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현 수뇌부는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한상대 총장을 비롯해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고대 후배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동시에 고대 출신이었던 것은
검찰이 생긴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중수부장인 최재경 부장 역시 BBK 사건을 진두지휘해 수사했던 검사다. 그렇지만 일선에서는 벌써부터 대통령 친인척들에 대한 물밑 스크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일선 검찰의 분위기다.
최근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적 인물로 알려진 것이 바로 김창대 씨다. 김 씨는 이 대통령의 고향 친구로 현재 청계재단의 감사로 재직 중이다.
김 씨는 과거 동양공고 수학교사였으나 이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건설회사 하청업체인 ‘흥원기업’을 설립하고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으로 재직 시에는 주 1~2회 면담했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흥
원기업 역시 현대건설의 수주 확보 등으로 성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 씨는 이 대통령의 사적인 일들을 도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중, 동지상고 동창회를 대신 관리해 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청계재단과 다스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청계재단에서는 감사를 맡고 있고, 다스에서는 4대 주주이기도 하다.
김 씨는 BBK나 다스 의혹에도 깊숙이 연관된 인물이다. 따라서 검찰이 김 씨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BBK나 다스 의혹이 다시금 정국의 태풍으로 부상할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전적으로 검찰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검
찰이 에리카 김을 기소유예 처분한 것도 다시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였다는 말도 나온다. 에리카 김의
‘기소유예’ 처분은 언제든 기소를 할 수 있고,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또 다시 건드릴 수 있다는 위협시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본국 검찰은 최근 연방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BBK 관련 수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재 미국 연방검찰은 법원의 ‘인출 금지 명령’을 어기고 스위스 계좌의 돈을 다스로 송금한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련된 다스가 미국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는 모양새다. 끝난 것처럼 보였던 이 대통령과 김경준-에리카 김의 ‘도곡동 땅’ 전쟁은
언제라도 재점화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BBK 논란 재점화되나
검찰이 이처럼 김창대 씨를 비롯한 BBK, 다스, 청계재단 등 2007년 대선 때 불거졌던
의혹에 관심을 갖는 것은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가 때문이다. 이런 의혹은 본지의 지속적 보도와 함께 최근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재검토 문제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
실
제로 지난달 6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BBK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2007년
불거진 김경준 씨 기획 입국설과 관련한 편지 조작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08년 6월 BBK 수사발표 때는 밝히지 않았다가 올 들어 검찰이
스스로 편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혔다”며 “왜 가짜 편지가 한나라당에 전달됐는지,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수사 대응 지침을 준 양 모 씨의 배후에 MB 캠프의 김 모 특보, 은 모 법무팀장, MB 친척 신 모,
MB 집사 김 모 씨 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권 장관은 “(BBK 사건은) 재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박 의원이 재수사 의뢰를 요청하겠다고 밝히자 권 장관은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면 증거자료를 검토해서 재수사가
가능한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 당시 여권의 ‘김경준 기획입국설’을 제기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편지를
공개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편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선데이저널 775호 보도>
새 뇌관 ‘조작 편지 의혹’
이 편지는 대선을 1주일 앞둔 2007년 12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던 홍준표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김경준 씨 기획입국이 진행됐다”며 “김 씨의
기획입국을 입증할 편지와 각서가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폭로가 있은 날 저녁 <국민일보>에는
미국에서 김 씨와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함께했다가 국내로 이감된 신경화 씨가 교도소에서 김 씨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김 씨와
신 씨 두 사람이 이 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정치권(통합신당 측)의 요청을 받고 ‘기획 입국’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였다. 편지 내용은 이랬다.
“나의 동지 경준에게… 난 대전(대전교도소-편집자)에 와 있네.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됐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또한 그 약속들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네. 대권은 이미 MR. 리(이명박 암시-편집자)가 확실시되었고, 모두가 박수칠 날만 기다리고 있지.
자
세한 이야기는 못 하겠지만, 이곳에 오기 위하여 준비한 내용들을 다시 수위 조절해야 하고, 그것이 경준이를 위하는 길이고 살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네. 자네가 큰집(청와대와 여권을 암시-편집자)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 또
미친놈 소리만 듣게 되었다네.
그러니 명심하고 형(신경화-편집자) 말대로 신중하게 판단하여 가지고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 몸조심 하길. 2007. 11. 10. 대전교도소에서 6891 수번.”
홍
위원장의 폭로 다음날, 이방호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33인이 서명한 수사의뢰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국내에 들어오라는 법무부 요청을 거부해 온 김경준 씨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송환에 응한 것이 수상하니 김
씨의 ‘기획 입국’ 배경을 수사해 달라는 취지였다.
증거물로는 김 씨의 미국 교도소 수감 동료였던 신경화 씨가 쓴 편지와 당시 통합신당 측 이 아무개 변호사가 쓴 신 씨에 대한 무료변론 각서가 첨부됐다.
그
런데 그로부터 4년 만에 당시 신경화 씨가 썼다는 편지는 그의 동생인 신 명 씨가 가짜로 쓴 것이 조작되었고, 그 조작 편지를
쓰게 한 배후에 이명박 대선캠프의 상근특보였던 김병진(전 경희대 교수, 현 두원공대 총장) 씨가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는 최종적으로 홍준표 위원장의 손에 들어가 정치공작에 활용되었다. 또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그 정치공작의 배후에
이명박 후보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검찰에서는
2007년 BBK 수사와 관련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정권 말 이문제가 다시 검찰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조사 요구가 빗발칠 것이 분명하고 이럴 경우 당시 조사에 빠져 있던 김창대 씨 등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것이 현재 검찰의 분위기인 것이다.
검찰이 미국 연방 검찰의 BBK 수사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검찰의 후방지원으로 대통령이 된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금 검찰의 칼에 맞는 비극이 되풀이될지 법조계의 관심은 검찰에 향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