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교실. 수업 시작 얼마전, 우리들의 태권소년 고키 모토(7세)가
멋진 동작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모읍니다. 고키 모토는 언제나 그랬듯, 수업시작
5분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재빨리 도복을 벗고는 교탁에 올라서서
'빨개벗고 태권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 얘들아, 저건 마치 '방아깨비'같아"
수다쟁이소녀 발레리아(8세,안경착용)가 둘둘 말은 공책을 망원경 모양으로
만들어 고키 모토를 관찰하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 엉 엉,, 무서워 "
언제나 슬픈표정을 짖고,또 눈물마저 많은 소녀, 카르멘(8세)은 이번에도
고키 모토의 태권도를 보고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카르멘은 우는모습 마저 예쁜 소녀입니다.
'슥삭 슥삭'
주근깨 모범생 다니엘(8세)는 잽싸게 공책을 펴서, 고키모토의 동작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벌써, 고키모토의 나체 태권도동작을 그린것만 열장이 넘어
보이는군요.
그런데, 바로 이때
" 더이상 그런 저질적인 동작을 계속 했다가는, 경찰을 부르겠어 "
마리나 호와키나(8세)가 외쳤습니다. 고키 모토는 흠칫 하며 동작을 멈춥니다.
그러나, 이미 달아오른 고키 모토의 춤사위는 계속 됐습니다. 아까보다 더욱 절도
있는 태권도의 동작들. 다벗은 소년의 이마에는 '닌자'라고 써있는 붉은
머리띠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 그만, 그만 , 그만!!!! "
마리아가 눈을 질끈감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습니다.
" 마리아가 그만 하라잖아! 이 개오줌 새끼야! "
고키모토의 태권도를 멈춘게 한건 가위를 들고 달려나간 시릴로 였습니다.
시릴로 리베라(8세)는 오늘도 마리아를 위해, 몸을 바쳤습니다.
다행히 고키 모토는 가위를 보고는 잽싸게 교탁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화가 가시지 않은
시릴로는 팬티를 입기위해 한쪽 다리로 서서 중심을 잡고있는 고키 모토를
확 밀어버렸습니다.
고키 모토는 팬티를 한쪽 다리에만 걸쳐, 엎어진 채로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 이 비겁한 녀석! 감히 팬티입는데 때리다니... "
" 끼라우야 !! 끼라우야!!! "
고키모토가 괴성을 지르며 누운채로 발차기를 했습니다. 마치 누워서
자전거 패달을 밟기위해 발을 구르는 듯한 자세의 우스운 공격이였으나,
시릴로는 낭심을 맞아버렸고, 울며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오늘처럼 고키모토의 '빨개벗고 태권도' 시범이 있는 날이면 늘 일어나는
이 풍경들... 이 모든걸 담고 싶어하신 페르민영감님은 오늘도 캠코더로
찍은 필름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으시며 제목을 적습니다
'고키모토의 스크류바' ... 그옆엔 '시릴로의 초코바'라는 제목의
테이프도 언뜻 보입니다. 페르민 영감님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보였습니다.
그날, 천사들의 교실에선 일 주일 뒤에 고키 모토와 시릴로의 무술대결
이 벌어질 것이란 소식에 또다시 떠들썩 거렸습니다. 고키 모토와 시릴로는
일주일 뒤의 결전을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아빠! 나 무술대결에서 꼭 이겨야 해요! 마리아 앞에서 그 태권소년을
무찌르고 싶어요"
집에 도착한 시릴로는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말씀 드렸습니다.
" 시릴로야, 이 아빠는 과거에 무술사범이 꿈이였단다,
비록 지금은 목수가 되었지만 말이야. 내가 너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마 "
" 우와 , 진짜요? 이야 좋다 좋아~~~~ 무술가르쳐 줘요"
" 그래 잘봐라 시릴로 "
이때, 시릴로의 어머니(34세)가 시장에서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여보~ 시릴로~ 엄마 다녀왔다 "
시릴로의 아버지는 재빨리 냉장고 뒤에 숨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숨을 죽이며 침을 꼴깍 삼키셨습니다.
" 어머? 냉장고 뒤에 뭐가 있나? "
시릴로의 어머니는 냉장고 뒤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걸 눈치채시고
그쪽을 향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 바사노바!!! "
라고 괴성을 지르시며 아버지가 냉장고 뒤에서 뛰쳐 나오셨습니다.
그리곤 어머니의 가슴에 돌려차기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가슴을 움켜
쥐시고 쓰러지셨습니다.
" 이것이 무술이다 "
아버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윙크를 하시며 말씀하시자
시릴로도 감탄을 했습니다.
" 굉장해요! "
바닥에서 나뒹구시며 고통을 호소하시는 시릴로의 어머니를 뒤로 한채,
시릴로와 아버지는 어깨동무를 하고 곧바로 무술을 연습하러 떠났습니다.
두 부자는 집앞 공터로 나가 특별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발레리아의 눈엔 영락없는 목수가 작업하는 모습이였습니다.
눈치 빠른 발레리아가 시릴로에게 충고했습니다.
" 너네 아빠가 일하기 싫으니까, 너한테 시킨거 같은걸? , 넌 속고있는거야
시릴로. 어서 진짜 무술이나 연습해야 하지 않겠니?"
"그, 그럴리 없..어 . 이건 특별훈련이 맞아!"
시릴로와 발레리아가 대화를 하고 있을때, 방에 누워서 새우깡을 먹던 시릴로의
아버지가 대화를 엿듣고는 뛰쳐나오셨습니다.
" 야 이 망할년아, 짜져(꺼져) !"
시릴로의 아버지가 대못을 들고나오셔서 발레리아를 위협하자, 발레리아는
울며 사라졌습니다.
그후로 일주일동안 강렬한 특별훈련이 이어졌습니다. 시릴로는 밤새우며
톱질과 삽질, 못질을 개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 바로 전날의 밤이였습니다.
" 시릴로야. 내일이 무술대결의 날이로구나. "
" 네 아버지. 그런데 이길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
" 걱정마라. 이 아빠에게 다 작전이 있다 "
[ 다음날, 숙명의 결전날]
수업을 마친 천사들은, 히메나 선생님이 퇴근하시는걸 확인하고 운동장으로
모였습니다. 오늘의 대결을 보기 위해, 마리아 호아키나도 집에 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얌전한 카르멘도 자리잡고 구경을 왔습니다.
또 페르민 영감님은 심판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혜로
운 노인 답게 즉석 제안을 하셨습니다.
" 오늘의 승리조건은. `둘중 누가 먼저 상대방의 빤스를 벗겨서
상대선수 고추에 요구르트 병을 끼우는가 `란다, 잘 알았지 ? "
" 예!" / "하이! "
시릴로와 고키모토 두 소년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무술대결을 시작했습니다.
고키모토는 대단한 태권도 실력으로 시작 후 내내 시릴로를 공격했습니다.
시릴로는 고추보호대를 안차고 온게 내심 마음에 걸려, 줄곧 고추를 방어하는데
집중하느라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습니다. 그리고 시릴로가 자빠져 버리자
" 벗겨 , 벗겨, 벗겨 "
하고 아이들이 외쳤습니다.
고키모토는 재빨리 시릴로의 교복을 벗기고 메리야스까지 벗겼습니다.
펜티만 입은채 위기에 몰린 시릴로는 필사적으로 방어를 했습니다.
시릴로가 정신을 차려, 재빨리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때!
[[ 시릴로야, 톱질 하듯이 몸을 유연하게 해라]]
아버지의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시릴로는
톱질을 하던 몸동작으로 고키모토의 공격을 요리조리 잘 피했습니다.
그리고는 고키모토를 구경하는 아이들 근처까지 밀어 붙였습니다.
[[ 시릴로야, 삽질 하듯이 재빠르게 눈깔을 조사버려라 ]]
또다시 아버지의 목소리가 마음속에 울려퍼졌고, 지시대로 시릴로는
고키 모토의 눈을 마구 엄지손가락으로 후볐습니다.
[[ 바로 이때다!!!!! 시릴로야, 못질 하듯이 신명나게 돌려차기를 하거라 ]]
시릴로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냉장고 뒤에서 어머니
에게 발차기를 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고키 모토를 향해 돌려차기
를 했습니다. 고키 모토의 가슴에 꽃힌 돌려차기는, 고키 모토를 그대로
아이들속으로 다운시켜버렸습니다. 그런데, 고키 모토가 쓰러진 곳은 서서 구경하던
마리아 호와키나의 치마 사이였습니다.
" 꺄 악 , "
마리아가 마구 구둣발로 고키 모토의 얼굴을 짖이겼습니다.
마침내 고키모토는 피를 토하며 굴렀습니다. 시릴로는 아이들을
둘러봤습니다.
" 벗겨. 벗겨. 벗겨 "
시릴로는 쓰러진 고키모토의 옷을 전부 뱃겼습니다.
" 요구르트, 요구르트 , 요구르트 !!"
아이들의 함성이 울려퍼질 무렵
그때, 또다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았습니다.
[[ 아.. 똥매려 이학교 화장실이 어디냐 ]]
시릴로는 왠지 이상한 느낌에 깜짝놀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릴로의 아버지는 국기 게양대 꼭대기에 매달려서
큰소리로 외치고 계셨던것입니다.
" 야, 거기 검둥이양반! 어서 내려와! 망가지면 내가 고쳐야 돼 "
페르민 영감님이 노발대발 하시며 심판을 관두시고 아버지를 저지하셨습니다.
" 아아아 , 영감님 똥마려워서 못내려 가겠어요 "
시릴로의 아버지는 여전히 꼭대기에 매달린채 울며 호소하셨습니다.
그러자 페르민 영감님은 국기 게양대를 마구 흔드시며 소리쳤습니다.
" 이 빌어먹을놈이, 저높은덴 또 어떻게 올라가서는... 빨리 내려와!!"
" 아악, 떨어지겠어. 시릴로야! 아빠를 도와줘 흑.."
시릴로는 기절한 고키모토 앞에서서 말했습니다.
" 페르민 할아버지! 요구르트병 주세요! 승부를 결정짓고싶어요"
그러나 영감님은 계속 국기게양대를 흔들어대시며
" 아 모르고 집에 두고왔어! 그냥 아무거나 찾아서 끼워놔! "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릴로가 아이들과 요구르트병을 대신할 적당한 병을 찾으러 운동장과
근처 슈퍼를 해매일 때쯤 시릴로의 아버지가 국기게양대에서 떨어지셨습니다.
그리고, 추락해서 기절해있는 아버지를 향해 우르르 모인 아이들이 외쳤습니다.
" 웩, 똥냄새! "
그날 시릴로는, 고키모토에게 이겼다는 기쁨에 흠뻑 취한 나머지
기절한 아버지를 놔두고 집에 와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신문을
보고서야 아버지를 기억 해낼 수 있었습니다.
《 어제새벽,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부상당한 소년과 중년남자 구조》
「발가벗은 소년의 주변에서 박카스병과 베지밀병이 발견됐으며
소년의 고추엔 '닌자'라고 적혀있는 붉은띠가 묶여져 있었다.
한편, 국기 게양대 밑에선 한 흑인남성이 척추가 다친채 울며 자신의
옷을 불 태우고 있었다고 ....」
시릴로가 신문기사를 읽고, 아버지를 걱정할 무렵.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 우리아들, 아침먹어야지? 아빠가 동원참치 사왔다 "
무술 대결 그 다음날 아침.
시릴로와 아빠는 부둥켜 앉고 같이 동원참치에 밥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냐면... 아직도 냉장고 앞에서 깨어나지 않는 어머니가 걱정되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