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 소행이라면…
황해남도 비파곶 기지 상어급 1~2척 행적 불명
수심 얕은 오른편 피해 重어뢰로 타격 가능성
천안함이 어뢰 피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만일 북한이 개입했다면 무엇이 어떻게 침투해서 공격한 뒤 복귀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어뢰 공격이 이뤄졌다면 상어급 소형 잠수함(325t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상어급 잠수함은 1996년 강릉 안인진리에 좌초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함정으로 잠수함과 잠수정의 중간쯤 되는 배다.
군 정보당국은 천안함 침몰을 전후해 황해남도 비파곶 잠수함기지에서 상어급 잠수함 1~2척의 행적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파곶 기지에서 백령도까지의 거리는 80여㎞다. 상어급 잠수함은 물속에서 시속 13㎞ 정도의 속력으로 항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백령도까지 오는 데 6~7시간가량 걸린다. 물 위에서 항해하면 한·미 양국군의 정찰기, 감시위성 등에 잡힐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물속으로 항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상어급 등 디젤 추진 잠수함들은 일정 시간마다 수면(水面) 가까이 올라와 스노클링(수중통기장치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환기를 시키는 것)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이 장치가 물 위로 노출돼 레이더 등에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스노클링 장비가 크지 않아 적어도 북측 수역에서는 우리 레이더 등에 탐지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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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백령도 인근으로 침투한 북 잠수함은 당시 백령도 해안에서 1.8㎞ 떨어진 곳에서 북서 쪽으로 항해 중이던 천안함의 왼쪽을 향해 어뢰를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른쪽의 경우 수심이 얕아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당시 천안함 오른쪽은 안전거리 확보문제 등 때문에 공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이 "천안함 함미 파단면 근처에는 좌측에서 큰 힘이 작용해 선체를 포함한 철판들이 안쪽으로 휘어 있고, 우측에는 파손이 생겨 열려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북 잠수함은 천안함에서 1~2㎞ 이상 떨어진 수심이 좀 더 깊은 곳에서 어뢰를 쐈을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을 공격한 수단으로는 기뢰보다는 어뢰, 경(輕)어뢰보다는 중(重)어뢰가 많이 거론된다. 천안함이 파손된 상태와 수준을 봤을 때 탄두 중량이 50~80㎏에 불과한 경어뢰보다는 200㎏이 넘는 중어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안함을 공격한 북 잠수함(정)은 백령도 왼쪽 바다를 통해 다시 북측으로 복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안함이 실제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았다면 왜 이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느냐도 의문이다.
국방부는 천안함과 같은 대잠 초계함이 소나(음향탐지장비)체계를 가동할 경우 사고 당일을 기준으로 백령도 근해 수심 30m 기준의 해양 환경을 대입하면 약 2㎞ 전후에서 잠수함과 (반)잠수정, 어뢰를 탐지할 수 있는 확률은 7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비역 해군 제독들은 현실적으로는 50% 미만이라고 말한다. 소나 담당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어도 어뢰 접근을 몰랐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