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공중의 사진기자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때 하늘서 본 참사현장 특종…
헬기보다 훨씬 값싸고 신속, 해외 언론에선 이미 맹활약
디카 수준의 흔들림
바람 불어와 갸우뚱거려도 수평 센서 이용해 '이상 無'
최근 '공중정지' 기술도 나와 한 자리에 멈춰서서 찰칵~
혹시 공중에서 떨어진다면?
카메라 더한 무게만 10㎏… 美서 추락사고 나 논란 일어
유명 스타들 몰래 촬영 등 사생활 침해에 악용 우려도
지난 2월 19일자 조선일보 1면엔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현장을 담은 사진이 실렸다. 마치 사고 현장 바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체육관 지붕 가운데가 폭삭 무너져내렸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 (위) 지난 2월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발생한 체육관 붕괴 사고 현장. 드론이 약 100m 상공에서 촬영한 것이다. / 오승환 교수 제공. (아래) 지난 1월 12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제27회 북극곰 수영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약 50m 상공에서 항공촬영했다. / 오승환 교수 제공
드론은 사고 현장 상공에서 8분을 머물며 사진 100여장을 찍었다.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은 그중 한 장이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단번에 설명해줬다. 드론 카메라 한 대가 수십명의 사진기자를 제치고 특종 사진을 찍은 셈이다.
이 '드론 카메라'는 경성대 사진학과 오승환 교수가 띄운 것이었다. 일간지 사진기자 출신인 오 교수는 사고 소식을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드론을 이용하면 좋은 현장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붕괴된 건물 주변에 차를 세우고 드론을 띄운 후 사고 현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위치에 고정시켜 모니터로 점검하면서 원격으로 셔터를 눌렀다.
외국에선 이미 '드론 사진기자'가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타클로반 등 필리핀 중부 지역을 강타해 약 6000명이 사망하고 1800명이 실종됐다. 하이옌이 휩쓸고 간 타클로반 일부 지역은 폐허처럼 변해버렸다. 이 대참사 현장을 CNN이 띄운 드론이 생생하게 전달했다.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를 잇는 초고속열차 철도 공사 현장 주변에 있는 자연보호구역의 황폐해진 숲과 호수의 모습도 지난해 10월 BBC의 드론이 포착해냈다. 사람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드론이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하늘에서 보여준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카메라 드론, 최신 기술로 무장해
- 달리는 자동차 바로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드론. 차량 보닛에 드론의 그림자가 보인다. 드론은 최대 시속 80㎞로 날 수 있다. / 오승환 교수 제공
오 교수가 원격조종 장치의 왼쪽 스틱을 위로 올리자 드론이 바람을 일으키며 '쌩'하고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높이까지 올라갔다. 드론 카메라에 잡힌 풍경은 오 교수가 목에 건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었다.
경성대 캠퍼스는 광안리 바다에서 가까워 바닷바람이 거셌다. 상공에선 바람의 강도가 더 셀 것이다. 그러나 수평 센서(stabilizer)가 있어서 바람이 드론을 흔들어 수평이 깨지면 센서가 자동으로 아래로 처진 쪽 프로펠러 속도를 올린다고 한다. 실제로 오른쪽에서 강하게 바람이 불자 드론이 기우뚱하는 듯하더니 오뚝이처럼 수평을 되찾았다.
오 교수는 "드론이 카메라맨을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수평 센서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드론은 공중에서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초점이 맞지 않아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땅에 서 있는 사람의 손떨림 수준으로 흔들림이 줄어 대형 카메라를 매단 드론이 하늘 위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드론을 한 지점에 고정시켜 떠 있게 할 수도 있다. '호버링(hovering·공중 정지)'이란 기술이다. GPS 위치와 고도를 드론에 입력하면 드론이 수평·수직 센서를 이용해 헬기처럼 한자리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앵글 새로운 가능성
- 경성대 사진학과 오승환 교수가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오승환 교수 제공
우선 높이가 다르다. 헬기를 타고 사진을 찍을 경우 아무리 낮게 날아도 고도가 300m 정도 된다. 오 교수가 경주의 리조트 사진을 찍었을 때 드론의 고도는 100m였다. 헬기보다 훨씬 낮은 고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드론은 일반 항공 촬영에 비해 비용도 시간도 적게 든다. 헬기를 한 번 띄우면 최소 500만원이 든다. 헬기장까지 가서 헬기를 띄우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드론은 전기로 충전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고 현장에 가기만 하면 곧바로 띄울 수 있어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한 번에 15분 정도밖에 날지 못한다. 당겨 찍을 수 있는 줌 기능이 없다는 것도 '드론 카메라'의 한계다. 원격조종을 통해 셔터를 누르는 동작은 가능하지만 줌 렌즈로 피사체를 끌어당기는 식의 연속적인 동작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드론의 강점은 평상시엔 볼 수 없는 특별한 '앵글'을 가능케 한다는 것. 오 교수는 "앞으로 드론이 인간 상상력의 범위만큼 색다른 사진들을 찍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집회·시위 현장에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사진이 무수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근처 건물에 올라가서 시위 현장을 찍었다. 하지만 그런 사진은 건물 때문에 생기는 사각(死角)을 피할 수 없었다. 드론을 활용하면 시위 현장 바로 위를 날아다니며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부산의 북극곰수영축제 사진은 드론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27년째 계속되는 이 행사 사진은 늘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뒷모습 혹은 옆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올해 드론으로 찍은 사진은 참가자 전원이 바다로 뛰어드는 광경을 바로 앞에서 찍어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아직 없어
드론 카메라 활용이 확대되자 세계 각 대학들이 드론을 이용한 취재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미국 미주리·네브래스카·콜럼비아대학은 '드론 저널리즘 코스'를 개설했다. 우리나라에도 2012년 중앙대에 드론저널리즘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경성대엔 드론을 이용한 취재 기법을 가르치는 '드론 저널리즘' 수업이 개설돼 있다.
드론은 편리하고 경제적이지만 부작용이나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드론에 카메라를 달면 무게가 10㎏에 달한다. 재난 현장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현장에서 상공을 날다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맨해튼 한복판에서 사진을 찍던 드론이 추락한 일이 있다. 한 남성이 30층 높이의 건물에서 드론을 조작하다가 실수로 추락시킨 것이다.
드론이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몰래 찍는 데 드론 카메라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여가수 티나 터너가 스위스에서 가진 비공개 결혼식 장면이 공개됐다. 한 프리랜서 사진가가 띄운 드론이 결혼식 현장을 몰래 촬영한 것이었다. '드론 파파라치'가 등장한 사례였다.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 드론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는 것도 문제이다. 한국에 비해 드론 사용이 월등히 많은 미국에서는 의회가 2015년 가을까지 연방항공국(FAA)이 관련 규정과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우리나라 항공법에 따르면 중량이 12㎏을 넘는 드론을 보유할 때는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드론이 12㎏ 미만이라 항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드론 사용이 늘면서 별도로 법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올해 말까지 드론 조종 자격, 안전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인데 우리도 여기에 준해서 관련 법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앞으로 전쟁도 이것을 이용하고 택배도 이것을 이용한다는데 드론의 시대가 오려나
조종사 면허는 없어도 되나여~~ㅎㅎ
말많은 무인항공기와는 다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