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와인하우스만큼 매력적이고, 당당하고, 뻔뻔하며 야성미 넘치는 여가수가 또 있을까? 그녀는 'You know I'm no good'에서 자신이 못 말리는 바람둥이임을 떳떳하게 밝힌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담한 '악년 선언'이다. 그런가 하면 'Love is a losing game'을 통해서는 이 세상 모든 연애는 결국 불행으로 끝나는 허접한 게임이라며 극도의 허무감을 조장한다.
싸구려 모텔을 드나드는 삼류 창녀의 옷차림과 술과 약물에 찌든 무표정한 얼굴,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메마른 보컬은 남성우월주의(male chauvinism)가 창조한 '아름다운 여성'의 고정관념을 향해 사정없이 맹공을 쏟아 붙는다.
많은 이들이 가수로서 그녀의 능력과 세계관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알코올과 약물 과용, 그리고 충동적인 행동 등에 대해 은근히 비판을 가한다.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이런 모습들이 바로 그녀의 음악이 창조되는 원동력이다. 빈센트 밴 고흐와 애드가 앨런 포, 찰스 부코우스키,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등 위대한 작가와 예술가, 뮤지션들을 보라.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술과 약물, 그리고 정신분열이나 조울증 등으로 고통 받았는지.
와인하우스는 과거 자신을 알코올 중독자로 몰며 치료소에 집어넣으려고 했던 매니지먼트사에 대한 울분을 발산하기 위해 'Rehab'을 만들었다. 전 스파이스 걸스 매니저인 사이먼 풀러(Simon Fuller)는 와인하우스의 두 번째 앨범 < Back to Black > 발매를 앞두고 그녀에게 10주간 알코올중독치료소에 머물라고 요구했다. 아마도 그녀가 무질서한 생활을 청산하려 한다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매일 술을 마시지 않는 그녀는 자신이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고 항변하며, 치료소를 떠나버렸다. 이후 그녀는 매니지먼트사와 결별했다.
'Rehab'은 자신이 절대로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버지의 증언까지 등장시킨다. 실제로 와인하우스의 아버지는 선(Sun)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이 술을 자주 마시는 건 사실이나 알코올중독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녀가 술을 마시는 건 연애로부터 비롯되는 압박감 때문이라고도 말한 바 있다. 이런 그녀의 두려움은 가사 중 “I'm gonna, gonna lose my baby. So I always keep a bottle near.”에서 잘 드러난다.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술에 의존한다.”는 말이다.
와인하우스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것도 무려 70일(seventy days)이나 알코올중독치료소에서 허송세월할 순 없단 얘기다. 그렇게 오래 그곳에 머물며 도대체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그녀는 반문한다. 오히려 집에서 레이 찰스나 다니 해서웨이의 노래를 듣는 게 훨씬 낫다고 항변한다.
“레이와 함께 집에 있는 게 나아.”(I'd rather be at home with Ray)에서 레이는 분명 레이 찰스이다. 와인하우스의 음악이 5-60년대 소울로부터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스터 해서웨이'(Mr. Hathaway)이다. 일단 79년 의문의 자살로 삶을 마감한 소울 뮤지션 다니 해서웨이가 떠오르지만,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셰익스피어의 부인이 애니 해서웨이였는데, 결혼 후 여성이 남성의 성을 따르는 사회규범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셰익스피어를 '미스터 해서웨이'로 칭했다는 얘기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와인하우스가 평소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로부터 많은 영감과 삶의 지혜를 얻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의 후반부에 이르러 와인하우스는 “난 그저 친구가 필요할 뿐”(I just, ooh I just need a friend.)이라며 자신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에 의존하는 연약한 인간임을 스스로 드러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절대로 지키지 못할 약속까지 한다. “다신 술을 마시지 않을 거야.”(I don't ever want to drink again.)라고.
술이 필요한 건 “그저 이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만이다.”(It's just 'til these tears have dried.)라는 노랫말을 보며 무자비한 삶과의 눈물겨운 투쟁 한 가운데서 이 순간 술 한 잔의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https://youtu.be/KUmZp8pR1uc
lyrics
https://youtu.be/JjW5ygsyjTI
live
https://youtu.be/seJBy2ZZ3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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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y tried to make me go to rehab but I said no, no, no
Yes I've been black but when I come back you'll know, know, know
I ain't got the time
And if my daddy thinks I'm fine
You tried to make me go to rehab but I won't go, go, go
그자들이 날 알코올중독 치료소에 보내려고 했지
내가 정신을 잃기도 했지만, 제 정신이 돌아오면 너희들도 알거야
난 시간이 없어
그리고 아빠가 괜찮다고 하면
넌 나를 알코올중독 치료소에 보내려고 했지만, 난 절대 안 갈 거야
I'd rather be at home with Ray
I ain't got seventy days
'Cos there's nothing, nothing you can't teach me
That I can't learn from Mr. Hathaway
I didn't get a lot in class
But I know it don't come in a shot glass
레이와 함께 집에 있는 게 나아
내겐 10주의 시간이 없어
미스터 해서웨이에게 배울 수 없는 것 중에
네가 나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학교에서 배운 건 많이 없지만,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 정도는 잘 알아
The man said why you think you here?
I said I got no idea
I'm gonna, gonna lose my baby
So I always keep a bottle near
He said I just think you're depressed
Kiss me, yeah baby and go rest
그 남자가 왜 나에게 여기 있냐고 묻네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
내 사랑을 잃을 것 같아
항상 술병을 곁에 두고 있다며
그는 내게 우울해 보인다고 했지
키스해 줘, 그리고 가서 좀 쉬어
I don't ever want to drink again
I just, ooh I just need a friend
I'm not gonna spend ten weeks
And have everyone think I've gone mad
And it's not just my pride
It's just 'til these tears have dried
다신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
난 그저 친구가 필요할 뿐
난 10주의 시간을 허비하며
모두가 내가 회복될 거라고 믿게 하고 싶지 않아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
그저 이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만이야
They tried to make me go to rehab but I said no, no, no
Yes I've been black but when I come back you'll know, know, know
I ain't got the time
And if my daddy thinks I'm fine
You tried to make me go to rehab but I won't go, go, go
그자들이 날 알코올중독 치료소에 보내려고 했지
내가 정신을 잃기도 했지만, 내가 돌아오면 너희들도 알거야
난 시간이 없어
그리고 아빠가 괜찮다고 하면
넌 나를 알코올중독 치료소에 보내려고 했지만, 그렇게는 안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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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나 약물중독치료소'를 뜻하는 'rehab'은 'rehabilitation'(재활치료)을 위해 정해진 시간동안 수용되는 장소를 뜻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Because he got so tired of being addicted to drugs, My brother has checked into rehab. (약물에 중독돼 사는 게 지겨워, 내 동생은 약물중독치료소에 들어갔다.)
“I've been black."을 좀 더 정확히 하자면 ”I've been blacked out"이 된다. 기절을 했거나 약물, 혹은 술 등의 영향에 의해 정신을 잃었다는 말이다. 검은 색을 뜻하는 'black'은 다른 다양한 의미로도 쓰이는데 상당히 많은 경우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저 검은색의 의미로 쓰일 때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의 차이를 보자.
* 검은색의 경우
black humor - 풍자적이거나 냉소적인 유머
black coffee - 우유나 크림을 안 넣은 커피
Black history(African-American history) - 미국흑인 역사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
black clouds - 먹구름
Black Friday - 불길한 금요일로 원래는 예수가 처형당한 금요일을 뜻함
The outlook of economy looks very black.(경제 전망이 매우 어두워 보인다.)
'Would rather'는 '차라리 ...하겠다.'는 뜻으로, 글로 쓸 때는 대부분의 경우 ''d rather'로 줄인다. 'rather' 뒤에 'than'을 붙이면 '...하기 보다는 차라리 ...하겠다.(혹은 하고 싶다)'가 된다. “I'd rather go back home.”은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가 된다. 다른 팝송 중에서 'would rather than'이 사용된 경우를 찾아보았다.
에타 제임스(Etta James) 이후 무수히 많은 가수들이 발표한 'I'd rather go blind'와 지미 클리프(Jimmy Cliff)의 노래 'Harder They Come'에 각각 등장하는 노랫말을 살펴본다.
* I would rather go blind than to see you walking away from me.(네가 나를 떠나는 걸 지켜보기보다는 차라리 눈이 멀었으면 좋겠다.)
* I'd rather be a free man in my grave than living as a puppet or a slave.(꼭두각시나 노예로 사느니 보다는 차라리 무덤 속에서 자유로운 사람인 것이 낫다.)
이 노래에서 'seventy days'나 'ten weeks'는 모두 같은 말로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치료소에 머물러야 되는 시간을 뜻한다.
2011/04 이무영(antons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