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전해준 말>
나는 어느 회사의 직원입니다
우리 사장님은 이 도시에서 수많은
굶주림과 결핍의 신입니다
어느 날 사장님께 말했지요
사장님, 당신은 내 굶주림의 신이시며
내 삶은 당신의 은덕입니다
그래서 생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요
휴가를 주세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내 덕분에 너는 오래 살 거야
이번에는 일이 많다
내년에 생일을 잘 보내도록 해라
나는 네라고 말했어요.
어느 날 사장님께 부탁을 했지요
사장님, 당신은 굶주림의 신의 신이십니다
당신의 자비로 집을 꾸며주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저에게 휴가를 주세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좋은 날들은 또 올 거야
이번에는 일이 많다
다른 길일에 결혼하도록 해라
나는 다시 네라고 말했어요
하루는 삶에 너무도 지쳐서
내가 말했어요
사장님, 당신은 내 굶주림과 결핍을 해결해주셨어요
이제는 나를 죽게 해주세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알았어
오늘은 일이 너무 많으니
그 일들을 모두 끝내도록 해라
그리고 내일 죽으렴!
러메스 사연 Ramesh Sayan,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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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에 다급한 문자가 왔습니다. 샤샤가 보내온 문자였습니다. “도와주세요. 나를 속였어요. 속아서 노예가 되었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깜짝 놀라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하고는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바로 경북이주노동자센터 김헌주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먼저 제 마음을 진정시키시고 차분히 대응해주셨습니다. 숱한 상황을 경험하신 터라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계셨습니다. 샤샤의 재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라 하셔서 샤샤와 대화를 이어간 후 상황을 말씀드리니 임금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 말씀해주셨지요. 통역사와 함께 샤샤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시고는 잘 해결하신 듯 했습니다. 김헌주 선생님의 존재는 차별받는 외국인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언제나 든든함을 안겨주십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불평등한 처우와 사고 소식은 인간 존재에 대해 자괴감이 들게 합니다. 왜 그들의 소중한 꿈은 번번이 좌절을 맛보아야 하는지, 단지 타인이라는 이유로 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네팔 노동자 시인 러메스 사연의 시 <고용>은 우리 사회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듭니다. 이 시에 그려진 사장님은 한 사람의 목숨마저 통제하는 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신이 아니라 괴물이겠지요. 타인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이는 분명 괴물입니다. 고용한 이들을 식구로 여기지 않고 기계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사장,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의 고혈을 빨아먹는 못된 사장이 더 이상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이 땅에 들어오면서 나름의 소중한 꿈을 품고 왔겠지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닙니다. 그 꿈 안엔 가족의 행복도, 희망의 미래도 들었습니다. 그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합니다. <2024.3.3.>
첫댓글 💌 정호승 시인의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중 이 귀절이 떠오르는 시네요.
✅️ 목마를 때 언제나 소금을 주고
배부를 때 언제나 빵을 주는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우리들 서울의 꿈과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