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선택이 때론 행복을 찾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강원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로 귀촌한 강성원(49)·배윤정씨(48) 부부가 딱 그렇다. 원래 이들은 결혼 후 인천에서 생활하며 10년 넘게 보습학원을 운영했다. 꽤 잘되던 학원을 갑자기 접고, 연고도 없는 횡성에 발을 들인 건 2년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남편에게 ‘다 정리하고 시골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밤낮으로 학부모를 상대하는 게 더 힘들어서 스트레스가 심했거든요. 학원간 경쟁도 워낙 치열하다보니 나중엔 아이들이 돈으로 보이더라고요. 회의감이 밀려오면서 모두 접고 평온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죠.”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친 부부는 종종 시골살이를 꿈꿔왔다. 덕분에 남편 성원씨도 아내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후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도시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온 가족이 겨울스포츠를 좋아하는 터라 자주 가던 횡성의 스키장 근처에 살고 싶다고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두원리였다.
귀촌을 심각한 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부부에겐 낭만과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골살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생각지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지인의 소개로 시골집을 지어주던 건설업자가 돌연 잠적한 것. 이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고 새로운 건설업자를 구하는 등 큰 손실을 봐야 했다.
“잘 모르고 시작한 게 독이 된 거죠. 그렇게 낭패를 보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지금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꼭 조언해요. 섣불리 건설업자를 선택하기보단 지역관공서 등을 통해 귀촌할 곳에 적합한 건축구조를 잘 아는 건설업자부터 찾으라고요. 공사계약서에 완공일 같은 정보를 꼼꼼하게 써넣는 것도 중요하고요.”
1년여간 집 공사문제로 성원씨가 동분서주하는 동안 윤정씨는 차근차근 귀촌 준비를 해나갔다. 생전 처음 짓는 농사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싶어 바리스타부터 유기농업기능사·양식조리기능사 등 자격증을 따고 제과제빵 기술도 익혔다.
이를 밑천으로 지금은 시골집에서 작은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둔내면 특산물인 고랭지토마토 등으로 건강한 수제 먹거리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윤토마(윤이의 토마토)하우스’란 카페 이름도 지었다. 이들은 주로 직접 농사지은 작물과 지역농산물로 수제청·잼을 만드는데, 윤정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정성 들여 만드는 과정을 여과 없이 공개한다. 그 덕인지 온·오프라인으로 꾸준히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부부는 본업 외에도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바쁘다. 성원씨는 틈날 때마다 마을주민들 일손을 거들며 농사를 배우고, 농한기인 겨울이면 스노보드 강사로 변신한다. 윤정씨는 아이들을 가르쳤던 재능을 살려 횡성 마을선생님으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수제 먹거리 만들기 수업을 한다. 짧은 귀촌 기간 동안 자리를 잡으면서 지역 귀농·귀촌 멘토 강의도 하고 있다.
농촌에서의 삶 역시 먹고사는 게 문제지만 부부는 힘든 것보다 즐거움이 크다고 말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교육서비스업으로 지쳤던 심신도 점차 회복해가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의 심했던 아토피 증상이 씻은 듯이 나아 기쁘다고.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집이나 농지를 마련하기 전에 일단 농촌에 가서 농사일부터 도우라고 말해요.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마을주민들과 소통하기도 쉽고, 도움을 줄 멘토도 만날 수 있거든요. 워낙 젊은이가 적다보니 어르신들도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한살이라도 젊을 때 귀촌한 건 참 잘한 일인 것 같아요. 농촌이 아니라면 중년의 나이에 어디서 이렇게 예쁨을 받을까 싶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