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으로 일확천금...
“큰손들은 이렇게 돈 벌잖아요.”
SG증권발(發)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에 연일 폭로가 쏟아진다. 금융 당국의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하루에 0.5~1%씩 미미하게 주가를 올리는 거래를 장장 1~3년간 해오면서 주가를 10배 넘게 띄운 신종 주가 조작이다. 이 주가 조작 세력도 예기치 않게 매도 물량이 쏟아져 돈을 잃게 되자 ‘피해 호소인’으로 나서는 희한한 금융 사건이다.
▶탐욕으로 벌어지는 투기의 역사는 자본주의 초창기에 미국 영국에서도 심했다. 카리브해에서 침몰한 보물선을 한 선장이 건져내자 탐사 비용을 댄 사람들이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는 소문이 퍼졌다. 영국 전역이 투기 열풍에 휩싸였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 과학자 뉴턴도 주가가 급상승하는 남해(South Sea) 기업 주식에 투자해 짭짤한 이익을 챙겼다. 그런데 주식 팔고 나서 몇 배나 더 오르는 걸 보고는 도저히 못 참고 다시 그 주식을 사들였다. 고점 매수였다. 주가 폭락으로 입은 손실이 2만파운드, 지금 돈으로 20억원이 넘는다. “천체의 움직임은 예측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었다”는 뼈아픈 투기 후회담을 남겼다.
▶1861년 남북 전쟁 초기에는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화폐를 발행하자 투기꾼 천지가 됐다. 대표적 투기꾼 대니얼 드루는 서커스단의 동물 조련사였는데, 이후 에리 철도회사 이사로 영입되면서 동물 다루던 솜씨를 증시에서 십분 발휘했다. 자신의 손발이 될 젊은 투기꾼들을 증시에 풀어놓고 주가를 쥐락펴락했다. 불법으로 신주를 발행해 시장에 풀기도 했다. 월가 최초의 ‘물타기 수법’이었다. 판사와 관료들까지 매수했다. ‘거대한 곰’이라는 별명의 이 투기꾼은 자신이 키운 더 비열한 제자들에게 밀려났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일확천금은 투기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로 수천억 거액을 챙긴 대장동 사태, 세입자 돈으로 집을 수백, 수천 채 챙긴 전세 사기범, 살인까지 벌어진 코인 투자 광풍 등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 광풍의 후유증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SG증권 사태에서 연예인, 의사 등 돈 많은 사람 1000명이 1조원 넘는 돈을 맡겼다고 한다. 본인도 30억원을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투자 권유도 한 것으로 지목되는 한 연예인이 “큰손들은 다 그렇게 돈 벌잖아요”라고 말했다. 큰손들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일확천금하는 일이 계속되면 사회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없애야 한다.
통정거래와 탐욕
최근 우리 증시를 뒤흔든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시끄럽다. 느닷없이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맞아 나흘 만에 최대 76% 폭락하고 시가총액이 8조원이나 증발했다. 이 과정에서 차액결제거래(CFD)계좌와 통정(通情)거래가 횡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CFD거래의 필수조건은 최근 5년 중 1년 이상 월말 평균 잔액이 5000만원 이상이다. 여기에 변호사·회계사 등 금융자격증·특수자격증을 보유하거나 연봉 1억원·부부합산 1억5000만원 이상, 순자산 5억원 이상(부채 제외) 등 3가지 요건 중 하나만 갖추면 가능하다. 실제 주식이 없어도 증거금 40%만 있으면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차입 거래인 만큼 상환시기가 도래하면 상환 또는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당한다. 위험성이 크지만 투자주체가 노출되지 않아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수사당국은 H투자자문 라덕연씨 등이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투자자들의 신분증을 받아 차명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CFD계좌를 만들어 통정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매수·매도자가 사전에 종목·물량·가격을 정한 후 일정 시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통정거래는 증권거래법상 범죄다. 선량한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려 시장을 혼란시키고 금융시장 신뢰를 한꺼번에 갉아먹기 때문이다.
라씨와 일부 대주주, 피해를 본 전주 등이 서로 피해자라며 진흙탕 소송전을 벌이지만 분명한 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나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돈을 벌려면 주가분석에 특출난 재주가 있거나 내부 정보를 남보다 앞서 손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주가조작에라도 관련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금융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하다는 방증이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국내 주식계좌가 6000만개를 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단순한 주가 움직임이 아닌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분석해 선별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피해자인지 연루자인지는 수사에서 드러나겠지만 유명 연예인 등이 신분증까지 맡기며 ‘묻지마 투자’를 한 건 탐욕이거나 어리석음 탓일 것이다.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휴대폰 압수당하면 집 통째로 하세월 내주는 셈”
압수와 수색은 흔히 붙여 쓰기는 하지만 다른 개념이다. 압수는 증거물이나 몰수가 예상되는 물건을 수사기관이 가져가는 것이다. 압수는 물건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수색은 물건만이 아니라 신체도 대상이 되고 장소도 대상이 된다. 통상 압수와 수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다. 압수수색이라고 하지만 수색이 압수에 앞서니 수색압수라고 해야 순서로는 맞다. 물건 신체 장소를 대상으로 수색을 해봐야 압수할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압수수색에서 회계장부는 통째로 가져가도 상관없지만 전자정보는 그렇지 않다. 회계장부는 기록매체와 기록된 정보가 분리되기 어렵지만 전자정보는 기록매체와 쉽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통째로 수사당국이 가져가는 건 통상 허용되지 않는다. 컴퓨터에 담긴 정보를 시간과 주제어를 특정해 검색이란 방식으로 수색한 뒤 관련이 있는 것만 출력해 압수해야 한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 되면서 크기만 작을 뿐 사실상 컴퓨터나 다름없는데도 수사당국이 통째로 가져가는 것이 관행이다. 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
▷법원행정처는 1일 전국 영장전담 판사들이 참석한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수사기관이 통화 기간이나 내용을 특정하지 않고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를 압수 대상으로 지정해 영장을 청구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판사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건 집을 통째로 내주는 것과 같다”며 “집은 하루 동안 수색하면 끝나지만 휴대전화는 끝없이 집을 뒤지면서 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제도에서 휴대전화가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이다.
▷대검찰청은 곧장 입장문을 내고 휴대전화 압수수색 범위를 사전에 설정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휴대전화 전체를 먼저 가져가 수색을 해봐야 범죄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압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휴대전화는 개인에 관한 정보를 거의 다 모아놓은 디지털 집과 같은 것이니 이런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컴퓨터는 시간과 주제어를 특정해서 수색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다소 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휴대전화는 범죄증거의 확보에 중요한 물건이다. 휴대전화는 버리거나 태우거나 부수거나 바꾸거나 초기화하면 증거 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먼저 범죄 혐의와 관련한 내용만 보고 다른 건 곁눈질하지 않는다는 충분한 신뢰를 줘야 한다. 물리적 집 이상의 영혼의 집 같은 것이 압수수색을 당한다고 생각해보라. 검찰은 수사의 편의만 생각하지 말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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