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론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2012년 10월 마지막 주일,
성지순례 가는 날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에 잠이 깬다.
서둘러 7시 성당으로 향하니 신매로를 가득 채운 대형버스 12대.
성당에서 만날 때보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들을 한다.
정각 7시 30분, 충북 제천 배론 성지로 출발.
우린 2호차 버스, 거의가 시온의 딸 Cu.형제님들이어서 버스안은 조용하다.
기도,성가,개인소개를 하니 벌써 10시 20분 버스는 배론에 들어섰다.
성지순례 지침서에 "결코 관광으로 여겨서는 아니되며..." 에도 불구하고
10월 말의 제천 산골은 내 마음을 한눈에 통채로 빼앗아간다.
그러나 바로 대성전으로 미사참례하러갔다.
이곳의 산골지형이 배의 밑바닥 모습 같아 "배론'이라 불리어지고,
그래서 대성전의 천정도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는 배의 밑바닥 모습이었다.
제대 십자가도 오래 기억될 특이한 모습이었다.
11시 30분, 광주 서울 부산 마산 대구 ..에서 모여든 2500명의 신자와 예비자.
여러 교구의 8분의 신부님들께서 미사집전을 하셨다.
가장 많은 신자가 온 (800명)광주 운암동 성당의 주임신부님이 주례사제.
아쉬웠다. 우리 신부님은 -.
배론 성지 신부님의 강론,
강론 중에 신부님, 수녀님이 되고픈 아이는 앞으로 나오면 선물을 주신다 하신다.
모든 이의 기대 속에 앞으로 나온 한 남자아이,
평생 기억에 남을 박수를 받으며 묵주 선물을 받은 그 아이.
모두가 그시간 그를 위해 기도했을 것이고
또 배론의 추억을 떠오리면 평생 그 아이 위해 기도하겠지.
강론 내내 순례자인 우리의 마음을 흔드시던 신부님은
삼행시 "나그네"로 강론을 마치셨다.
"나" - 나 순교성인들의 삶을 이어받아 평생 그 뜻 따라 살리라.
"그" - 그 대들도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네------"
그렇게 많은 신자들이 각기 다른 교구, 본당에서 모여 바친 순례미사였지만 ,
미사 내내 분위기는 흐트러짐 없는 엄숙한 미사였다.
미사 집전해주신 모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미사후, 바깥으로 나오니 한낮의 맑은 태양이
먼지 한점없는 공기를 뚫고 산과 나무와 잔디와 그리고 우리를 비추었다.
또 마음을 빼앗기며 심호흡하여 공기 한사발을 들이켜본다.
그래도 배는 고파, 식판을 들고 긴 행렬 뒤에 서서 행복한 기다림을 즐긴다.
바람이 세게 불어 단풍잎 김치에 낙엽샐러드를 섞어 먹었지만 마냥 행복했다.
점심을 먹고, 우리 Pr. 일행 4명은 로사리오의 기도길을 따라 산으로 올랐다.
환희,고통, 영광의 신비를 묵상길을 걸으며 묵주기도 15단을 바치고
성가 271번을 함께 부르니
"기쁠때~나 슬플~때나 우리 곁~에 계~시는 성모~ 마리아여~"
가슴에서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 울컥해졌다.
다시 서둘러 십자가의 길을 찾아 맞은편 산언덕을 향하니
겟세마니 동산의 예수님이 기도하고 계셨다.
14처를오르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니
200년전 박해시대 선조들의 음성과 숨결과 신심과 그 애절함이 피부에 와닿았다.
그 치열해던 삶의 현장, 그 용맹했던 신앙의 증거, 주님 향해 목숨바친 그 사랑...
불과 몇 세대 전인데--.
우린, 오늘날의 우린 ,너무나 편한 환경속에서도 이 핑게 또 저 핑게...반성, 반성.
14처를 마치니 최양업신부님의 묘소,
시복시성 기도문을 자주 바쳐야겠다.
산계단을 내려오며 성가 2번을 부르니 뒤따르던 형제님들이 합창해 주신다 .감사.
"주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볼때~"
한국최초의 신학교와 황서영 백서 토굴을 돌아보며
하늘나라 계실 그 님들의 넋을 느껴본다.
뒤돌아보니 - 바로 거기에 그 순교의 피빛을 그대로 닮은
가슴 시리도록 붉은 단풍이 우두커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님들은 가셨지만 그 혼은 피빛으로 단풍에 물들어 우리 곁에 있었다.
그 밑에 잠시 혼자 머둘러본다.
성물방,허브까페,인생의 미로를 거쳐 다시 2호 버스에 오른다.
오후 3시 50분, 12대의 버스는 배론을 벗어났다.
2호 버스는 간식을 먹으며 야구관람, 역전당하는 삼성.
귀향하는 성지순례 분위기는 이니었지만,나름 good.
그러나 안동휴게소에 들렀다 나오니 봉사자가 바뀌고
버스는 이내 욱수고등학교 5학년 2반 동창회로 -.
약간 걱정이 앞섰지만 - 금새 마음에 반전이 일어났다.
그 수학여행 같은 흥겨움은
단지 늘 성당에서 만나던 막연한 이웃이었던 그들이
공동체의 형제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갇혀진 달리는 버스 속에서
그들의 노래와 환호는 소통하는 형재애의 표출이었다.
공동체의 일부인 우리에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소중한 나눔의 시간이었다.
마이크 잡아주셨던 분들께 감사.
버스는 8시10분 신매로에 도착, 버스를 내려 급한 약속으로 뛰어야했다.
내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13시간의 성지순례는 그렇게 지나가고
"나그네" 삼행시로 다짐해본다.
"나" - 나 ---------- (생각해보세요)
"그" - 그대들도 그렇게 하시겠지요?
"네 ----------------------------
2012.10.28 성지순례를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첫댓글 찬미예수님!
형제님 ! 한편의 드라마 같은 여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처음 떠난 성지순례길 가을만추의 절정인 베론성지...
평생 잊지 못할거 같습니다. 매일 기도중 나그네를 기억하며 아멘.
댓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형제 아니고 자매랍니다.
순례 후기 올린 글이 없어 못난 글이라도 공유하고 싶었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앗 ... 죄송합니다 자매님...
세례명을 보고 추측 했는데 ㅎㅎ 순례기를 넘 리얼하게 표현하셔서 살짝 감동 받았습니다...
Liebe dich 자매님, 배론 성지 순례 함께 동행한 형제로서 순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참으로 문장력도 뛰어나시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덕분에 성지순례의 기억을 새롭게 되돌아봤습니다..
14처기도 마치고 내려올때 성가2번 같이 노래했읍니다.
즉석에서 함께한 합창치고는 괞찬았다는 느낌.
후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