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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벤처·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기반을 확대할 ‘울산 미래성장 펀드’가 5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에 벤처·창업기업의 혁신 역량을 결합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번 펀드는 모태펀드 350억원을 비롯해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 고려아연, 금융기관, 울산과학기술원 등이 출자해 조성됐다. 오는 9월 말부터 자펀드 출자사업에 착수해 630억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추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한 개의 펀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점에서 지역 벤처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펀드의 규모가 아니다. 결국 이 돈이 어떤 기업에 투자되고, 투자받은 기업이 울산에서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지역에서 펀드가 조성됐다는 사실만으로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한 뒤 판로와 기술개발, 인재 확보까지 연계하는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
울산의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울산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제조업 기반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혁신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기업의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지역 벤처기업이 개발하고, 대기업은 이를 실증하고 판로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미래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수소, 이차전지, 친환경·첨단소재 등 신산업 분야의 창업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울산이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지역을 넘어 기술과 인재가 모이고 기업이 성장하는 창업도시로 발전하려면 투자와 연구개발, 사업화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
투자 대상과 성과에 대한 투명성도 중요하다. 지역 기업에 투자한다는 명분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객관적으로 발굴하고 투자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한 투자받은 기업이 울산에 머물며 고용과 매출, 기술개발 등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정착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창업도시 특화펀드와 이번 미래성장 펀드가 별개의 사업으로 흩어져서는 안 된다. 초기 창업기업부터 성장 단계 기업까지 자금이 끊기지 않도록 투자 체계를 연결하고, 대학과 연구기관, 대기업,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벤처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울산 미래성장 펀드는 산업도시 울산이 새로운 성장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50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자금이 지역의 유망 기업을 찾아내고, 그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투자에서 끝나는 펀드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지역의 일자리로 이어지는 ‘성장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