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번역하다
『번역하다』 역시 스펙트럼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원고를 건네준 작가들의 이력이 그 방증이다. 문학 번역에 소원을 두고 있다는 새내기 작가도 있고, 게임 번역의 경험담을 들려주는가 하면 번역이 쓸고 간 한국사회의 역사를 되짚어본 작가도 있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원고를 보내왔다. ‘번역’이 기독교 신앙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기독교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대교의 언어인 히브리어 및 아람어를 헬라어로(70인역) 옮기고, 헬라어를 라틴어와 독일어, 혹은 영어 등으로 번역한 탓에 기독교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전부 번역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역된 용어가 사회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가 파생되기도 하고 기존 문화가 변질되기도 한다. 작가에 따르면, 기독교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인격적인 만남’도 실체는 오역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한다.
책소개
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2
별별 이유로 매몰차게 등을 돌린 세상에서 아등바등 사는 번역가들의 일상과 생각과 철학을 엿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고를 보니 번역가의 희로애락과 성찰이 잘 어우러져 한 ‘작품’ 나오겠다 생각했다. 번역가는 보편적인 작가가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희열과 좌절을 느낀다. 원작이라는 경계와 틀을 벗어날 수 없는 탓에 100퍼센트 창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경계는 늘 애매하고 모호하다. 이때 경계선을 조율하는 주체는 오직 번역가뿐이다. 은연중에 선을 넘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자가 (원문을 모르는 터라) 되레 이를 반기는 기막힌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면 속으로는 조바심이 나겠지만 겉으로는 멋쩍은 미소를 날릴 것이다. 그 외의 생생한 경험담도 기대해 봄직하다.
저자소개
김고명
유미주
이준서
이재석
주현우
주윤경
현소연
김남규
김범수
앤
차례
발간사
커버스토리
번역가는 포퓰리스트여야 한다 • 김고명
라이프 앤 워크Life & Work
단상 • 유미주
대체 불가능한 번역NFT • 이준서
직역과 번역, 그 미묘한 사이 • 이재석
게임 번역의 고충 • 주현우
다음 책도 문학이기를 • 앤
쓸 데 없는 지식은 없다 • 유지훈
통역이 맞는 사람, 번역이 맞는 사람 • 주윤경
명절이 오면 번역가는 • 현소연
詩의 한 수
수선화Daffodils /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1770년~1850년)
번역논단
김억, 번역의 근대화와 조선어의 가능성을 제시하다 • 김남규
인격적인 만남, 오역이 만든 잘못된 만남 • 김범수
번역가의 서재
『번역의 탄생』
Editor’s Pick
『Lost in Translation』
2022 한국 문학번역・연구・출판 공모
본문에서
번역가는 포퓰리스트여야 한다
김고명
정영목 에세이집,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를 읽었다. 정 선배(친분은 없지만 이렇게 부르고 싶다)는 30년간 국내 출판 번역계를 지켜온 거목이다(책에서 느껴지는 성정에 비춰볼 때 본인은 이런 표현에 진저리를 칠 것 같지만).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결코 말랑말랑하지 않다. 번역가로 살아가는 즐거움이나 고충 같은 개인적인 소회는 거의 배제하고 철저히 자신의 번역론에 집중한다.
내가 이해한 그의 번역론을 요약하자면, 번역은 원어와 우리말의 충돌을 과감히 받아들여 우리말의 외연을 확장하고 제3의 언어, 곧 완전한 언어에 더 가까이 다가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문의 표현법이 우리말에서는 생경한 것이라 그대로 옮겼다간 독자에게 가독성이 떨어지는 번역투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충돌의 위험성을 무릅쓰면서 번역으로 자국어의 영역을 확대하는 작업, 다른 언어와 우리 언어의 혼종에 의해 제3의 언어, 순수하고 절대적인 언어를 지향하는 작업”이 번역의 임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원문의 표현을 우리 독자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윤색해서 “번역 같지 않은 번역”으로 읽히게 만드는 것은 자칫 “통속적인 한국어를 재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단순히 기능인”으로 머물고 싶지 않은 번역가라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정 선배와 정반대로 번역가는 기본적으로 기능인이라고 생각한다(역시 책에서 느껴지는 그의 됨됨이에 비춰보자면 경력이 20년쯤 차이 나는 까마득한 후배가 이렇게 이의를 제기한다고 고깝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번역가는 어떤 사명을 수행하거나 의지를 발현하는 사람이기 전에 어디까지나 고객에게 받은 의뢰를 이행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번역가의 고객은 누구인가? 1차 고객은 출판사, 최종 고객은 독자다. 그렇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번역서를 읽으면서 원어권 독자가 원서를 읽을 때와 똑같은 경험 내지는 최대한 유사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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