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재등의 텃밭은 이제 올라갈 마음이 떨어졌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풀에도 이미 졌다.
새싹 날때부터 6월까지는 그런대로 풀과의 전투를 치를만했다.
7월 들어 장마가 이어지면서 작물은 힘을 잃고 시들거나 물러지는네
풀들은 한정없이 힘을 올려 키를 키운다.
수박도 죽고 오이도 죽고 어이없이 풀들을 베는 틈에 여주 넝쿨도 목이 베였다.
아삭고추도 이파리가 까맣게 죽어간다.
고추가루 빻으려는 고추 여남은 주와 청양고추는 그나마 견뎌주고 있어 다행이다.
풋고추를 따 어머니 배낭에 넣고 내려와 차를 오봉산으로 운전한다.
9월에 해찬솔이 걷겠다는 코스로 사전답사 겸 바로 칼바위 쪽으로 오른다.
지그재그 숲길에 날것들이 따라온다.
이파리 가득한 나뭇가지 두개를 꺾어 스틱 위로 잡고 날것을 쫒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윙윙대며 따라온다.
처음부터 따라 온 놈들일까, 그곳에 사는 놈이 또 따라 붙는 걸까?
20분 정도 오르니 돌담에 소나무 문 뚫린 돌탑 앞에 풍혈이 나타난다.
시원하다. 안쪽에서 하얀 안개가 피어나와 날 감싸고 흩어진다.
온몸의 땀이 금방 사라진다.
의자에 앉아 한참 쉬고 나오니 세상은 너무 덥다.
칼바위로 올라 바위 사이에 영화 속의 거인처럼 솟아 오른 바위를 보고
석문으로 들어간다.
원효대사의 형상이라는 얼굴 조각을 보고 위로 올라 북쪽의 산하를 잠깐 본다.
무등은 보이지 않는다.
능선에 오르자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걸을만하다.
숲사이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또 BAC 인증을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용추에서 놀려했는데 어느새 바보의 퇴근 시각이 가까워 온다.
용추에 가 입은 채로 폭포수에 상채를 밀어 넣는다.
아래 속옷까지 물이 적셔진다.
오래된 방과 베지밀 한병을 먹고 일어난다.
바보는 프로그램 진행하며 저녁을 먹었다고 내게 항정살 몇점을 꿔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