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알도 레오폴드 지음 『모래 군(郡)의 열두 달』
현대 환경운동의 바이블
저자는 1887년 미국에서 태어나 삼림학부 석사를 마치고 1909년 삼림공무원이 되었다. 이후 연구직을 거쳐 47세에 위스콘신대학 엽조수(獵鳥獸) 관리학 교수가 되어 61세 사망 때까지 재직했다. 그는 위스콘신강가의 농장을 사들여 주말을 보내며 자연을 관찰하고 사색하며 글을 쓰며 보낸다. 이 책은 그러한 삶의 소산이며, 그가 죽은 이듬해 출간되었다. 그의 글은 1960년대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환경운동이 일어나면서 조명을 받게 되었다. 특히 그의 글 <토지윤리>는 ‘현대의 생태중심, 전일주의적 환경 철학 및 운동의 사상적 바탕’이 되었다. 이 책은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스튜어트 우달의 『침묵의 위기』라는 책들과 함께 환경운동의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토지윤리
윤리란 무릇 인간 세상에서 툭히,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에서 정립되었다.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황금율과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즉, 마태복음 7장 12절로 상징되는 황금율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윤리이며, 민주주의는 개인이 사회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권리가 된다. 그렇다면 개인과 공동체를 넘어서는 영역의 자연 환경과 생명체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인간과 그들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저자는 그 동안의 자연은 인간에게 약탈의 대상이었으며, 포획되고 버려져도 어떤 죄의식을 갖는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저자는 본인이 관찰하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렇게 가다가는 자연 생태계는 결국 파괴되고 회복되지 않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보았다. 해서 인간사에만 적용된 윤리의 문제를 토양, 물, 식물과 동물을 포괄하는 토지로 확장하자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당시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하기사 지금도 LTBG를 백안시하고, 동물인권을 이야기하는데 콧방귀 뀌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토지윤리는 생각보다 복잡한 면이 있다. ‘인간과 토지의 생태학적 공존’이라는 가치를 부정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람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치라는 기준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주류일 것이다. 그러나 토지 환경을 보면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는 듯한 존재들도 많다. 그 존재들은 실재 생태 순환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필요하며, 나중에 경제적 가치가 발결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자연 환경은 모르면 아예 손을 대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저자는 황금율과 민주주의 가치를 토지윤리에 적용시키면서 사람들을 의무적으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서 인간을 정복자에서 시민으로 교화하여 ‘인간과 자연의 생명적 상호작용’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미래
그의 글 <오디세이>에는 원자 X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든 생명체는 탄소중심 체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성분들은 어떤 원자 X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이 원자는 우리 몸에 있다가 흙으로 바다로 다시 어떤 생명체로 이어지며 순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어찌보면 내 몸 안에는 300억년 전에 있었던 빅뱅 시기의 원자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즉 인간의 시간과 우주와 지구의 시간이 공존, 병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지구의 파괴, 멸망을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 것은 인간의 멸종이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는 자신의 시간으로 흘러간다. 인간의 관점에서 파괴된 지구에 새롭게 적응한 생명체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바닷속에서 육지로 처음 올라온 어류의 배고픔과 호기심의 눈빛을 상상해보자. 살기 좋은 장소로 계속 이동해 가며 주변의 덩치 큰 포유류들을 절멸시킨 호모 사피엔스의 확산을 기억하자. 사실 저자도 구대륙의 후손으로 신대륙의 원주민을 절멸하고 정착한 사람들 중 하나이지 않던가.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은 우주로 나갈 것이다. 가상현실을 구축하여 그 곳에서 생활하길 즐길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인류종일 것이고 우리가 절절히 보호하고자 했던 자연환경은 아예 접하지 않고도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지구에 남아 살아갈 것이다. 그들에게 지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전한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그들에게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생태학적 철학과 관념이 그들에게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구에 남아 자연과 더불어 살야야만 하는 인류에게 여전히 읽혀야만 하는 환경운동의 고전이라 생각된다.
책 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