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분양은 옛말 하락장서 힘 못쓰는 분상제이다.
한국경제, 박종필 기자, 2022. 12. 13.
지난해까지 아파트 모델하우스 청약 상담창구에서는 이런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이른바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후에 고민한다는 뜻)이다. 신축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확보할 수 있는 분양가 상한제의 이점이 두드러질 때였다. 올 하반기부터는 선당후곰이 자취를 감췄다.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분양가 상한제의 이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등 서울 대단지 청약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2월 1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 분양가와 매매가 차이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에서 분양가를 뺀 차이는 3.3㎡당 1506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차이가 790만원으로 1년 만에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분양을 마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분양가가 인근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3829만원으로 84㎡ 기준 13억2000만원 선이다.
바로 옆 단지인 둔촌신동아파밀리에는 KB부동산 12월 시세 기준으로 같은 면적이 9억5000만원 선이다. 지난 10월 실거래가(10억5000만원)보다도 1억원 더 내렸다. 실제로 둔촌주공이 속한 강동구의 경우 분양가와 매매가 간 차이가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좁혀져 있다. 올해 강동구 매매가와 분양가 차이는 3.3㎡당 384만원에 불과해 전년(2001만원) 대비 80%나 줄었다. 둔촌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을 마친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나 곧 분양을 앞둔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3.3㎡당 분양가가 2800만원대로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0억원 선이다. 주변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는 같은 면적대가 10억1500만원(KB부동산)에 형성돼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세 하락장에서 건자재값 상승 등의 이유로 분양가가 뛰어 분양가와 시세 간 갭 차이가 크게 줄었다”며 “내년 분양시장은 입지와 가격에 따라 특정 단지에만 청약통장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