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이라면
김 경 미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괜찮습니다 살아 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 아직도 빗속을 걷고 작약꽃을 바라봅니다 몇 년 만에 미장원엘 가서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말한다는 게 머리 좀 쓰다듬어 주세요, 말해버렸는데 왜 나 대신 미용사가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잡지를 펼치니 행복 취급하는 사람들만 가득합니다 그 위험물 없이도 나는 여전히 나를 살아 있다고 간주하지만 당신의 세계는 어떤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오래도록 바라보는 바다를 취급하는지 여부를 물었으나 소포는 오지 않고 내 마음속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재밌어서 나는 오늘도 아무리 희미해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여전히 바다 같은 작약을 빗소리를 오래오래 보고 있습니다
-『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3.02.10. -
중년의 쇠약과 쓸쓸함을 유쾌하게 수용한다.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치욕과 앙금이 많은 것도” “아무리 희미해도” 괜찮다고, 살아 있는 게 재밌다고, 아직도 작약을 보고 빗소리를 듣는다고.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YES24
삶의 오욕들을 슬픈 웃음과 유쾌한 외로움으로전복하는 반어와 역설의 장인 김경미 신작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198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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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민음사 | 2023
[시가 있는 휴일] 취급이라면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괜찮습니다살아 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아직도 빗속을 걷고 작약꽃을 바라봅니다몇 년 만에 미장원엘 가서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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