하고 왔는데 운행이 중지되고 있었다. 대신 아쿠아리움을 구경하기로 했다. 경로라 50%할인이 되었다. 상어 그루퍼 거북이 가오리 수달 연어 등 총 120여종 4천여마리의 해양생물과 수중암초 왕돌초를 재현해 놓았다. 왕피천 공원을 산책했다. 제방길이 멋진 해파랑길이다. 도대체 왕피천이란 무슨 의미를 가진 이름인가? 궁금했다. 설명판이 없어 걸으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한자로 王避川이다. 울진군 서면 왕피리 부근에서 흘러내리는 개천을 왕피천이라 불린다. 옛날 실직국 왕이 피난왔다고 해서 마을 이름을 '왕피리 마을'이라 하였고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전에는 울진엑스포공원이라 불렀는데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관동8경의 하나인 망류정까지 관광코스를 만들면서 왕피천공원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수산교에서 오산까지 해파랑길 25길을 걷다 왕피천 생태공원를 따라 가다보니 제방산책로에 쉼 의자도 있고 소나무 숲 그늘도 있어 좋다. 또 얼마를 가니 큰 하천을 건너는 다리가 나왔다. 이 다리가 수산교이다. 바로 여기서 기점으로 하여 북쪽으로 26길이 시작되고 한편으로는 25길의 종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거꾸로 내려 왔으니 이제 25길도 거꾸로 내려갈 예정이다. 망양정으로 가는 해파랑길 안내표를 따라 가면 먼저 '전통체험장'이 나오고 '관동팔경 이야기길'에 들어서는데 관동팔경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망양정 해맞이공원은 본래부터 일출장소로 유명했던 곳으로 해발 45m 정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아무 장애물 없이 한눈에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해맞이 광장에는 '울진대종'을 설치하여 타종행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좀더 가면 '소망나무전망탑'이 멋있게 서 있다. 누구나 이 소망탑 전망대에 올라 소망도 하고 멀리 바다 풍경도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해맞이 공원 정상부에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이 있고 망양정으로 오르는 길에 대나무숲에 만든 '바람소리길'은 특히 인상이 깊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쇠막대기가 풍경소리를 내어 마치 아름다운 악기소리를 듣는 듯 하였다. 망양정에 올라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구경하고 또 망양정 안에 걸린 망양정 약사를 비롯, 정조대왕 어제, 숙종대왕 어제, 그리고 정철의 관동별곡도 볼 수 있었다. 매월당 김시습의 시도, 고려후기 문신 정추의 글도 보인다. 이처럼 왕이나 유명 문인들의 글들이 이처럼 많은 정자는 처음 본다. 망양정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가면 거기가 바로 망양정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부근에 큰 횟집이 많은데 점심식당으로 고른집이 '토박이횟집'이다. 죽변 수협 중매인과 아내(식당주인)가 경영하는 회 전문집이다. 신선한 모듬회를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서 직접 만든 막장과 텃밭에서 기른 야채 상추 깻잎을 푸짐하게 내 놓는다. 경상도 영천에서 멋진 바다를 생각하며 바다 사람하고 결혼을 했다는데 평생을 남편한테 제대로 숨도 못쉬며 살아왔다는 푸념을 들으며 한편 이야기에 흥미도 느꼈지만 여러 인생사에 관해 상념도 들었다.
점심도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해변길을 따라 오후 5시까지 오산리를 향해 걷기로 목표를 잡았다. 토박이횟집을 나서서 917번 해안도로인 망양정로를 따라 해파랑길 25코스가 계속된다. 산포3리마을회관 옆 "늘해랑"이라는 팬션 간판이 눈에 띈다. 해파랑길은 해와 파도랑 같이 걷는 길 이라는 뜻인데 늘해랑도 이름을 모방한듯. 그런데 팬션으로 제법 유명한 모양이다. '감성 게르'라는 별칭이 붙은 걸 보면~몽골의 게르를 두동 지어놓는 것은 아마도 체험을 할 수 있는 숙소인 모양이다. 그리고 이 동네 마을 집들의 담벼락 그림이 너무 실감나게 잘 그려져 녹이 쓴 배 모양 까지도 진짜 배로 착각할 정도다.
계속 내려가니 유명한 촛대바위가 우뚝 서 있다. 바위 꼭대기에 살아있는 소나무가 묵묵히 걷고 있는 길손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친구 같다. 이제 진복리로 이어진다. 진복리(進福里)는 뒷산 이름이 진복봉(進福峰)이라서 지어진 이름이라는데 이 동네에서는 광주 노씨가 살면서 오동나무를 심어 마을이름을 오원(梧原)이라고도 불린다. 진복1리, 진복2리를 지나 계속 걷는다 드디어 목표지점인 오산리 중 오산3리가 시작된다. 예정한 대로 5시가 가까워 온다. 우리가 예상한 오산리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보여 실망이다. 숙소와 저녁식당을 찾아야 하는데--동네 주민에게 숙소가 어디쯤 있나 물으니 식당에 가서 잠자리를 부탁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 물으니 여름 성수기가 아니어서 팬션,민박집을 이용할 수가 없단다. 여기서 자고 내일 마지막날 25코스 시작점인 기성항까지 가서 25코스 걷기를 마치려 했는데--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부득이 다시 울진으로 회귀하는 방법밖에 없다. 마침 울진 가는 버스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울진읍 시외버스정류소에서 내렸다. 제법 근사한 호텔이 보였다,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 식당을 찾아 나섰다. 어제 잔 군청 근처보다 여기가 울진의 중심가인 모양이다. 호텔과 모텔이 많고 식당과 큰 가게도 많다.
줄을 서 있고 대기시간이 제법 걸리는 식당이 있었다. 막창집이다. 막창이라는 메뉴에 관심이 생겨 좀 생소하지만 한번 먹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너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건너편에 있는 "막창막하 울진본점'이란 집에 들어갔다. 여기는 기다리진 않았지만 젊은학생들인 듯 분위기가 소란스럽다. 젊은이들 속에 끼여보자는 마음으로 소,돼지막창을 시켜 소주까지 한병 시켰다. 학생들 중 선배인지 우리에게 다가와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단다. 괜찮습니다. 젊잖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니다 노인이 젊은이들 속에 끼여보고 싶어서인데---볶음밥까지 시켜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별 할일이 없어졌다. 귀경하는 일 밖에--아침 9시에 만나기로 하고--
저녁에는 TV에서 야구 한국시리지 엘지대 KT 4차전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다. 네번의 역전을 거치며 8:7로 엘지가 역전승을 하였다. 5:7로 패색이 짙었으나 9회초 3점짜리 홈런으로 8:7로 기적을 만들었고 그런데 9회말 kt공격에서 원아웃 만루상태라 또다시 진다고 포기상태였다. 그런데 병살타로 게임을 끝내고 승리를 잡았으니 이긴자와 진자의 기분은 천국과 지옥 같았으리라-- 엘지의 승리로 편한 꿀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만나는 시간이 너무 늦어 우리 부부만이 그냥 동네 한바퀴 산책을 했다. 어느집 담안에 빨간 열매가 가득 달린 낙상홍 나무가 시선을 끌었다. 나무가 엄청 크다. 사진을 남겼다. "하양고디탕"이라는 식당 간판도 재미있고 궁금했다. 저런 경상도 사투리를 쓰다니~ 하고 가만 생각하니 여기 울진이 바로 경상도구나~고딩이란 고둥의 사투리로 민물 고둥은 다슬기이고 바다고둥은 소라, 무논에 사는 곳은 우렁이라 한다. 아마도 하양(대구근처 지명)의 다슬기나 소라 요리를 파는 집인가? 갑자기 다슬기국이 먹고싶어 가게를 들여다 보니 문이 닫혀 있다.
토요일 아침 9시에 만나 어제 저녁 미리 말해둔 밥집을 찾아갔다. 경상도 사투리를 강하게 쓰는 할매집이다. 백반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맛이 좋다. 생선도 한토막 준비했다. 방문을 열어 방안에 걸린 아들 딸 손자들사진을 보이며 자랑을 한다. 아들이 서울대를 나와 체육회 간부란다. 며느리도 이화여대 출신이고~ 자랑이 끝이 없다. 낯선 손님인데도 이토록 자랑하고픈 부모의 심정을 이해해 줘야지--
식사를 마치고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삼척으로 가서 귀가하는 안도 있었으나 차편 시간이 맞지않아 11시차로 바로 동서울행 차표를 샀다. 2빅3일의 걷기여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걸음수는 첫날 19,000보 어제 둘째날은 31,000보이다. 아무리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좀 과한 듯 하다. 이제 동해안 해파랑길은 이로 종결 짓기로 했다. 그간 다녀온 해파랑코스를 정리해 봐야겠다. 이번 여행도 참으로 즐겁게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는 전국의 지방자치제가 만든 걷기좋은 길 코스를 찾아 가기로 했다. 이번에 울진까지 가서 금강소나무숲길을 못 걸은 것이 마음에 걸려 내년 봄에 시도해 보자고 했다. 내년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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