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는 어떤 식으로 죽음을 인식하나요?
부모나 친구, 반려동물 같은 가까운 대상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성인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죠. 긴밀한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더 큰 정신적 충격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을 한다고 해도 적절한 수준으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아동은 죽음에 대한 왜곡된 개념을 형성하거나 큰 정서적 불편감을 호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강현경, 김성숙, 2013; 이정숙, 2014).
Corr(2010)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유아들은 연령에 따라 죽음에 대해 다른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만 3세 미만인 영유아는 죽음이 무엇인지 인지적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주위의 반응을 지각함으로써 무언가 잘못된 상황을 알아차립니다. 만 3~5세의 유아는 죽음이 무엇인지 대해 기본적인 특성을 이해하나, 일시적인 것이며 되돌릴 수 있는 가역성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만 6~8세의 연령인 아이들은 죽음의 비가역성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드러났습니다. 즉,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죽음에 대한 이해 정도는 상이할 수 있습니다.
죽음과 관련된 공포나 불안을 줄이는 데는 발달수준에 상응하는 죽음 인식이 필수적이며, 이는 유아가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적응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양진희, 2006; 이정희, 2007). 따라서 어른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죽음을 설명하기보다는, 아이의 연령에 맞게 죽음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아이가 사별을 경험한 이후의 생활로 더 잘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 아이들이 죽음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요?
아동은 정서적 애착을 기반으로 한 타인과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합니다(Bowlby, 1980). 만약, 누군가의 사망으로 이러한 상호작용이 가능하지 않게 될 시, 안정성이나 균일성을 잃거나 삶에 대한 조절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며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이정숙, 2014). 특히 주로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많은 경우, 부모와의 사별은 아이들에게 큰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부모 중 한 명의 죽음을 겪은 초등학생은 분리불안이나 우울, 수면 등의 문제를 보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Black, 1996; Stoppelbein & Greening, 2000). 해당 아동들은 분리불안이나 행동에서 여러 문제를 보고하였고, 청소년에게서는 우울, 식이, 수면의 문제가 나타났다(Stoppelbein & Greening, 2000). 이러한 병리적 문제들은 성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발현되기도 하는데, 남자 아동들은 과잉행동이나 공격성이 증가하는 반면 여자 아동들은 수면이나 유뇨증 등의 증상 위주로 우울감이 표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Brown & Goldman, 2005; Spuij & Boelen, 2012). 이러한 심리적 후유증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되지 않을 경우, 아동의 전 생에 걸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Brown & Goldman, 2005; Worden, 2009).
아동기에 경험하게 되는 사별은 정신 건강에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Spuji와 Boelen(2012)은 사별한 경험이 있는 아동들 중 5명 중 1명은 심리적 병리문제를 갖게 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사별 경험은 충격이나 슬픔, 불안, 공포, 좌절, 죄책감 등의 정서적 감정을 동반하는 동시에 복통이나 두통, 무기력 같은 신체화 증상으로 발현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합니다(이규민, 2014). 이것이 악화되어 심화되는 경우, 심한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Gil, 2010).
하버드 사별연구 (The Harvard Bereavement Study)에 의하면, 조사에 참여한 사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사별 후 2년이 지났을 때, 약 25%에 해당하는 아동들은 성인으로부터 충분한 애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훈계를 받은 바 있다고 보고한 반면, 또 다른 25%의 아동들은 그만 슬퍼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는 주도적으로 애도과정을 견뎌 나가야 하는 아동이 주변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개입을 받고 혼란스러움을 경험할지에 대해 시사해주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사별 이후의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Hedtke(2001)의 연구에 의하면, 상실에 대해 애써 외면하거나 억누르려 하지 않고 떠나보낸 사람과의 결속을 유지하며 그 상실을 안고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사별 후 삶에 잘 적응하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이런 결속을 ‘계속되는 결속(continuing bonds)’이라고 합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아이들이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한 우울감과 슬픔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어른들을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건강하지 못한 대처입니다. ‘떠나보낸 사람은 내가 어떻게 살기를 바랄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찬찬히 생각하다 보면 어느 새 현재에 집중하고 삶을 다시 긍정적으로 살아갈 동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함께 슬퍼할 계기를 마련해주고 사랑하는 이와의 결속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별 이후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아픔을 성숙으로 승화시키는 올바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사별 경험 역시 그것을 없던 일로 치부하기보다는 충분한 애도과정을 거친 후 함께 과거의 아픔을 현재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대처입니다. 아이들을 장례나 죽음으로부터 억지로 분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현명한 대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충분한 대화와 정서적 지지를 통해 아이가 나름대로 죽음에 대해 왜곡되지 않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1) 황미현, & 장연집. (1999). 아동의 부모 사별경험 유무에 따른 동작성 가족화 (KFD) 검사의 인물상의 특징, 활동내용, 스타일 반응연구. 미술치료연구, 6, 103-122.
2) 양성은, & 김상림. (2018). 유아의 죽음 개념화에 대한 인지발달적 분석. 한국보육학회지, 18(4), 213-225.
3) 권윤정. (2017). 부모 사별 아동대상 외상 중심 통합적 놀이치료사례: 애도과정을 중심으로. 아동교육, 26(4), 69-83.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 이미지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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