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표석에 새겨진 해운대 근대사
일제 토지수탈에 맞선 이왕가의 대항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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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 일원에는 현재 모습을 드러낸 167개의 이산표석이 있다. 그리고 이산표석 한 개를 원래 있던 곳에서 옮겨와 대천공원에 심어 놓았다.
하지만 167개에 달하는 이산표석이 있음에도 달랑 1개만 보이는 곳에 심어져 있는 탓에 그다지 주민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비단 주민들의 주목만 끌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의 주목도 크게 받지 못하는 듯하다.
지금껏 부산시의 지원하에 장산반딧불이보존동아리에서 박미자, 손영자, 심소정 구성작가들과 김상곤, 박용구, 임선화, 정순선 생태조사원들과 함께 ‘이산표석 길’ 이란 스토리텔링 형식의 책을 해운대라이프의 디자인·편집으로 우여곡절 끝에 발간했을 뿐이다.
더구나 이산표석과 함께 장산 일원의 숨어 있는 유적과 명소를 탐방하면서 엮은 ‘이산표석 길’ 외 본격적인 이산표석에 대한 연구 자료는 책으로 발간할 비용이 없어 서랍 속에 잠자고 있다.
그동안 본지를 비롯한 유력 일간지를 통해서도 이산표석에 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산 일원의 이산표석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본지에서는 12회에 걸쳐 장산 일원의 이산표석에 대한 기획특집기사를 실어 이산표석의 신비를 풀고자 노력했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 파손된 이산표석 한곳으로 모아 보존하자
이산표석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방법으로 장산 일원의 파손되거나 뽑혀 있는 이산표석이라도 더 훼손되기 전에 한곳에 모아 보존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파손된 것도 있지만 이산(李山)을 ‘이완용의 산’으로 잘못 알고 파손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이산표석을 대천공원 내 장산관찰센터나 아니면 이산표석이 세워져 있는 곳에 추가로 이들 이산표석을 옮겨 둔다면 장산을 찾는 주민들과 더불어 세상의 관심을 끌기에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의 관심을 받으면 이산표석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 이어져 이산표석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 해운대구청의 역할 중요
하지만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장산마을로 향하는 임도 개설 공사 과정에서 장산의 이산표석 하나가 포클레인 작업 도중 부러져 두 동강 나는 일이 발생했다. 임도공사장 아래에 오랫동안 처박혀 있던 그 이산표석이 자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산표석을 품고 있는 장산은 지난 2021년에 복구 및 보존과 더불어 보다 체계적 관리를 위해 해운대구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따라서 관리주체가 해운대구청이라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이산표석의 훼손 방지와 관리·보존은 해운대구청의 의무이자 권한으로 보인다.
아직도 이산표석의 진정한 정체는 실제 이산표석과 같이 드러난 부분보다 땅속에 묻힌 부분이 더 많다. 이산표석의 정체를 온전히 밝히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우리 세대의 역사적 사명이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이룩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산표석에 대한 연구와 보존이 더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운대구청에서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
이산표석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수록 장산의 가치와 함께 해운대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