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부정맥을 ‘도깨비 같다’,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표현한다.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 부정맥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부정맥은 증상이 지속되는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부정맥은 급사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치료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다. 다양한 부정맥과 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부정맥이란? 초음파, 심전도 검사를 통한 부정맥 진단법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를 통해 부정맥을 진단하는 앱도 생기고 있다.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빈맥), 늦게 뛰거나(서맥), 엇박자로 뛰는 등 불규칙해지는 증상을 부정맥이라 한다. 부정맥은 어떤 특정한 질환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며, 심장의 정상적인 리듬이 깨져서 생기는 모든 것을 말한다.
부정맥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부정맥이 일 년에 단 몇 분만 발생하는 때도 있다. 따라서 심장의 가장 기본적인 검사인 심전도 검사에서 부정맥이 측정되지 않는 일도 있다. 심전도 검사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진단이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24시간 동안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24시간 홀터 검사나, 심장의 구조적 이상을 살피는 심장초음파, 인위적으로 운동시켜 심장 기능 변화를 살피는 운동부하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에 부정맥을 진단하는 앱이 탑재된 경우도 많이 나왔다.
부정맥 증상, 두근거림·호흡곤란 등을 동반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은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부정맥은 맥박이 느리고 빠른 정도에 따라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이 다양하다. 가장 흔하게는 두근거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볍게는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심할 때는 기절하거나, 급사에 이르기도 한다. 부정맥 증상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실신이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을 잃기까지 한다면 절대 방치하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정맥 중에서도 급사의 원인이 되는 중증 부정맥은 심실빈맥과 심실세동이다. 각각 심실에서 발생하는 빠른 맥, 심실의 각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해지는 상태가 급사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심근경색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중증 부정맥은 흔한 것은 아니므로 심하게 우려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약물 및 시술 치료를 통해 60~99%가 완치되는 만큼 과도한 걱정보다는 적극적인 치료와 꾸준한 관리를 해야 한다.
부정맥 치료법, 고혈압약을 이용한 약물치료
부정맥은 약물치료가 더 위험한 때도 있으므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부정맥은 약물치료를 먼저 해본다. 베타차단제, 칼슘채널 억제제 등과 같은 고혈압약을 쓴다. 정상 맥박을 유지하는 항부정맥제도 있다. 같은 부정맥이라 하더라도 동반 질환이나 심장 기능에 따라 다른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한 가지 약물로 잘 조절되는 예도 있지만, 증상이 조절될 때까지 몇 가지 약물을 같이 복용하거나 종류를 바꾸어서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부정맥 자체는 크게 위험하지 않은데, 이를 치료하는 약제가 오히려 더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아 부정맥의 치료는 여러 가지 요소를 다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부정맥 시술, 심박수를 재기 위한 카테터 삽입술
급사할 위험이 있는 경우 제세동기를 가슴에 삽입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약물 치료 중에도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 시술로 치료한다. 먼저 서맥성 부정맥은 '심장박동기'를 삽입해 치료한다. 서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정상적인 심박수로 교정하기 위한 기기를 왼쪽 가슴에 삽입하며, 어깨 주변에 있는 쇄골하 정맥 밑에 배터리를 심는다. 빈맥성 부정맥의 경우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가장 흔하게 한다. 대퇴정맥을 통해 카테터를 심장까지 넣어 이상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지점을 고주파열로 지지는 치료다. 한땀한땀 해야 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 4~6시간으로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냉각풍선절제술이 주목받고 있다. 냉각풍선절제술은 풍선 모양으로 생긴 기구를 폐정맥에 밀착시킨 후 급속 냉각시켜 폐정맥을 전기적으로 ‘한 번에’ 차단하는 시술로, 시술 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때에 따라 전신마취 없이 시술할 수 있어 마취 관련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냉각풍선절제술의 치료 효과는 기존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과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급사할 위험이 있는 심실빈맥, 심실세동의 경우 제세동기를 가슴에 삽입해야 한다. 이식형 제세동기는 급사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부정맥을 감지하여 순간적인 전기 충격을 가해 부정맥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심장 박동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부정맥 예방법, 술과 담배는 피하고 적당한 운동하기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스트레스 등을 피해야 한다.
부정맥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금주, 금연을 생활화해야 한다. 알코올은 부정맥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폭음은 절대 피해야 한다. 만약 피치 못하게 술을 마셔야 한다면 충분히 안정된 환자라는 가정하에 와인 1잔이나 2잔 정도는 가능하다. 흡연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주요 증상이면서 부정맥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부정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을 막기 위해 심한 과식이나 칼로리 과잉 섭취, 고지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혹 ‘부정맥 환자는 유산소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일부 부정맥의 경우 운동과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적당한 운동은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자기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스트레스와 피로 같은 자극을 줄일 수 있는 느긋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심장에 좋은 음식, 혈압을 조절해주고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음식들
고등어, 삼치, 검은콩, 호두 등은 혈관과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음식들이다.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장이 튼튼해야 한다. 심장은 산소와 영양분을 싣고 혈액을 온몸에 흐를 수 있게 하는 만큼, 튼튼해야 몸속 구석구석까지 피가 닿을 수 있다. 심장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늘리고 흡연, 음주,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지만 좋은 음식을 통해서도 강화할 수 있다.
고등어나 삼치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은 심장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뛸 수 있게 도와주고, 혈압을 정상 수치로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고등어나 삼치 등이 비려서 먹기 힘들다면 연어, 송어, 참치 등의 생선으로 대처해도 좋다.
검은콩에는 엽산, 마그네슘, 항산화 성분 등이 들어 있어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섬유질은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좋다. 검은콩을 먹는 대표적인 방법은 밥과 함께 먹는 것으로, 콩이 먹기 힘들다면 두부로 대처해도 좋다.
호두는 혈액 속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어 혈관 건강을 개선해주는 식품이다. 호두에 풍부한 단백질이나 섬유질, 식물성스테롤, 단일불포화 지방 등은 동맥을 염증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호두뿐 아니라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먹으면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도움말=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황유미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