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달밤>
전체 줄거리
문안에서 성북동으로 이사온 ‘나’는 황수건이라는 사람을 만나 이곳이 시골임을 실감하게 된다. 신문 보조 배달원인 황수건은 짱구 머리에 손과 팔목은 반비례로 작고 가느다란 외모에 우둔하고 모자라는 못난이로, 삼산 학교의 급사로 있다고 쫓겨나 아내와 함께 형님 집에 얹혀살고 있다. ‘나’는 순박한 황수건을 좋아하여 그와 자주 대화를 나누며 그의 실속없는 참견을 들어준다.
신문 원배달원이 되는 것이 평생 소원인 황수건은 성북동이 따로 한 구역이 도면서 원배달이 될 기회가 왔다고 좋아하지만 보조 배달부 자리마저 빼앗긴다. 황수건은 삼산학교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급사를 시험하는 등의 엉뚱한 노력을 하고, ‘나’는 그에게 장사라도 하라며 밑천으로 삼원을 빌려준다. 황수건은 참외 장사를 했으나 밑천만 까먹고, 그의 아내는 동서와의 불화로 집을 나가 버린다. 어느 달밤, 담배를 피우며 서툴게 노래를 부르는 황수건을 보며, ‘나’는 연민을 느낀다.
이해와 감상
모자라고 우둔하지만 천진스러운 황수건이라는 인물이 각박한 세상에 부딪치면서 실패를 거듭하며 아픔을 겪는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서술자이자 관찰자인 ‘나’가 학교 급사, 신문 보조 배달원, 참외 장사 등의 일을 하지만 계속해서 좌절하고 상처를 입는 황수건의 일화를 나열하여, 순박한 인물인 황수건이 사회와 일상에서 소외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황수건’과 같은 인물이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순박하고 천진한 사람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부정적 인식을ㅇ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비극적이거나 절망적인 분위기로 흐르지 않는데, 이는 어수룩한 황수건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서술자인 ‘나’가 황수건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을 보냄으로써 황수건의 천진학고 순박한 성격을 두드러지게 한다. 특히, 작품의 마지막 부분인 달밤 장면은 애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막아주고 있다.
핵심정리
갈래 : 단편소설
성격 : 서정적, 애상적
배경 : 일제강점기(1930년대) 서울 성북동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주제 :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못난의 황수건의 삶에 대한 연민
특징
․등장인물과 관련된 일화를 나열하여 주제를 부각하고 있다.
․배경을 통해 애상적이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출전 : <중앙> 1933
작품연구실 : ‘황수건’에 대한 나의 태도
‘나’가 한밤중에 찾ㅇ아와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황수건에게 황당함을 느끼지만, 곧 그를 통해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황수건의 순수함을 좋아하게 된다. 황수건의 거듭된 실패를 안타까워 하며 그를 받아들잊이 않는 세상의 각박함을 원망하기도 하고, 그를 위해 장사 밑천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통해 ‘나’는 지식인으로서 당대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동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 연구실 : 이태준과 성북동
작가 이태준은 1933~1946년까지 서울의 변두리인 성북동에 정착해 살면서, 주변에 살고 있던 가난하고 못 배워 사회 중심부로부터 밀려난 사람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시켰다. 당시는 일제 강점기로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에 비해 심각한 임금 차별을 받아야 했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 현실 속에서 순박하지만 사회적 능력이 결핍되어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따스한 시각으로 그려 내면서, 이들을 힘들게 하는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해진 세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